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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 - 조직의 모든 어리석음에 대한 고찰
군터 뒤크 지음, 김희상 옮김 / 책세상 / 2016년 3월
평점 :
저자는 ‘집단 어리석음’을 ‘집단 지성’이라는 용어에서 도출했다. 집단 지성이란 오픈 이노베이션과 맥락을 같이 한다. 우리는 집단 지성하면 ‘팀으로 일하는 기쁨’과 전체를 위해 매진하는 모두의 뜨거운 내적 동기를 떠올린다.
현실은 어떤가? 실제 조직에서는 지극히 다양한 문제들을 늘 같은 환경 안에서만 해결하려 한다. 그때그때 특별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고의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부서의 직원들과 회의를 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환경에서는 집단 지성은 거의 발현되지 않는다!
저자는 뉴질랜드출신의 자칭 프레젠테이션 트레이너 올리비아 미첼의 그래프를 보고 번개가 번쩍하는 영감을 받았다. 가장 바람직한 상태는 “천제적으로 간단명료함”을 지향해야 하지만 우리 조직과 팀, 회의의 상태가 그래프 왼쪽에 몰려 있다. 이것이 바로 ‘집단 어리석음’이다.
동료와 상사는 스마트한, 천재적인 해결책을 추구하지만, 현실의 결과는 언제나 ‘정이 가지 않는 간단함(기능 역시 좋지 못함)’ 또는 ‘장황하고 복잡함(가능하지만 사용하기에 지나치게 어려움)’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한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은 레몬 시장(Market for Lemon) 이론으로 유명한 조지 애컬로프에게 돌아갔다. 애컬로프는 구매자가 구입하는 상품의 품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중고차 시장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이때 레몬은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 곧 하자 상품을 뜻한다.
교활한 중고차 딜러의 간계에 속아 넘어간 고객의 분노는 폭발직전이었다. 고객은 중고차 시장을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았고, 가격을 제대로 치르려 하지 않았다. 가격의 낙폭이 너무 커서 양심적인 중고차 딜러도 큰 피해를 보았다. 그들은 시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남은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중고차 시장의 붕괴였다. 애컬로프의 연구는 ‘보이지 않는 손’의 시장 원리가 정보의 비대칭성에 지배당하는 시장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만일 레몬 시장 이론을 세계적인 차원으로 확대한다면 어떻게 될까? 금융 위기와 장기 불황 의 여파는 자칫 양심적인 업체마저도 사기 행각에 동참하게 한다. 소비자 역시 속아 넘어가지 않기 위해 기회주의적이고 비열한 행태를 보일 수 있다. 저자의 처방은 간단하다. 안정적인 경제 호황이 오래 지속되어 여유를 갖고 너그러운 마음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똑똑한 개인으로 구성된 집단이 다른 쪽을 ‘멍청하다’ 여기고 속이기 시작하면, 집단 전체는 어리석어지며 서로를 향한 불신에 사로잡힌다.” - 173쪽
저자에 따르면 우리 각 개인은 매우 똑똑하며, 집단 어리석음이 어떤 것인지 직관적으로 잘 안다. 그러나 우리는 지능을 적대적으로만 사용해 온 탓에 저마 앞다투어 신뢰의 바탕을 무너뜨렸다. 적대적인 지능은 상대의 존재 기반을 흔들었고 결국 거대한 집단 어리석음을 양산했다.
“일류는 일류를, 이류는 삼류를 고용한다.” - 185쪽
이류 교수는 후임을 채용할 때 자신보다 못한 삼류만 찾는다. 그래야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북 스마트(book smart)와 스트리트 스마트(street smart)를 구분한다. 북 스마트는 점수만을 위해 일하는 무리다. 스트리트 스마트는 이득만 노리는 무리를 말한다. 조직이 집단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북 스마트와 스트리트 스마트를 함께 묶어내야 한다.
집단 지성과 집단 어리석음의 차이는 일류와 이류의 차이에서 조망할 수 있다. 일류는 매일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주의력을 키우고 배우는 자세를 잃지 않으려 한다. 고객과 시장의 반응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이에 반해 이류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서 좋은 점만 찾으려 든다. 칭찬이나 보상에만 목을 맨다. 기업은 일류를 고집하는 비판적인 직원을 가져야만 성공한다. 집단 어리석음에 사로잡힌 기업은 계속해서 모든 탁월함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국가, 단체, 기업, 집단은 미지의 세계를 향해 새롭게 도전할 때 집단 어리석음을 깨끗이 잊는다. 그런 어리석음에 사로잡힐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 460쪽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