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 갔니?
이윤기 외 대담 / 민음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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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6월에 초판 발행된 책이다. 인문학 자연과학을 망라, 지난 20세기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니까, 지금 읽기엔 뒤늦은 감은 없는 것인지 약간의 우려를 하였다. 그러나 그런 거 없었다.

퍽 재미나게 읽었는데 막상 리뷰를 쓰려니 딱이 구성이 안 잡힌다. 대담자를 쌍쌍이 늘어놓을 수도 없고. 그러면서 쌍쌍이 늘어놓기 시작하고 있는 나.

이윤기와 그의 딸이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 맨 앞에 나온다. 딸이 그에게 왜 신화를 연구하느냐고 묻는다. 아버지는 대답한다. 사람의 현상에 관심이 있는 내가 여기 안 빠지겠니? 그리고 또 말한다. 예술은, 가늘디 가늘면서도 한없이 절실한 떨림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라고.

최창조와 탁석산이 만나서 풍수 이야기로 물고를 튼다. 그런데 풍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 둘을 한 쌍의 대담자로 정한 편집자의 의도가 하 수상타. 최창조와 탁석산은 사람의 기질상 서로 많이 다른 거 같다. 최창조는 자신의 실력과 발휘할 수 있는 잠재적인 영향력에 비해 무척 조용한 기질의 사람이고, 탁석산은 자기 고집과 자기 주장이 누구보다 강한 사람인 듯하다. (그 만큼 확고한 지식 기반이 있는지 없는지까지는 잘 모르겠공.) 그래서 대화가 주로 탁석산이 최창조에게 “최 선생님 좀 강하게 나가십시오” 하는 식으로 발언하고, 그럼 최창조는 웃으면서 “ 제가 싸움을 견디질 못해서.... 탁 선생님이 풍수하셨으면 제가 좋은 동지를 얻는건데” 하는 식이다. 재밌다.

상도 저자 최인호와 연봉 24억원 받는 CEO 윤윤수 두 사람은 오랜 친구 사이라나 뭐라나.... 그래서일까. 박진감 있는 갑논을박의 논의는 없고, 서로의 이야기에 살을 보태고 부족한 걸 매꿔 주는 등 사이좋으면서도 격의없는 대화를 한다.

내 생각에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김화영과 이문열의 대담이 아닌가 한다. 이 대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한 김미현의 공로도 조금 있고 말이다. 김화영은 이문열의 작품에서 묻어나는 교훈주의를 제대로 꼬집어 들고 있다. ‘제 돈 주고 책 사서 읽으면서 꾸중 듣고 싶어하는 독자가 어딨겠어요?’ 라는 요지가 김화영이 날린 비수다.   

함인희와 이숙경의 대화도 귀기울여 들어볼 만했다. 재미도 있었고. 이 세상의 남자와 여자, 여자와 여자, 어머니와 자식,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조명하고 있는 글이다.

다음 꼭지인 알라딘 서점의 주인 조유식과 헌책방 서점의 주인 노동환의 대화는 헌책을 좋아하고, 새책은 주로 알라딘 서점에서 산다는 개인적인 취향 때문에 더더욱 흥미로운 장이었다.  

이 대화를 읽으면 대략의 알라딘 서점의 역사를 알 수 있고, 헌책방의 시스템도 주어 들을 수 있다. 또한 인터넷 서점과 헌책 서점이 서로 등진 적대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운명이 함께 굴러간다는 것을 미루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한번 더 되풀이하여 꼼꼼히 읽을 가치가  있는 꼭지는 김우창과 김상환의 대담이 아니었을까 한다. 김우창은 6.25 전후에 대학을 다녔고, 자연 여건이 열악하여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유학길에 올랐다. 그렇게 김우창 세대가 번역해 들여온 서양 학문을 바탕으로 후학들이 비교적 쉽게 학업을 이뤘을 거다. 그래서 이야기의 초점은 문학과 철학을 넘나들고 그리고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둘 것인가 둔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있다. 김우창은 이 시점에서 등소평이 얘기를 인용한다. 흰 고양이나 검은 고양이나 쥐 잡는 것이 고양이지 그게 어디서 온 고양이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서양의 것 그만두고 우리 것으로 자생해야 한다는 자생 담론에 대한 개인적 소견일거다. 우리 현실을 움직이고 있는 세력이 어디서부터 왔고,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이해도 없이 동양의 것만을 강조하기란 적절치 않기에.  

