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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따르는가 - 스티브 잡스의 사람 경영법
제이 엘리엇 지음, 이현주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9월
평점 :
이 책은 스티브 잡스에 대해 거의 모든 것을 알려 준다.
저자 제이 엘리엇은 전 애플 수석부사장이었다. 그의 이력은 미국 IT의 역사와 함께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0년대에 기업 IBM에 입사했고, 인텔을 거쳐 1980년 스물다섯 살의 스티브 잡스와 운명적으로 만나 애플 호에 승선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20여 년간 스티브 잡스와 함께 제품 개발, 인재 채용, 조직 문화 등 애플의 전반적인 경영을 함께 하면서 잡스가 가장 믿고 기댄 정신적 멘토이자, 잡스의 괴팍한 천재성을 애플의 성과로 일구어낸 전문 경영인이었다.
그래서 잡스를 직접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의 창의성과 인간 됨됨이를 숨김없이 우리에게 들려 준다.
월터 아이작슨도 잡스를 솔직하게 보여 주었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았다. 가령 아래를 보자.
"안타깝게도 선(禪) 수행은 그에게 선의 평정이나 내적 평온을 길러 주지는 못했으며 그것 역시 그가 남긴 유산의 일부가 되었다. 그는 종종 단단히 꼬이고 참을성 없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러한 특성을 숨기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리와 입 사이에 야만적인 감정과 성마른 충동을 조정하는 조절기를 갖고 있다. 잡스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가혹하리만치 솔직한 성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무언가가 형편없으면 그것을 포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내가 한 일입니다.” 이런 성격은 그를 카리스마와 영감이 넘치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따금 (속된 말로 쓰자면) ‘또라이’로 만들어 주기도 했다."(월터 아이작슨, <스티브 잡스> 878쪽)
하지만 저자 제이의 시선은 이보다는 훨씬 따뜻하다.
"스티브는 다수의 소중한 의견을 듣긴 했지만, 거의 모든 식사 자리에서 대화를 지배했기 때문에 리더십에 대해 그다지 많은 지혜를 얻지는 못했다."(210쪽)
나는 이 책을 통해 그간 회자되어 오던 일화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가령 검은 수요일(Black Wednesday)로 알려진 사건도 그랬다.
사건의 요체는 잡스가 자신의 사무실로 직원들을 한 명씩 불러 회사를 나가라고 말한 것이다. 모두 30명 정도-이는 중성자탄 잭 웰치의 경우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였는데, 거기에는 매우 유능한, 아니 애플 최고의 엔지니어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저자의 평가는 어땠을까? "그것은 좋지 않은 결정"이었다면서, "회사 전체에 빠르게 영향을 미쳤다"라고 언급한다. 하지만 회사 전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또다른 하나는 엘리베이터 비화(秘話)이다.
모두들 엘리베이터에서 스티브와 마주치는 일이 없기를 기도했다. 스티브가 엘리베이터에서 직원을 만나면 이렇게 물었기 때문이다. “내가 당신에게 주고 있는 돈을 받기 위해 당신은 오늘 무슨 일을 했지요?” 그렇게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스티브를 만난 누군가가 스티브 마음에 드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고되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사실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운동이라면 질색을 하던 사람들도 계단을 이용하기 시작했다.(55쪽)
스티브 잡스는 때로 튀는 아이디어를 감당하기 못해 주위에 불벼락 같은 화를 내뿜기도 했지만, 선천적으로 섬세한 성격이었다. 가령 그는 3평방인치 넓이의 자리에 단어 세 개를 어디에 배치해야 가장 좋을지를 놓고 엔지니어들과 20분 가량 입씨름을 하기도 하고, 세탁기에 대해서도 치열한 호기심과 열정을 보였다고 한다.
저자는 세탁기 사례를 놓고 이렇게 해석한다. "스티브의 세탁기 이야기는 우리에게 하나의 과제를 던져준다. 그 과제는 바로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하나의 가치를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저자는 스티브를 알고 지내던 동안 그에게 우는 모습을 가장 많이 보여준 사람이 바로 스티브 자신이었다고 한다. 정작 잡스는 직원들 눈에서 눈물을 쏙 빼놓기도 했지만, 내면적으로는 그 울분을 삭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듯 이 책은 스티브의 인간적인 모습들을 생생히 전해준다.
스티브는 자신이 원하는 문화와 그 문화에 어울리는 유형의 사람들, 니즈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사람들을 원했다. 한 마디로 '해적'이었다. '해적'은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때로는 도전적인 삶을 살고 정당한 규칙은 철저히 지킨다. 그 '해적'들은 스티브와 함께 우리의 고루한 통념과 인식으로 뒤덮인 바다를 헤집고 다니면서 깨뜨리고 부수며 해체한다.
그렇다면 '해적'은 어떤 실체였을까? 애플에 다녔던 직원 한 명은 저자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원대한 비전과 함께 회사 전체로 파문처럼 지시 사항을 전달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와 임원진입니다." 이 해적들이 세상을 열광시키고 새로운 트렌드로 이끈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스티브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 전 세계인이 애도의 감정을 토로한 이유는 그의 제품이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