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2 - 1916-1920 3·1혁명과 대한민국임시정부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2
박시백 글.그림 / 비아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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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 만화, 35년(1916-1920, 3·1혁명과 대한민국임시정부), 비아북


3·1운동을 전후한 국내외 움직임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과정, 공산주의에 기반한 독립운동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초기 독립운동이 기독교계 인사들, 미주 지역과 연결고리가 있는 인사들이 중심이 되었고 이런 흐름이 상해임시정부 수립에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이승만의 독단적인 움직임(위임통치 주장으로 해석될 수 있는 서한, 본인을 임시정부의 허락 없이 대통령이라 칭함, 국공채 발행 등의 재정권 주장)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었다.


후반부에 러시아 지역에서 이루어진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의 과정을 별도의 장으로 기술하고 있는데, 워낙 모임과 단체들의 이름이 비슷비슷하고 등장인물도 많아서 큰 줄기가 잘 잡히지는 않아서 아쉬웠다.


* 메모



제1장 독립을 향한 꿈

목차) 민족운동의 약화와 러시아의 정세/ 한인사회당/ 민족자결주의와 상하이 지역의 대응/ 미주 지역의 대응/ 2·8 독립선언


- 이런 상황을 마주한 이승만, 정한경은 대한인국민회 중앙총회장 안창호에게 편지를 보낸다. (중략) 이승만이 프린스턴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을 당시 총장이 윌슨이었다. 이승만은 윌슨과 강화회의 앞으로 새 청원서를 작성했는데 중앙총회와 의논 없이 두고두고 문제가 될 새 문안을 삽입한다. 56-57쪽

“연합국 열강이 장래 한국의 완전한 독립을 보장한다는 조건하에서 일본의 통치로부터 한국을 해방시켜 국제연맹의 위임통치하에 두는 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지지하여주시기를 간절히 청원하는 바입니다.” 57쪽



제5장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출범과 활동

주목할 점은 하나같이 공화제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어던 세력이건 이승만을 첫째나 두 번째 지위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째서 이승만이 압도적으로 지지받는 상황이 펼쳐지게 됐을까? 파리강화회의와 민족자결주의가 주목받는 국제 정세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이 시기 독립운동의 세력 분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실천적 계몽운동 출신들이 주류를 형성한 가운데 출신 지역별로는 이른바 기호파와 서북파가 많았다. 기호파의 대표 인물은 이상설이었는데 세상을 뜨면서 이승만이 부상했고 서북파의 대표 인물은 안창호였다. 160-162쪽



- 이승만은 기묘하리만치 대통령이란 직함에 집착했다. 그리고 앞서 본 대로 한성정부에서 선출한 대통령(집정관)임을 내세우면서 오히려 상하이임시정부 위에 군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승만이 집착한 또 한 가지는 재정권이다. 임시정부와 협의를 거치지도 않은 채 구미위원부를 설립한다. 그리고 미주 지역에서의 제정권을 구미위원부에 귀속시킨다. 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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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 소설의 첫 만남 2
성석제 지음, 교은 그림 / 창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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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 소설,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 창비


초등학교 3학년 백선규는 아버지의 미술 재능을 물려 받았다. 아버지는 학창 시절 집안 사정으로 화가의 꿈을 접고 농사일을 선택했지만 지금도 읍내 화방에 들러 화구를 살 정도로 미술을 사랑한다. 백선규는 4학년 이상만 출전하는 사생대회에서 편법으로 출전해 장원을 한다. 여전히 군민 체육대회 날 운동장에서 열리는 축구 결승전을 보고 싶어 안달하지만 사생대회와 겹쳐 보지 못한다.


백선규는 이제 4학년이 되어 떳떳하게 사생대회에 출전한다. 마치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 진출이 걸린 최종예선 최종전처럼 말이다. 반드시 형형색색의 크레파스와 두터운 스케치북을 부상으로 받을 것이라는 욕망으로.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그는 다시 장원을 한다. 그 장원이 그가 노년까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디딤돌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그 우여곡절 속에 담긴 한 움큼의 죄의식 속에서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그리고 아버지가 뒷받침 해준 환경적 요인은 분명 백선규가 화가가 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어린 시절 두 번째 사생대회가 백선규 그림의 자궁이다. 어쩌면 운명이겠다.



- 나는 화가가 된 후 풍경화를 그린 적은 없어. 나는 그림의 원형, 본질로 돌아갔어. 선과 원, 점, 그리고 바탕이 되는 사물의 원형, 본질을 최대한 추상화하고 이상화한 상태로 만들어 갔어. 내 모든 색깔의 원형은, 이상은 그날 그 하얀 시멘트 길과 그 위의 흰 햇빛이야. 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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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기둥 - 제36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민음의 시 242
문보영 지음 / 민음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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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영 시집, 책기둥, 민음사
#책기둥 #문보영



시의 경계가 확장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시는 이미지를 만드는 문학이다. 서사 문학인 소설과의 차이점이다. 물론 묘사 외에도 진술을 통해 시적 의미를 확장하고 변주해 나가기도 하지만.