마지막으로 강유원과 최장집의 대담이 나온다. 씨네21에서 회사원이라는 직함으로 글을 쓰고 있는 강유원이라, 그가 얼마나 재치 있는 질문들과 멘트들을 할지가 궁금해서 또 귀기울여 들었다. 이 대화는 주로 한국 정치에 대한 이야기였고,  정치가 문학과 어떻게 공유될 수 있을까 하는 여지를 엿보게 하는 꼭지이기도 했다. 


이렇게 26인의 대화를 수박 겉핡기 식으로 훑었다. 이 책의 뒷부분을 보니 이 책이 부박한 오늘의 현실을 넘어서는 지혜가 되어 주기를 희망한다고 되어 있다. 글쎄...., 이념 과잉의 욕망 과잉의 이 시대를 지혜롭게 건너지는 못하더라도, 잠시나마 이들의 입을 통해 즐겁고 따뜻하면서도 깊이를 끌어올릴 수 있을 만한 이야기를 길어 올린 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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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5-28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벌써 몇년 전부터 읽는다 읽는다 해 놓고 못 읽고 있네요.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읽어봐야 할 것 같군요.^^

icaru 2004-05-31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네에...다방면으로 시야를 넓혀 주는 책인 것 같아요....
 
멍청한 백인들
마이클 무어 지음, 김현후 옮김 / 나무와숲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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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무어의 이 책은 고발성 코믹성, 풍자성이 가득하다. 우습게 돌아가는 현재의 미국을 들여다보고 있는 이 책이 특히 공헌하는 부분은 첫째 아들 부시를 제대로 파악하게 하는 점(더불어 클린턴도)과 둘째 백인 우월주의를 철저히 뒤집어보는 것이다.


먼저, 부시 때문에 미국이 그렇잖아도 세계 다른 나라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는데 더더욱 욕을 먹게 생겼다는 것. 부시가 취임 후 4개월 동안 한 일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산화탄소 방출 제한을 위한 유럽 연합과의 계약을 파기한 것

미국 스파이 비행기가 중국 전투기와 충돌해 중국인 파일럿을 죽이는 바람에 미국은 중국과 새로운 냉전을 맞이한 것

중동 평화 정책이 붕괴되도록 방치해 이스라엘과 발레스타인 국민들 사이에 전례없는 살육전이 벌어진 것

구 유고에서 미국의 개입을 줄이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함으로써 그 지역의 종족간 싸움을 부채질한 것

유엔 인권 협정에 도전해 유엔 인권 위원회로부터 쫓겨난 것

자기 아버지가 그랬듯이 이라크 민간인들에게 폭격을 가한 것

남미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가속화시켜 콜롬비아인들이 미국인 선교사들을 가득 태운 비행기를 추락시키게 한 것

북한과의 긴장 완화에 대한 일말의 꿈을 뭉개 버린 것

‘스타워즈’로 불리는 미사일 방어 체제 구축을 진행하겠다고 선포해 전 세계인들의 원망을 산 것.


물론 클린턴도 지금 부시가 하는 것 같은 비슷한 일들을 많이 했지만 클린턴은 능구렁이처럼 뒷전으로 눈치껏 했고, 부시는 대놓고 깽판을 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부시만 잘못을 따지느냐 그렇지 않다. 빌 클리턴의 실적을 보면 그가 과연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이 맞는지 의아할 뿐이라고..... 부시와 마찬가지로 그 또한 상류층으로부터 10%의 정치 자금을 받고 그들을 위해 일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일하는 셈이다.

두 대통령을 나란히 세워 놓고 누가 더 나쁜지 찍어라 하면 더 못한 쪼다를 찍는 법이라 부시가 더 나쁘다고 하게 되는 것이라고. 부시의 ‘자비스러운 보수주의’ 대 ‘클린턴주의’는 ‘썩은 냄새’ 대 ‘구린내’ 격이라고 하여, 글쓴이는 부시와 클린턴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진보와 민주주의 부르짖는 민주당이 사실상 미국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마이클 무어는 심지어 이런 민주당 의원들 낙선시키자! 라는 명단까지 만들어 공개한다. 공화당보다 더 공화당스럽게 ‘적과의 동침’을 밥먹듯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명단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 부시 당선 당시의 당세 판도를 회상한 부분을 보면, 지지난 12월의 대통령 선거 즈음이 떠오른다.

공화당의 부시는 한나라당의 이회창, 민주당의 고어는 당시 새천년 민주당의 노무현, 녹색당의 랠프 네이더를 민주노동당의 권영길로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녹색당의 네이더를 지지하지만 공화당의 부시를 당선시킬 수 없으니, 고어에  표를 주는 구도가 우리들의 당시의 선거판과 흡사했던 듯하다.  

