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눈에 띌 때마다 리스트에 담아놓고, 날 잡아 서점에 들러 확인해보는 책의 실상(?)은
온라인에서 상상하던 것과는 은근히 다른 경우가 많더라..
2011년 1월에 출간된 인문/사회/과학/역사 분야 신간들 중에서,
오메가메 발품 팔아 찾아서 들여다본 책들.
◆ 실물을 보면 우워어~ '베개 사이즈'
한국의 젊은 지성 100명과 함께 읽는 우리 시대의 명저
철학자의 서재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지은이) | 프레시안 | 알렙
<프레시안>에 연재되었던 107편의 서평, 100명의 한국 철학자, 904쪽의 분량.
책 한권이 진짜로 하나의 '서재'와 맞먹는다. 그 물리적, 정신적 질량이라니.
(그래서, 상대적으로 책값은 참 착하다는 생각이 든다. ㅎㅎ)
철학책만 다룬 것이 아니라, 문학, 과학, 예술, 역사, 환경, 여성 등
다양한 장르의 입맛 당기는 책들을 다양한 필자들이 골고루 다루고 있다.
이런 '서평 모음집' 류의 책들은 대체로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다.
수박 겉 핥기, 원래 책으로의 독서 단절, 끝까지 읽히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한계도 있겠지만, 그 책의 핵심과 함께 독특한 시각을 제시해주는 글을 만날 때면
이거야말로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중과 소통하는 '캠퍼스의 글쟁이들'을 만나다
대중을 유혹한 학자 60인
박종현 (지은이) | 컬처그라퍼
'카카오톡'을 연상시키는(?) 표지, 예상외로 커다란 덩치. 실제로는 산뜻한 올컬러 본문.
→ 첫인상 : 헉, 교수들 진짜 많네~ 이걸 언제 다 보고 있나... (뒤적뒤적)
→ 잠시후 : 오~ 웬만한 분들 모습과 연구분야, 관심사를 한 눈에 훑어볼 수 있구만~
(누가 있는지만 확인하려다.. 그렇게 끝까지 계속 보게 되었다는...)
<세계일보>에 연재되었던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들' 시리즈를 보완하여 펴낸 책.
그 분야 최고의 학자일수도, 그저 대중에게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살펴보면 '아는 사람'이 꽤 많을, 이들이 바로 학계의 대중적 오피니언 리더들.
미국사에 감춰진 저항과 투쟁, 자유와 해방의 언어들
미국 민중사를 만든 목소리들
하워드 진 | 앤서니 아노브 (엮은이) | 황혜성 (옮긴이) | 이후
'참고자료' 자체가 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책이 되어 버렸다.
1492년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침탈에서부터 부시2세의 이라크 침략까지의
약 500년간, 미국의 실천적 지식인
하워드 진이
<미국민중사>를 쓰면서 참고했던
편지, 일기, 연설문, 기사, 시, 노래 등을 모아놓은 책이다 (1144쪽). 소로우, 헬렌 켈러, 마크 트웨인, 마틴 루서 킹, 말콤X, 이름모를 수많은 사람들, 거기다 부시2세의 대통령 당선을 비난하는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나 이라크전 참전 용사 가족의 항의편지도 보인다. (생생할수도 or 지루할수도..)
주류 역사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미국
저항의 목소리들, 자유와 해방, 반전과 평화의 목소리들이
날 것 그대로 여기에 모여있다. 맷 데이먼 등 유명 배우와 가수, 작가들이 이 책에 실린 글을 재연해 들려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
The People Speak (2009)
불쑥 솟아오르는, 우리에게도 이런 '민중의 목소리'를 모은 자료집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
◆ 뇌과학(brain science) 분야의 책들
뇌과학에 관심이 있다면, 함께 눈에 들어오는 1월의 신간들.
둘 다 개념적 이해를 도우는 '뇌 그림' 한 장 없다는 사실은 못내 안타깝다. (원서에 없더라도 번역본에 추가할 방안은 없는 걸일까?)