문보영 시인의 첫 시집은 일반 독자들이 시(詩)라고 생각하는 지점에서 양팔을 벌린 거리만큼 떨어져 있다. 발견 보다는 발명에 가까운 시집이다. 시인은 ‘도서관, 시를 쓰는 일(앙뚜안, 지말, 스트라인스 같은 시인들의 등장), 신’을 시 속에서 창조해낸다. 근엄함과 엄숙함 보다는 오히려 엉뚱함과 장난스러움, 별 내용이 아는 것 같은 일상성으로 그들의 행동을 서사적으로 이끌어 나간다. 수학적 기호나 도형을 활용하고 연극적 요소를 끌어들이기도 한다.



물론 이것이 완전히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시인은 마치 아웃복싱을 하는 권투선수 같다고 생각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는 링 위를 벗어날 수 없음을 알기에 로프에 기댔다가 그 반동을 위해서 주먹을 쭉 뻗고 힘들면 상대방의 팔에 자신의 팔을 끼우고 잠시 숨을 고르는 선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이런 시인의 발랄하지만 처절한 노력이 글자들의 이면에 느껴져서 다시 읽고 싶은 시집이었다.




* 메모

- 오리털파카신 13쪽

신이 거대한 오리털 파카를 입고 있다 인간은 오리털 파카에 갇힌 무수한 오리털들, 이라고 시인은 쓴다 이따금 오리털이 삐져나오면 신은 삐져나온 오리털을 무신경하게 뽑아 버린다 사람들은 그것을 죽음이라고 말한다 오리털 하나가 뽑혔다 그 사람이 죽었다 오리털 하나가 뽑혔다 그 사람이 세상을 떴다 오리털 하나가 뽑혔다 그 사람의 숨통이 끊겼다 오리털 하나가 뽑혔다 그 사람이 사라졌다
죽음 이후에는 천국도 지옥도 없으며 천사와 악마도 없고 단지 한 가닥의 오리털이 허공에서 미묘하게 흔들리다 바닥에 내려앉는다, 고 시인은 썼다




- 지나가는 개가 먹은
두 귀가 본 것 27-33쪽 부분

2. 망원경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분리된 귀는/ 눈을 감았다 떠 보려 시도한다 그러자/ 앞이 보인다/ 낡은 방의 구석/ 천사들이 생선 더미마냥/ 쌓여 있다 그들은 얼굴을/ TV처럼 틀어 놓고 자고 있다/ 어디선가/ 신이 나타나 그들의 얼굴을 꺼준다/ 창가에는 고개를 수그린 오래된 망원경/ 귀는 망원경으로 지구를 관측한다/ 그것은 불 꺼진 도서관 모서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자판기에 달린 반환구 모양이다 (후략)



- 역사와 신의 손 60-65쪽 부분

8
신의 손을 놓친/ 남자는,/ 신의 손을 편 채 뒤집어 가방 위에 올려놓았으므로/ 신이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는/ 모양의 책은 누구에게나 공유될 수 있다/ 돌아왔을 때,/ 읽던 부분부터 다시 읽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남자는/ 일어선다/ 가로로 긴 검정 가방에 달린/ 두 개의 주머니 중/ 지퍼가 고장 나/ 닫힐 수가 없는/ 왼쪽 주머니에서/ 별 모양 치즈 과자 봉지를 꺼낸 뒤/ 도서관을/ 나서는 것이다


- 정체성 156-157쪽 부분

가진 것이 멍색 고무풍선뿐인 어린이는 할 일이 없어 풍선을 분다 터지기 직전까지만 불고 천천히 바람을 빼고 있다 그 바람을 모아 내가 한숨을 내쉰다 풍선이 터져 버리면 아이는 가지고 놀 장난감이 없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구분되지 않아서 풍선은 멍색을 유지한다

사람 대신 바위가 우는 책을 읽으며 우리는 동일한 정체성을 유지한다 우리는 알아요, 풍선을 터뜨리면 더 이상 숨을 참을 필요도, 숨으로 분풀이할 필요도, 사람이 죽어 가는 책을 읽을 필요도 없다는 걸요

사내는 책을 탁, 덮는다 방금 누군가 나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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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살이 詩집살이
김막동 외 지음 / 북극곰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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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막동, 김점순, 도귀례, 박점례, 인기임, 양양금, 윤금순, 조남순, 최영자, 「시집살이 詩집살이」, 북극곰
#시집살이

전남 곡성군 입면 서봉마을에 사는 할머니들의 시(詩) 모음집이다. 경남 합천군 대병면에 사시는 아흔을 바라보는 나의 할머니의 말씀을 받아 적으면 그대로 시가 될 텐데. 얼마 전 사랑방이 홀라당 타서 많이 속상했겠다.