 

 

무어의 문체 맛보기 보너스

배부른 자들을 위한 기도

 

신이시여, 하나님, 여호와, 부처, 밥, 무! 자비로우신 신이시여! 이유 모르고(당신, 자연, 세계은행 중 누가 그래서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만) 괴로움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구원을 베푸소서. 신께서 병든 자들을 모두 한꺼번에 치유할 수 없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럴 경우 당신의 이름으로 수녀들이 세운 병원들을 몽땅 문닫아야 할테니까요. 그리고 전능하신 당신께서 악을 세상에서 몽땅 제거하실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럴 경우 당신께서 할 일이 없어질 테니까요.

그 대신 신이시여, 하원의원 전원의 뇌, 자지, 손(꼭 이 순서일 필요는 없습니다만.)에 불치의 암을 내리소서. 남부의 상원의원 모두는 마약 중독에 걸려 평생을 형무소에서 살게 해 주옵소서. 그리고 중부 상원의원들의 자식들은 몽땅 게이가 되게 해 주옵소서. 동부 상원의원들의 자식들은 다리 병신으로, 서부 의원들 자식들은 공립학교에 다니게 해 주옵소서.

오, 자비로운 신이여. 신께서 롯의 아내를 소금 기둥으로 만드신 것처럼 모든 부자들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뱅이나 집없는 노숙자가 되게 해 주옵소서. 권력의 자리를 잃고 어두운 계곡을 지나 정부생활 보조국 창구로 향하게 해 주옵소서. 평생 빚쟁이를 피해 다니며 품팔이 일을 하게 해 주옵소서. 가난한 조종사가 모는 비행기에 타고 전전긍긍하게 해 주옵시며, 치과보험 없는 1억 8천만 일반 시민들처럼 충치를 앓고 끙끙대게 해 주옵소서.

그리고 신이시여, 흑인들 형편이 나아졌다고 말하는 백인 지도자들을 자기들이 타고 다니는 리무진 색깔처럼 까맟게 만들어, 나아진 흑인들 생활을 직접 경험해 보도록 기회를 베풀어 주옵소서. 그리고 천주교 주교들에게는 난소와 원치 않았던 임신을 하사해 주소서.

마지막으로 신이시여. 잭 웰치를 자기가 오염시킨 허드슨 강에서 수영하게 하옵시며,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자기가 만든 영화를 보고, 또 보고, 또 보게 하옵시며, 크리스 매튜스는 벙어리가 되게, 그리고 내 사무실에서 담배 핀 자는 모두 재가 되게 해 주옵소서. 

한심한 우리들을 높은 곳에서 지켜보고 계시는 왕 중 왕이시여, 우리의 기도를 듣고 허락해 주옵소서. 신께서 그들에게 슬픔과 괴로움을 주시면, 자기한테 떨어진 불행을 없애는 와중에 우리 모두의 불행도 없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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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3-17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부른 자들을 위한 기도의 독설 부분이 대단하네요. 베풀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 기도가 베풀어지도록 하옵소서!

icaru 2004-03-17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주로 이 책에서 내내 저런 식으로 일관하는데요,...그 재미예요~~ 백인이면서 백인을 신랄하게 비꼬는 맛이랄까~!
 
대통령을 키운 어머니들
보니 앤젤로 지음, 이미선 옮김 / 나무와숲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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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그 자식 사랑에 있어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모두 훌륭하지만, 그래도 자식을 대통령으로 키워 낸 어머니라 하면 특히 세인의 주목을 받게 마련일 것이다. 그 부모들에겐 자식을 키우는 무슨 특별한 노하우라도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노하우라는 게 있었을까 싶게 이 책을 통해서 그것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이들 어머니의 공통점이라면 어릴 적부터 아버지와의 유대 관계가 특별히 좋았던 딸 자식이었다는 점, 기우는 결혼(남편 집안의 지위가 자기보다 못하다는 거였지만, 사실 도토리키재기식으로 양가 모두 귀족 수준의 집안들이다.)을 들 수 있겠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조금 인상적이다 싶은 어머니 상은 몇 있다. 부정적인 인상이 아주 강했던 어머니는 맨처음에 등장하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어머니 ‘사라’이다. 사라는 아들에 대한 소유욕과 지배욕이 강한 어머니였다. 심지어는 며느리까지 그의 휘하에 두어 통제하려 하였고, 귀족적이며 화려한 생활을 상당히 즐기던 부류였다. 루즈벨트가 그의 비서들과 염문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어머니의 이런 여러 성향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루즈벨트의 어머니가 이 책의 맨 처음에 나왔으니, 초장부터 얼마나 실망스럽고 김샜나 모른다. 하지만 나머지 다른 대통령의 어머니들은 조금씩 달랐고, 사라를 제외한 나머지들은 대체로 있는 집 자식임(?)에도 검소한 청교도적 근면한 생활가이거나, 남에게 베푸는 일에 열심이었고, 온갖 역경에도 굴하지 않았던 강한 어머니들이라고 서술된다.