좌뇌와 우뇌의 非대칭성에 대해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는 나이 들수록 오히려 좌뇌-우뇌 사이의 연합이 더 활발해짐을 이야기하는 반면 (좌뇌♡우뇌),
<주인과 심부름꾼>은 좌뇌와 우뇌의 뚜렷한 차이에 주목하고 이들 반구 사이의 대결(뇌끼리 알아서 권력투쟁을?), 그리고 좌뇌 위주의 생활로 인해 서구 문명이 기계 중심적이고 관료적이며 독선적인 방향으로 흘러왔다면서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좌뇌 vs. 우뇌). 반구간의 특성 차이에 대해서는 실제 경험담으로 쓰여진 <긍정의 뇌> 쪽이 더 '우뇌적인 설명'인듯.
'20대가 지나면 머리가 점점 나빠진다(노화)'는 널리 알려진 잘못된 상식과는 반대로(!!!)
30대 이후에 오히려 두뇌 신경세포간의 네트워크 능력이 증가한다는 뇌과학적 발견은
<해마 - 뇌는 결코 지치지 않는다>에서도 쉬운 그림 + 설명과 함께 다뤄졌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뇌과학 입문서로도 적절한 <해마>는 아쉽게도 현재 품절 도서)
빠른 반응, 순간적 기억력, 젊음의 에너지 등은 나이 들면서 조금 약해질 수 있겠지만, 전전두엽 부분의 발달과 수초화의 진행에 의해 30대, 40대, 50대의 두뇌가 10대, 20대의 두뇌보다 장기 플랜 및 복합적 사고에 유리하다는 증거는 꽤 많이 제시되어 있다. (더 관심있다면 <내 안의 CEO, 전두엽>도 참고)
'지혜로운 연장자'의 숨겨진 이유가 인스턴트 디지털 바보의 시대에 뇌과학적 증거들로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한 셈이다.
"중년들이여, 꾸준히 발전 중인 나의 두뇌를 잘못된 믿음으로 둔하게 만들지 말 일이다"
퀀텀 브레인
제프리 새티노버 (지은이) | 김기응 (옮긴이) | 시스테마
양자물리학과 뇌과학 : 인간의 '마음'과 '의식', '현실'이나 '실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지금까지의 종교나 철학 이상으로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는 과학의 한 분야들이다.
두 가지 주제를 한번에 모두 다룬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데, "양자물리학의 프레임으로 뇌과학을 설명한다"는 이런 발상... 가능성/실력은 둘째치고, 언젠가 해보리라 생각하던 그 일을 누군가는 이미 해치웠다는 사실 앞에 호기심은 부러움과 질투를 타고 급상승한다.
실물을 보면 예상 외로 그리 어렵지 않다. 펼치는 페이지마다 반은 알듯, 반은 모를듯. 그런데, 그 '모르던 것'이 찬찬히 읽는 동안 아하~ 하며 '아는 것'으로 치환되어 가는 상쾌한 연쇄반응... 이럴 땐 뭐, 지갑이 대책 없는 거다. (잘 썼든 못 썼든 너는 내 운명...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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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종교가 잘못을 저지르면 과학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보다 더 많은 비판이 쏟아지는데 이는 어쩜 당연한 반응이다. 종교는 스스로가 무엇이 진리인지 알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고 주장하지만, 과학은 스스로가 어떤 것이 올바르지 않을 확률을 가늠할 능력만 갖추었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주장이 틀림없는 진리라고 오만하게 아집을 부린다면 (이를테면 그 아집이 올바르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하는 시늉이라도 해보지 않은 채) 거짓말 중에서도 가장 해로운 거짓말을 하는 셈으로 사람들이 등을 돌려버릴 만큼 그 어떤 실수보다 훨씬 더 나쁘다. - p.365 <퀀텀 브레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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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과 종교
러셀이 풀어쓴 종교와 과학의 400년 논쟁사
종교와 과학
버트런드 러셀 (지은이) | 김이선 (옮긴이) | 동녘
1935년에 출간된 버트런드 러셀의 저서. 213쪽의 생각보다 작고 얇고 가벼운 책이다.
역자 스스로 밝혔다시피, '종교와 과학'이라는 일반적 주제이기 보다는
'기독교와 과학' 의 관점에 관련된 내용. (제목 자체를 바꿔야 마땅하다는 언급도 덧붙인다.)