* 메모

- 김막동, 결혼 16쪽

신랑 두루마기 해 줄라고/ 베를 놨는디/ 얼매나 급했으면/ 그 베를 못 짜고/ 두루마기를 얻어 입고 왔네/ 신랑 옷을 벗겨블고/ 그 베를 시집와서 짰네/ 그란께/ 시어메가 나만 이뻐했지/ 동시가 그 꼴을 못 보네/ 시어메가 힘 떨어진께/ 동시한테 시집살이 당하네.


- 도귀례, 생일. 58쪽

돈이 없슨게 안 와/ 경비가 든게로

와야 줄 것도 없고/ 차비도 없고/ 그냥 작파해붓어/ 다들 힘들게 산디.


- 양양금, 시집살이, 131쪽

니 설움 들어가거라
내 설움 나간다.

- 조남순, 눈이 쌀이라믄 155쪽

눈이 쌀이라믄/ 밤새도록 잠도 안 자제/ 새벽에 쓸어 올라고/ 남의 집 고샅이라도/ 다 쓸어오것제.

- 최영자, 눈, 171쪽

눈이 하얗게 옵니다/ 시를 쓸라고 하니/ 아무 생각도 안나는/ 내 머릿속 같이 하얗게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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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지 않음, 형사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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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께이,《기억나지 않음, 형사(The Man Who Sold the World)》, 한스미디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형사가 살인사건이 발생한 2003년부터 현재(2009년)까지의 기억을 문자 그대로 잃어버렸다. 부부와 뱃속의 태아까지 3명의 일가족이 무참히 살해된 사건은 이미 종결된 지 한참이다. ‘쉬유이’ 형사는 위 사건을 영화화하는 소식을 듣고 이를 취재하는 ‘아친’ 기자와 위 사건을 되짚어나간다.


전반부까지 일반적인 추리소설의 스토리를 충실히 따른다. 이 소설의 푼크툼(punctum)은 데이비드 보위의 음반과 노래(세계를 팔아넘긴 사나이(The Man Who Sold The World))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다. 보위의 노래는 진범의 추리과정에서 단서를 제공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는 이 소설의 중심 소재이자 후반부의 반전의 반전의 반전의 근거다.


기억나지 않음. 사람들은 망각을 괴로워한다. 나이가 들수록 예전에는 또렷이 기억나던 것들이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다. 반대로 수십 년 전의 기억은 또렷한데 어제 있었던 일은 기억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기억할 대상, 망각의 대상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억 자체를, 망각 자체를 망각하는 상황이 두렵다.



* 메모


- 전문가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반응에 네 가지 단계가 있다고 한다. 과민반응, 감정의 회피, 충격의 재경험, 그리고 회복이다. 138쪽




지난주에 홍콩섬 웨스턴 서덜랜드가에 있는 둥청아파트 3층에서 섬뜩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부부가 칼에 찔려 사망했는데, 아내는 심지어 임신 중이었다. 남편 정위안다(鄭元達)는 키가 작고 통통한 체형이며 작은 무역회사에서 한 부서의 책임자로 일했다. 아내인 뤼슈란은 정위안다보다 몇 살 어린데, 결혼한 뒤 말단 창구직원으로 일하던 은행을 그만두었다. 네 살 난 딸을 돌보면서 새로 태어날 아기를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18-19쪽


- 지금 이런 감각을 ‘미시감’이라고 하는 거겠지? 낯선 사물을 익숙하게 느끼는 ‘기시감’과 반대로 미시감은 익숙한 사물에 대해 낯선 감각을 느낀다. 이상한 것은, 낯설긴 한데 또 한편 완전히 낯선 느낌은 아니라는 점이다. 마치 기시감과 미시감을 동시에 느끼는 것 같다. 27쪽



- “난 린젠성이 진범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그냥 사건에 어떤 의문점이 있으니 확실하게 하고 싶은 거예요. (중략)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단기적인 기억상실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내 주치의가 한 말입니다. 단기적이라는 건 몇 시간 정도 짧은 기간의 기억을 잃어버린다는 뜻이 아니라 기억상실 상태가 이어지는 기간이 짧다는 뜻입니다. 나는 기억을 잃은 지 세 시간밖에 안 됐지만, 금방이라도 기억이 돌아올지 몰라요.” 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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