저자가 서술한 문체의 미시적인 특징에 대해 더 이야기를 하자면. 존경과 찬사 일색이던 저자의 문체가 클린턴 어머니의 장에 와서는 색깔을 약간 달리한다. 옐로우 신문에 가쉽기사를 써재키듯 버지니아의 남성 편력을 이야기한다. 버지니아는 자신의 어머니를 매우 싫어했으며, 룰렛을과 경마를 좋아하고, 멋진 남자가 옆에 있으면 시시덕거리기를 좋아하고, 화장을 진하게 하며, 경마장과 나이트클럽에서 죽치고 살았으며 자신이 돋보이고 싶어하는 재미있는 여자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했다.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이 그의 어머니의 영향이 아니었다고 누가 말할 수 있으랴 싶게...... 글을 썼다. 그리고 저자는 개인적으로 레이건의 어머니 넬을 가장 좋아한 것 같다. 진부한 찬사와 칭찬 일색이다.

사실 이 책은 훌륭한 어머니의 바람직한 자녀 교육 철학관을 배우는 소기의 목적보다는, 역대 대통령들의 가족들 개인사 크고 작은 일화를 엿보는 재미가 더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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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답을 알고 있다 - 물이 전하는 놀라운 메시지
에모토 마사루 지음, 양억관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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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휴가 기간이라서 모처럼 해가 머리꼭대기에 오르도록 늦잠도 자고, 뎅굴뎅굴 집에서 놀고먹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집 부근 공사 현장에서 지지징에엥~~뜨르르륵 하는 소리가 단잠을 깨우고 만다. 아침 잠만 깨운 게 아니라 온종일 머리가 지끈해지는 두통까지 남겨 놓았다. 얼마 전에 읽었던 <물은 답을 알고 있다>의 물의 심정이 되어버린다. 시끄럽고 날카로운 진동에는 '일그러진 결정체'를 만들던 물처럼.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은 두 가지 면에서 그럴듯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과거와 달리 현대인들에게는 물에 대한 외경심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고대 그리스 문명에서는 물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그리스 신화를 만들기도 했건만, 오늘날은 그저 물을 물질로만 보고 기술적으로 정화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에는 경고를 해야 할 것임은 분명하다. 저자가 여기까지만 언급을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만 거부감이 드는 사족으로 이어지는 징후가 보인다. '인간의 몸이 70%가 물이며, 물은 생명을 낳는 어머니임과 동시에 생명 그 자체이며, 세상은 물이다.'라고. 자칫 물에 대한 숭배(?)로까지 나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전세계에 강연을 다니는데, 전 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물 결정을 보고 충격을 받기도 하고 무한한 감동도 받고, 하는 부분들을 좀 과하다 싶게 강조하여, 독자는 마치 자기 신념에 도취되어 흥분한 강연자를 보는듯한 인상을 받는다. 또한 이렇다할 합리적이고 과학적 설명보다는 '생각이 물질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비과학적이라고 하였지만, 지금 최첨단 과학은 정신이나 상념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해명하려 하고 있다고. 그리고 '물의 결정'이 보여 주는 예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뿐이니.

이렇게 비판을 하고 있지만, 사실 나도 물 결정들을 보고 많이 놀랐다는 건 시인해야겠다. 방치하고 무심하게 버려둔 물 결정은 형편없이 일그러져 있고, '너 정말 예뼈'하고 자주 말을 건 물 결정은 형태가 아주 깨끗하다. 그런데 이것도 단순히 물 뿐이 아니라, 사람의 의식이 반영되어 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식물'도 그렇고, 아무튼 세상에 모든 사물이 그러한 이치에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면 아무리 티를 내지 않는다고 해도 미움받는 상대방에게는 내 마음이 느껴지듯이 말이다.