천동설 vs. 지동설에서 시작된
'기독교적 미신'과 '과학적 사고'와의 오래된 논쟁을 다룬다.
이름있는 철학자의 저서답게 종교와 과학의 갈등, 권력 관계, 정치적 욕망, 사회적 파급 효과 등을 차분하고 명료하게 짚어나가는 느낌이다. 꽤 오래전의 내용이라, 그의
'무신론적 철학' 대신에 물리학, 생물학 등 구체적인 과학의 분야들이 종교와 과학간에 더욱 첨예한 담론을 형성하고 있는 요즘에는 이미 어디선가 들어봤다거나 다소 옛날 이야기(?)처럼 생각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기독교 세계관과 과학적 사고, 근대 과학사의 재조명을 통하여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관점과 질문을 제시하는 듯하다.
진화의학이 밝히는 질병의 이유들
우리 몸은 석기시대
데트레프 간텐 (지은이) | 조경수 (옮긴이) | 중앙books
진화의학, 소위
다윈의학이라고 불리는 학문은 진화론에 입각하여 인체의 구조와 질병의 원인을 설명한다.
국내에 번역된 다윈의학 입문서로는 1999년에 번역된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가 단연 손에 꼽힌다.
<21세기 다윈 혁명>에서도 간략하게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독일에서 2010년 '올해의 인문서'로 뽑혔다는 이 책은, 만약 누군가에 의해 '설계'되었다면 더 완벽하게 설계되었어도 괜찮았을 인간의 몸이
(그러면 '불완전하게 만들어진 이유'를 굳이 갖다 붙이려는 분들이 꼭 있다 -_-;) 왜 질병에 걸리고 불편함을 겪는지를 '진화론'의 입장에서 흥미롭게 제시해주고 있다. 상식으로 알아두어도 좋을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은데, 눈길을 확~ 끄는 독일 원서 표지에 비해 고딕체 활자만 두드러질 뿐 이미지와 제목이 따로 놀면서 무슨 책인지 선뜻 와닿지 않는 한글판 표지 디자인은 책 내용에 비해 다소 '안습'이다.
성경은 어떻게 인류 문명을 지배했는가?
성경의 탄생
존 드레인 (지은이) | 서희연 (옮긴이) | 옥당(북커스베르겐)
성경을 다룬다면, 역시 번역과 편집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가톨릭/개신교 등이 공동번역성서를 함께 사용하기도 하는 외국과 달리, 개신교 내에서도 교파, 교회, 목사에 따라 다른 번역/다른 해석의 성경을 굳이 편갈라서 사용하기도 하는 한국 교회의 현실에서는 스스로가 이미 '성경 무오류'라는 미신을 거부하고 있는 셈(?!)인데, 역설적으로 '성경 무오류'를 믿음의 증거인양 소중히 간직하려는 근본주의적 목회자와 신도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걸 보면 아이러니라 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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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어로 전승되어 자체적으로는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되었던 <구약>과(이 책에서도 인정하다시피 구약의 일부는 오리지널이 아니라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더 오래된 전승을 유태인들이 변형시켜 받아들인것) 히브리어가 아니라 세련되지 못한 그리스어로 먼저 기록되었던 <신약>은 유태인의 역사와 서구 문명의 전개에 따라 그때그때 가장 권력을 가진 언어로 여러 차례 '번역'과 '편집' 과정을 거치면서 내용과 구성에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바이블Bible이란 말 자체가 '책들'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비블리아biblia에서 유래하듯이, 책이라면 어쩔 수 없이 거치게 되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fact)을 여전히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거부부터 하려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
영리하게도 이 책은 그러한 논란을 살며시 피해가고 있다. 제목이 '탄생'이라서일까? '번역'의 파란만장한 역사는 거의 다루지 않고, '편집'에 있어서도 구약/신약 '외경'의 존재를 당연히 언급하지만 성서 편집의 책임과 권위를 초기 교부에게 간단히 넘겨버린 다음, 멋진 도표와 이미지가 곁들어진 서구 역사의 장대한 흐름에 대한 이야기로 대부분의 내용을 채워버린다. (탄생이 아니라 '성장'편이 나오면 좀 다루시려나? ^ ^;)
