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거나 나쁘거나, 기대가 독서에 미치는 영향


 

20188월에 읽은 책들이다.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느라 일주일쯤 책을 읽지 못했다.

늘 여행지에서 읽으면 좋을 책들을 골라 캐리어에 넣곤 하는데
여행지에서 느긋하게 책을 읽어본 적이 거의 없다.
낮에는 이곳 저곳 돌아다니느라 바빴고,
밤에는 피곤해서 침대에 누우면 이내 고개를 떨구며 잠들기 일쑤였다.
(
나의 여행은 늘 분주했다.)

그 일주일을 제외한 나머지 날들은 좀 더 성실하게 읽으려고 노력했다.


 

가장 읽기 힘들었던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북유럽 여행을 꿈꾸고 있어서 선택한 책이다.
작가에게는 먹방계의브라이슨이라는 수식어가 달려 있었다.
이 책을 읽은 뒤의 소감을 띠지 문구처럼 표현한다면, 이렇다.
─ 미치겠다. 화가 났다. 엄청나게.

부제와는 달리 '미친 듯이 웃긴' 포인트를 전혀 찾을 수 없었던 책.
작가는 북유럽 5개국 사람들은 꽤 내성적이고 지루한 타입인데,
자신은 아내 때문에 덴마크에서 10년째 살고 있지만 그런 사람들과는 다른 영국 사람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작가 또한 북유럽 사람들에게 이미 동화된 듯. 그게 아니라면 수식어가 과했거나.

두께가 꽤 되는 책이었지만 읽은 게 아까워서 꾸역꾸역 읽었다.
이렇게 손에서 놓아버리면 다시는 못 읽을 것 같아서.
수식어를 믿고 과감하게 밑줄을 그어 버려서 중고책으로라도 팔 수가 없기에.


 

 

기대와 달리 알차지 못했던  <열두 발자국>

뇌과학과 관련된 깊이있는 과학책을 원했지만 자기계발서에 가까웠던 책.
채사장이<열한계단>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기대 이상으로 알찼던 <풍요와 거품의 역사>

인간의 역사에서 돈이 빠질 수 없으므로 거의 세계사를 담은 것 같았던 책.
경제사만 있었다면 어렵고 머리에 속속 안 들어왔을지도 모르는데,
세계사와 접목하니 꽤 알차고 재미있었다.
특히, 지폐 발행과 은행 제도는 대국민 사기라는 내용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이 책 왜 이렇게 더러워졌을까. 그만큼 열심히 읽었다는 반증.


 

 

너무 얇아서 순식간에 읽어버린 <칼자국>, <문맹>

평소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이다.

아껴 읽고 싶었는데, 작가가 글을 너무 잘 써서 술술 읽혔다.


 

전국을 유랑하는 이동책방에서 산 <있으려나 서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지나칠 수 없는 책.
이런 책도 있으려나 싶지만,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서점.

작가의 기발함에 박수를 보낸다.


 

 

8월에 읽은 책들 가운데 가장 잘 읽히고 재밌었던 <폭풍의 언덕>

그저 연애소설인줄 알았는데 고정관념을 깨줬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에밀리 브론테의 천재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 책.


 

 

한국문학 <뜨거운피>, <고고심령학자>, <미스플라이트>

세 권 모두 잘 읽히는 책들이었다.


 

 

황현산 선생님의 <밤이 선생이다>

그동안 번역한 글로만 만났던 선생의 글. 선생의 생각이 담긴 글을 너무 늦게 만난 것 같아서 아쉽다.
바른 문장, 명료한 표현, 모두 내 스타일.

선생의 나머지 책들은 모두, 아껴 읽고 싶다.


 

 

오른쪽에 책등이 제대로 안 보이는 책은 <열하일기>이다

8월은 여행의 계절이니, 중국 여행기를 담은 이 책을 읽으려고 했었다.
호기롭게 시작했으나, 하루 뿐이었다. 아마도 책등이 보이는 만큼도 안 읽었을 것이다.

9월엔 꼭 완독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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