나는 그냥 이런 맥락으로 이 책을 읽었다. 조금 더 즐겁고 편안한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그리고 주변의 사람에게 밝은 파장을 전달해 주면 좋겠다고. 그러기 위해선 말 한마디도 부드럽게 하고, 표정 하나도 기왕이면 밝게 갖는 게 좋겠다고.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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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웃을 사랑하라 - 20세기 유럽, 야만의 기록
피터 마쓰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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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적절하고 명쾌한 비유로 쓴 현장감을 담은 이 글.... 피터 마쓰라는 기자의 글은 정말 침이 꼴딱꼴딱 넘어갈 만큼 박진감 있게 읽혔다. 그리고 목구멍 저 밑에서 멍멍한 울림이 왔다. 뒷골은 딴딴하게 당겨 왔다. 피터 마스는 아침에 일어나 눈뜨고 눈감을 때까지 전개되는 살육과 야만의 현장에서 2년 동안을 종군 기자로 지냈다. 과연 얼마나 온전한 정신으로 기록을 할 수 있었을지, 사라예보의 호텔방에서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내전의 살육 장면을 '생각하는 조각'처럼 턱을 괴고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는 기자 동료들의 모습에서 '전쟁포르노'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피터 마쓰에게(이 책에서 그도 밝힌 바 있지만), 보스니아 종군 기자 체험은 그의 생애와 정신에 많은 영향을 남겼고, 앞으로도 남기리라.

사회주의 국가이면서도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경제적 풍요를 누리던 유고 연방. 보스니아와 세르비아인은 종교는 달라도 같은 슬라브 계통이며,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서로의 이웃집에서 오순도순 살았었다. 오랜 옛날부터 민족간의 분쟁이 종종 있었다지만 근대에 접어들어서는 그것도 옛말이었다. 그렇게 민족간에 통혼도 하면 정 좋게 지내던 어제의 이웃이 오늘은 야수가 되어 문명과 야만은 한 끗 차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인공 청소와 강간 살인으로 흉폭한 광기를 부리다니, 이런 왕경우의 인과 관계가 퍼뜩 와 닿지 않는 듯도 하다.

그러나 '전쟁 전의 평화'와 '전쟁 후의 동물보다 못한 야만의 참상' 의 그 중간에는 이것이 있었다. 사회주의권 붕괴 뒤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정치인들의 '민족주의' 악용이 있었다. 그리고 불난집에 부채질 하는 격으로 부시와 클린턴으로 대표되는 국제 연합의 수수방관이 겹쳐졌다. 미국인 기자인 필자 피터 마쓰는 보스니아와 세르비아 사이의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자국의 정치 대표에 대해 절망했다. 세르비아인들의 대다수가 야수가 되어 설쳐댄 것은 아니다. 극소수의 몇몇은 보스니아인들을 도왔고, 몇몇은 그러한 사태에 무력한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세르비아인들은 문명인이다. 우리도 문명인이다.'→ '그런데 세르비아인들은 보스니아인들에게 이보다 더 할 수 없을 듯한 야만적인 일들을 저질렀다.'→'따라서 '문명인들은 곧 야만인이다.' 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나 우리의 실체가 야수였다는 것도 간담이 서늘할 일이지만, 진정으로 무서운 존재는 정치적 지도자이고, 그 하수인들이다.

인간이 수행할 수 있는 가장 큰 도덕은 전쟁을 거부하는 것이라지만, 평범한 개개인의 차원에서는 지켜내기가 너무나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전장터라는 아비규환의 상황에서 내가 먼저 총부리를 겨누지 않으면 상대가 언제 나를 쏠지 모르니, 자기 목숨을 방관하고 있기는 쉽지 않을터다. 지금 여기서 세르비아인들을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려는 건 아니다. 그들을 잔인하고 흉폭하게 만드는 상황으로 일을 몰아간 원흉을 찾자면 세르비아의 대통령 밀로세비치나, 외면하는 국제 연합 측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정치적 야심에 따라 국민들이 희생양이 되어, 우습고도 어처구니없게 농락을 당했을 뿐일다.
어느 지도자의 야심과 그 분탕질치고는 희생과 여파가 너무나도 크다는 데에 크나큰 슬픔이 있다.

제1차 세계 대전은 민족주의적 갈망들이 최고조에 이른 사건. 처음 불꽃을 일으킨 것은 합스부르크 제국에 대항한 세르비아의 민족주의. 서로 대립한 독일 민족과 슬라브 민족주의적 충성심에 불을 지핌(이 전쟁들은 프랑스 혁명이 남긴 이데올로기의 잔재로 봐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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