그리스어 구약성경에 제2정경(외경)들이 포함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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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선반 대신 일정한 크기의 궤나 항아리에 두루마리를 보관했는데, 두루마리는 기록된 분량에 따라 길이가 제각기 달랐기 때문에 궤마다 일정한 개수를 담아둘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히브리 성서를 기록한 굵직한 두루마리를 하나 집어넣고 남아 있는 공간에 비슷한 주제의 단편斷片 두루마리들을 채워넣었다. 그런데 문제는 당시 도서관의 궤가 단순히 보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분류 역할도 맡고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여분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소박한 시도 덕분에 히브리 성서에 본래 없었던 제2정경들도 유대 민족의 역사를 기록한 문헌의 한 부분으로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이다. - 1장, 성서의 탄생 배경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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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3000년경 문명의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에서 페르시아, 로마 제국 등으로 이어지는 유장한 역사 이야기에 150여 장의 다양한 사진과 역사 지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도표를 더해 종교와 상관없이 모든 독자들이 인류 문명사의 첫 페이지를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도서 설명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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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다른 시도, 색다른 시선
진정한 휴머니즘을 향한 푸코의 사유와 실천의 여정 | 철학 스케치 2
미셸 푸코의 휴머니즘
디디에 오타비아니 (지은이) | 이자벨 브와노(그림) | 심세광 (옮긴이) | 열린책들
이런 출판 시도는 반갑고 또 즐겁다.
'신은 죽었다'고 한 니체에 이어, '인간도 죽었다'며 "휴머니즘의 죽음"을 이야기한 미셸 푸코.
휴머니즘에 대한 그의 생각들과 이에 대한 저자의 분석이 일반적인 책의 레이아웃을 벗어난 개성있는 카툰들과 함께 넉넉한 여백으로 제시되는 자그마한 크기의 책. 그림과 함께 읽고 생각하며 떠오르는 생각을 여백에 적어나가는 방식으로서는 아주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다. <스피노자의 동물 우화>와 함께 이런 시도가 출판시장에 새로운 독서 흐름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우리 집 개는 무슨 생각을 할까?
개의 사생활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지은이) | 고빛샘 | 전행선 | 구세희 (옮긴이) | 21세기북스
'움벨트(Umwelt; 환경)'라는 용어가 있다.
<떡갈나무 바라보기>에서 한바탕 다루어진 개념.
사람의 입장에서 멋대로 다른 동식물의 상황을 추측하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의 동식물이 인간과는 완전히 다른 각각의 시공간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에서 시작하여 그들 고유의 세계관을 존중하고 이해하려 한다.
(곤충의 시각이라면서, 적외선으로 찍은 꽃밭 사진을 본 적이 있다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내 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다면? '사람의 입장'에서 개의 행동을 '해석'만 할 게 아니라 진짜
'개의 입장에서' 개의 생물학적 조건과
환경에 따라 보이고 냄새 맡고 느껴지는 현실이 어떨지를 이해하려 시도해 본 것이다.
관찰 대상의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진다는 측면에서는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의 개 조련사 에피소드가 얼핏 연상되지만, 여전히 인간 중심의 서술을 하고 있는 그 내용과 달리 움벨트의 개념과 이 속에 담긴 이야기는 완전히 "
Whole New World"다.
'개털에 붙은 진드기의 입장에서 본 세상'에 대한 묘사부터가 '인간 관점의 이 세상'을 깜빡 잊게 만든다. (동물이야기 좋아하시는 분은 서점 가서 꼭 한번 넘겨보시길~)
SHAKESPERE SHAKES PERE
셰익스피어, 신을 흔들다
오순정 (지은이) | 매직하우스
공인회계사 출신의 한국인이 쓴, 셰익스피어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
셰익스피어의 정체가 당대의 철학자 베이컨이라느니, 여러 명이 썼다느니, 내용 속에 숨겨진 비밀이 있다느니, 등등..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별별 재미난 가설들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번에는 그의 묘비명에 얽힌 비밀부터 파헤치면서 '우상에 대한 비판'이라는 관점에서
Shakespere의 다섯 작품과 베이컨의 4대 우상과의 관계를 비교 분석한다.
