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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휴가를 다녀오고, 요란한 빗소리와 함께 8월을 시작하였다.
8월에는 역시나 바쁜 일정이다.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하반기 인문독서 아카데미 강좌가 다음 주 시작이고 ,
방학동안 아이들은 같은 도서관에서 만화캐릭터 그리기와 스토리텔링 수학 강좌를 듣는다.
8월 9일~10일 까지 통합체육회에서 주관하는 온가족캠핑에 참여하여야 하고,
9월 마라톤 대회 신청이 8월 17일 마감이고, 이번에도 온 가족이 참여 예정이다.
상반기에도 캠핑과 다양한 대회에 참여하느라 바쁘게 보냈지만, 하반기 역시나 일정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신기한 건 그토록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 기억할 수 있는 일들이라고는
고작 아이들의 키가 한뼘 자랐다는 것과 내가 조금 자란 느낌뿐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내가 자랄 수 있다는 것이 희망적으로 느껴지지만, 사실 이 나이에도 성장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건 내가 많이 모자랐다는 이야기도 되기 때문이다. 내가 자람에 있어서는 책이 단단히 한 몫 해주었는데 , 이 쓰잘데 없던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이 이제는 어느 정도 퇴적층을 이루고 있는 느낌이 든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비로소 내게 남은 것이란, 이렇게 쓰잘데 없는 것이지만 한없이 고귀하게 한 층위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 지금의 나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그곳에 책이 있었다』이다.
'책은 읽어서 어디에 써 먹나요? 라는 질문에 『삶을 바꾸는 책읽기』에서 저자 정혜윤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에겐 ‘나를 키우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언제부턴가 삶 전체가 원하지 않은 시간들, 아무 재미도 없는 무의미하고 무료하고 피로한
시간들, 비극이자 코미디인 시간들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삶은 내가 원한 삶이었다고 말하기가 점점 힘들어집니다.
라는 말을 했듯이, 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책은 사실 실제로도 쓸데가 없다. 써 먹을 데 없다는 말은 맞는 말이지만, 정혜윤이 한 말에서 나는 ' 나를 키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에 무척이나 공감한다. 인생 후반부에 찾아 온 이 무의미하고 무료하고 피로한 시간들을 흘려보내면서 조금은 다른, 알찬 것들로 채울 수 있게 해 주었던 것은 역시나 책이었다. 끔찍하게만 느껴졌던 피로와 공허와 허무의 공백들, 매 순간 황홀한 몰락으로 내리 꽂는 삶의 한 가운데에 그곳에 책이 있었다. 『그곳에 책이 있었다』는 아마도 그러한 책의 이야기인 것 같다. 책의 유산과 숙명, 책의 미래와 현재의 독서가 얼마나 쓸모 있는 것인지를 알 수 있길 기대하게 하는 책 말이다.
그 다음으로 읽고 싶은 책은 강상중의 『사랑할 것』. 작년 강상중의 <살아야 하는 이유>를 읽으면서 자신의 전 생을 관통하는 불행과 비극 가운데 뽑아내는 삶의 통찰에 많은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내리는 비를 맞고 있는데 우산을 권해주는 것이 아니라, 쏟아지는 비를 같이 맞아주는 듯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하루에 40명이 자살하는 우리나라에서 무한 긍정론과 행복론은 이제 찢어진 우산 신세나 다름없다. 불안과 암울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강상중의 글을 마주한 순간, 전기가 통하듯 찌르르 했던 것은 그가 결코 긍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상중의 글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긍정과 희망이라는
환등상幻燈像의
등불을 끄게 만드는 현실주의가 기본 모토로 깔려 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전편<살아야 하는 이유>에서 그는 불행의 힘으로 살아가는 힘을 얻는 것이 인생이라고 했다. 이번 책 제목으로서는 사랑하는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 하겠지만, 이 진부하고 빤한 이야기에 더해지는 강상중의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무척 듣고 싶은 걸.....
유독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거나 유독 탐닉하는 장르가 딱히 없지만, 강신주는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자 철학자이며 좋아하는 장르이다. 최근에 철학시리즈 3권이 되는 순자와 오자던가? 를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는데 자꾸 엉뚱한 신간이 나와 짜증나는 중이다. 그러고는 철학시리즈가 나오기 전에는 신간을 읽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하곤 하는데 이번 책은 강신주의 전공인 [장자] 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강신주의 초기 저작 두 권,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과 《노자: 국가의 발견과 제국의 형이상학》이라는 책을 한 권으로
묶은 책으로 『강신주의 노자 혹은 장자』가 새옷을 입고 나왔다. 다작가인 강신주의 책 가운데 최고의 책을 꼽으라하면 단연코 나는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이라 하는데 그만큼 장자에 대한 그의 해석은 탁월할 뿐 아니라 즐거운 사유의 세계를 체험케 하는 즐거운 모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림에 기댄 화요일』은 우리 옛 그림 24점을 선점하여 인문학적 감상으로 엮은 소위말해 '인문화첩'이다. 옛 선인들의 정신과 색의 파동 없이도 아름다운 자연을 담아낼 수 있는 것은 동양화만이 지닌 먹선의 힘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란 말이 있듯이 동양화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책이지 싶다.
『사람의 산 우리산의 인문학』 요즘 내게 책 말고 다른 취미가 생겼는데 시간 날때마다 산 타는 것이다. 작년부터 갑작스레 몸의 균형이 깨지는 느낌이 들어 올 봄부터 산에 다니기 시작하였는데 요것이 참, 중독성 있다. (서방님은 술 마시기 위해서 산 다니는 거라고 놀리곤 하지만 ㅎㅎㅎ) 확실히 체력은 국력이다~~!! 다음 달에는 마라톤 대회도 있어 더 열심히 하려고 다짐하고 있는데 뭐니뭐니 해도 산이 좋은 것은 산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동지애?가 나도 모르게 생기기 때문이다. 사람의 산과 우리 산... 위아더 월드 위아더 마운틴.....~~~!!
P.S: 그리고 또 하나의 취미가 생겼다.. ㅎㅎㅎ 하모니카 하나에 \21,000원 주고 구입하였는데
서방님의 취미인 김광석 노래 부르기에 필요해서다.
김광석의 노래를 완벽하게 연주하기 위해서는 G키와 C키가 있어야 한다고 하여
가장 싸고 대중적인 미화뮤직에서 샀다. 이니셜도 새겨 주는데
우리 산들바람의 약자이며 가족 닉네임을 새겨넣었다. M.F.W.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