사회비판/종교비판의 메시지를 뽑아내는 과정에서는 때로 과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눈에 띄지만,
"우상이란, 다름 아닌 '거짓'을 말하는 것" 이라거나
"날마다 우상을 숭배하지 말라는 계율을 읊조리면서 날마다 우상을 숭배하는 바보천치들" 같은 말들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효하고, 낯익은 고전에 대한 색다른 해석은 지적 자극을 가져다준다.
미술관 옆 인문학
하나의 주제에 {2편의 미술작품 + 관련 주제의 인문 고전 일부}를 배치한 인문 교양서.
색다르면서도 어디선가 본 듯한(?) 시도.
◆ 진짜 인도는 그런 환상의 나라가 아니라네
비슷한 시기에 인도의 '진면목'을 보여주겠다는 책 2권이 출시되어 있다.
'여행과 명상의 나라로만 인식되던 인도의 신비로운 베일을 벗겨내 정치사회적 실체를 보여준다'는 취지는 두 책이 모두 동일하지만, 한 권은 전쟁터에 던져진 급박한 특파원의 취재기, 다른 한 권은 '그건 아니거든요~' 하는 깐깐한 사회 비판자의 목소리를 듣는 느낌이다.
<인도, 끓다>는 관심의 초점을 정치, 종교, 사회적 갈등에 두고, 먼 과거보다는 현재 인도의 주요 문제와 직접 관련있는 시간대에 관심을 집중한다.
크게 2부로 나누어, 1부는 네루-인도 가문을 중심으로 한 인도 정치의 권력 관계와 숨겨진 실태를, 2부는 정치, 종교, 사회적 갈등으로 전쟁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인도의 어두운 속사정을 공개한다. 테러와 전쟁이 빈발하는 지역에서 목숨 걸고 취재한 KBS 뉴델리 특파원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이에 비해 <인도는 울퉁불퉁하다>는 다루는 주제나 시간대가 좀 더 흩.어.져.있다.
인도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려 한다는 점에서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와 일견 비슷한 느낌.
'아니야 아니야' 자꾸 부정하면서 근/현대 인도의 주요 인물과 정치, 경제, 문화 현상을 다룬다.
마하트마 간디나 인도여행 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걷어내는 비판들은 합당하고 통렬하다.
이 책에 실명이 언급된 류시화씨를 비롯한 '낭만적 인도' 여행 관련 저자들은 꽤 불쾌할 듯...
저자는 '카스트 제도'를 중심으로 인도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인상이 매우 강하다. 책 전반에 걸쳐 '카스트 제도를 개혁하려는 사회적 개선 노력을 했는가'가 인도 역사와 문화, 인물들의 가치를 평가하는 주된 잣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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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한 의견도 많지만, 까칠하고 어딘가 한쪽으로 치우친 듯한 비판적 어조가 책 전체에서 내내 유지되고 있기에 개인적으론 책 자체도 '울퉁불퉁'했다는 느낌. (<삼성을 생각한다>의 그 어조가 내내 떠오름)
비폭력 운동을 주장한 마하트마 간디의 위선적이고 보수적이며 정치적인 여러 행태에 대해서는 "어머, 간디가?" 라며 충격받을 독자들이 더러 있겠지만 (하기야, 금욕을 주장하면서 알몸의 여성들과 동침하길 즐겨했다는 간디 이야기를 위인전 같은 곳에 실을 수 있겠나),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현대 인도의 '성자'로 존경받았던 라마크리슈나, 크리슈나무르티, 오쇼 라즈니쉬에 대한 저자의 태도와 언급.
세 사람의 글을 각기 다른 이유로 좋아하면서도 그들에 대한 현실적 비판도 익히 알고 있기에, 혹시나 한국에서 접수하기 힘든 그들 '성자'에 대한 '현지 뒷담화'라도 들어볼 수 있을까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ㅅ^;). 책 소개와 달리, 본문에 나와있는 불편한 진실(?)이라는 내용은 이쪽 분야에 별 관심 없어도 그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늘 말해왔던 일반적인 얘기들. 차라리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에 나온 크리슈나무르티의 사생활 관련 이야기보다 자극적이지도 새롭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저서나 가르침이 20세기에 큰 영향을 끼친 이유에 대해서는 엉뚱하게도 '비베카난다'의 후광을 입은 것처럼 해석하면서 그 가치나 내용에 대한 분석이 거의 나와있지 않다.
라마나 마하르쉬, 라마크리슈나, 니사르가다타 마하라지, 크리슈나무르티, 라즈니쉬 등 20세기 인도의 정신세계를 대표하는 '메이저'급 인물들에 대해 몇 사람은 아예 이름도 언급하지 않고 지나가면서 (라마나 마하리쉬는 '붓다나 예수, 크리슈나와 같은 존재. 몇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인물'로 칭송되면서 19세기 말 유럽에 '인도 영성'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라마크리슈나는 타고르, 간디, 네루가 하나같이 찬양했으며 올더스 헉슬리가 그의 잠언집을 쓰고 로망 롤랑이 전기를 펴낸 인물로 현대 인도 최대의 교단인 '라마크리슈나 미션'이 그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사실상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다뤘던 것은 라마크리슈나의 제자 ' 비베카난다'. 종교지도자로서 인도 민중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현실적인 영향을 끼친 비베카난다의 삶이나, 저자가 현재 속해있는 곳(라마크리슈나 미션)을 고려하면 이러한 강조는 당연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크리슈나무르티와 오쇼 라즈니쉬의 명성이 비베카난다 쪽의 후광을 입어 세계에 널리 퍼졌다든지 ('비베카난다로 대표되는 여러 선각자들이 길을 닦아놓지 않았다면'이라고 썼지만, 비베카난다 당대에도 라마나 마하르쉬 등 종교와 영성 분야에서 그보다 인정받는 뛰어난 인물들이 있었고, 크리슈나무르티와 라즈니쉬는 그 시대의 인물들과 비교해서도 여전히 상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인물들이다. 사생활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ㅎㅎ;),
두 사람이 카스트 타파를 위한 사회개혁 운동보다는 그들 각자의 가르침을 펴는 활동을 주로 했다는 이유로 과소평가 하거나 단순히 사이비 교주처럼 언급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자 역시 '인도 성자를 무작정 우상화'하는 사람들과 동일하게 어느 한 면만 강조하는 '극단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애초에 인도에 대한 환상도 없었고, IT 기술자로 한국에 온 브라만 계급 인도인과 교류를 하면서 그들의 세계관도 접해보고 독특한 채식도 따라해보고 돈도 떼여보는 등-_-; 저자의 현실적 문제제기와 비판에 상당 부분 공감하며 이해를 표한다. 하지만 불교조차도 '카스트 제도 타파'의 관점에서만 의미를 해석하여 설명하는 등, 무시할 수 없는 인도의 정신적/영적 문화에 대해 특정 기준을 가지고 합당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다루는 모습은 '인도의 참된 모습'을 보여준다는 이 책에서 아쉽게 느껴지는 점이다.
과도하게 신비한 이미지를 흘리는 것(+) 만큼이나 그 가치를 제대로 몰라주는 것(-) 또한 현실적이고 균형잡힌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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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과 실제의 차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수많은 책과 함께 불타오르는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어느 고대인의 애틋한 심정' 내지는 '귀중한 책들과 함께 분서갱유로 생매장당하는 도서 애호가의 비통한 마음' 같은 것들...? 온라인에서 이 책에 대한 소개를 보았을 때 레드썬! 전생퇴행이라도 된 듯 떠오르던 이런 이미지들은 서점에서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를 펼쳐들고 몇 초 만에 싸악~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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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인터넷 앞에 앉으니, 진짜로 이 책을 읽어보고 쓴 '리뷰'는 '아직' 알라딘에 없는게 아닐까? 하는 불온한 생각. 페이퍼에는 단서가 조금 있다. 어쩌면 저자와 같이 서양문학이나 '책' 그 자체에 대한 매니아급 오타쿠가 한국에 엄청 많은지도...? (쏘리;;)
수염난 그리스 남성인줄 알았던 '호메로스'의 정체가 '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고, 혹은 '그녀'일수도 있다는 이야기들은 오래전부터 X파일에 올랐던 '셰익스피어의 정체'만큼이나 흥미로웠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나머지 부분은.. 대체로 들어보지 못했거나 사실상 아예 들어볼 수도 없었을 어떤 '가능성'의 책에 대한 이야기들...
도서 애호가님들을 몰라뵈어 죄송하지만, 혹시 책 제목에서 막연한 전생퇴행의 기시감(?)을 느껴 구입하려 한다면 (또는 '목차'에 나오는 인물들의 '잃어버리지 않은' 작품들마저 그닥 확실하게 떠오르지 않는 분들이라면) 최소한 '미리보기'를 통해 그 기시감이 어떤 '기대감'은 아닌지 미리 확인해두는 것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
이 책들이 나쁘거나 형편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 <우리 나무의 세계 1,2> 같은 것은 눈길을 확 끄는 표지, 올컬러 사진들과 함께 나무마다 곁들어진 문학 이야기로 다른 도감이나 사전들과 차별성을 가지게끔 단단하게 잘 만들어진 책(결국 사전?)이다.
단지 구경하거나 비치할 목적이 아니라면, 술술 읽히는 어떤 책들로 예상했다면(그럴리가?), 지갑을 열기 전에 실제 책 내용이 나의 기대감과 합치하는지 한번쯤 '확인'해두자는 말씀..;;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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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견들
창의성의 발견
"누구나 원하는, 그러나 아무도 알지 못하는 창의성을 찾아서" -p.12
요즘은 광고쟁이뿐만 아니라 누구나 쉽게 입에 올리는 '창의성'. 하지만, 내용을 말하라면 고만고만한 주먹구구식 설명이 되어버린다.
뻔한 내용일 것 같아(?) 잠시 시늉만 하려고 집어 들었다가도 쉽게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이 그런 이유에서이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제자로, 국내에 최초로 flow(몰입) 개념을 소개했던 저자는
창의성의 정의, 측정, 개발법에서 나아가 '한국적 창의성'까지 새로운 모색을 시도한다.
문용린/안철수/이어령/조벽 등 추천인의 면면도 막강하다. (추천 이유를 참고해보시라)
정치의 발견
<진보집권플랜>을 읽었다면 저절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제대로 하는 정치"이다.
도서출판 후마다타스 대표이자 최장집 교수의 제자인 저자가
심상정씨가 원장으로 있는 '정치바로 아카데미'에서 강의한 내용을 정리하여 출판한 것이니
그 성향이나 내용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대략 짐작할 수 있으리라.
작고 얇고 가벼운 책인데, 요모조모 생각하며 입장을 정리하려면 아마 시간이 좀 걸릴테지..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집단에서 '개인'으로의 진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개인의 가치를 역설하는 이 책은
매 챕터를 여는 '니체'의 문구만큼이나 호기심을 자극하고 다분히 도발적이다.
(하지만, 저자의 수준(?)을 알고 싶다면 아래 칼럼을 한번 맛보시길... ;;)
http://www.newdaily.co.kr/news/article.html?no=91199
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논문 같은 잡문, 잡문 같은 논문을 쓰고 싶다"는
강준만의 '한국학 논문' 모음집.
덜 뻣뻣하지만, 논문 맞습니다요. ;;
가짜 논리 : 세상의 헛소리를 간파하는 77가지 방법
그동안 당신만 몰랐던 스마트한 실수들
지난달에 소개했던 '비판적 사고' 3종 세트(^^;)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의 비이성적 사고도 문제이지만, 이걸
교묘한 논리로 이용하는 쪽도 당연히 문제가 있다.
자기 자신에게도 속지 않으려면(!) 이들 중 몇 가지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야 할 듯. 77가지라니, 지금껏 접해본 '언론의 헛소리 분석용 툴'로는 가장 다양한 종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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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이 물러가고 하루의 노고가 지나갔네 일생 탐험해야 할 새로운 세계가 저기서 재촉하고 있도다 아, 날개 하나면 나를 땅에서 들어올릴 수 있으리 그 날개짓 따라, 따라가 솟아오르리
- 괴테 <파우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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