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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권의 책으로 노무현을 말하다
김병준 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2009년 5월 23일.  온 국민에게 잊지 못할 슬픔을 안긴 날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일이다.  온 국민이 그를 추모하고 애도했다.  그리고 뒤늦게 우리에게 필요한 한 인물이 죽음으로 사라진 것을 통탄했다.  나 역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고 안타까운 죽음에 비탄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여느 대통령과 다른 각별한 감정을 가진 적은 없었다.  그의 영결식을 보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 눈물을 쏟기는 했지만 한 나라의 원수이던 당신이 그렇게 생을 마감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과 불편한 마음이 컸다.   

  이후 그의 자서전 <운명이다>를 포함해 그의 정신을 기리는 많은 책이 잇달아 출간되었다.  이 책은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읽는 고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그의 끔찍한 비보 후에서야 온 국이 사죄하듯 봇물처럼 쏟는 애정과 추모의 물결에 솔직히 합류하고 싶지 않았다.  진정으로 당신의 정신과 사상을 온전히 찬양하던 이는 몇이나 될까?  현 정부를 비난하고 헐뜯는 것이 곧 당신에 대한 애정의 증거가 된다고 여기는 몽매한 자들을 많이 보았다.  뒤이어 출간된 책들 역시 이런 성격이 짙어 보였다.  당신을 감성적으로 추모하고 국민으로 하여금 현 정부를 불신하도록 하는 것이 진정 당신이 원하는 일일까?  어쩌면 당신의 죽음은 그들에게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생각조차 지울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책 <10권의 책으로 노무현을 말하다>는 조금 달라 보였다.  이 책은 생전 고 노무현 대통령이 읽었던 책 중 10권을 선정하여 그 책의 의미를 이해하고 당신이 고민하고 꿈꾸었던 국가를 엿보게 하는 책이었다.  그 10권의 책들은 다음과 같다.  장하준의 <국가의 역할(2006)>, 폴 크루그먼의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2008)>, 로버트 라이시의 <슈퍼자본주의(2008)>, 람 이매뉴얼*브루스 리드의 <더 플랜(2008)>, 제프리 D.삭스의 <빈곤의 종말(2006)>, 제러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2005)>, 앤서니 기든스의 <이제 당신 차례요, Mr. 브라운(2007)>,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의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2006)>, 요시다 타로의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2004)>, 토머스 키다의 <생각의 오류(2007)> 

  솔직히 나는 놀랐다.  대통령이 책을 읽으리라곤 생각지 않았었다.  그의 곁에는 모든 분야의 전문지식인들이 즐비하고 그들의 조언과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국가를 위한 결정을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전에도 고 노무현 대통령은 책 읽기를 즐겼다고 한다.  한 철학교수의 강연회에 참석했을 때 그가(실명을 거론하는 것은 의미가 없기에 생략한다.) 한 말이 기억난다.  "저는 정치인, 판검사 등 어리어리한 사람들에게 책로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성의라 생각하고 받아주세요 라면서 사과 궤짝을 실어주면 이건 도로 가져가고 자네가 내게 성의를 보이고 싶다면 조만간 메일을 보내겠네. 그 메일을 열어보고 내용대로 준비해주게. 하는거죠.  그리고 메일 안에는 읽을 책 목록을 쫙 수백 권 적어 보내는거예요.  캬~ 기가 막히지 않아요?  저는 책 로비 받는 정치인이라면 무조건 지지할 것 같아요.  이런 사람? 아무도 무시 못합니다.  술접대, 골프접대?  솔직히 해주고도 누구나 비웃어요" 라고 한 말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도 국가를 위한 건설적인 계획을 꾸준히 해오며 공부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이 책은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에 있거나 그의 정치적 입장과 사상이 같은 자들이 한 권의 책을 선정하여 발표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10권의 책 모두 쉽게 읽을 만큼 호락호락한 책은 아닌데 발표자들이 요점 정리를 잘 해두어 마치 한 권의 책을 읽은 듯 하다.  그리고 고 노무현 대통령과 뜻을 같이하는 자들의 해석을 통해 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시 고민하고 지향하던 것들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역시 정치라는 것은 좌파, 우파가 존재하며 이들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일까?  정치인들의 세력 싸움과 타 정당 헐뜯기에 신물이 나는 나로서는 이명박 정권을 질타하는 구석구석 내용이 거슬리기도 했다.  어찌보면 내가 현 정권에 호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런 오해는 없길 바란다.  지지하는 정당은 차치하고 온전히 한 개인의 칭송받을만한 태도와 견해, 사상 따위를 설파하는데 그칠 수는 없었던 것인지.  판단은 국민, 유권자에게 맡겨둘 수 없는지.  정당은 나라를 위해 일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정당이 정당을 심판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그저 '심판' 하겠다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그리고 6.2 지방자치선거에서 유독 많이 등장한 이 '심판' 이라는 단어,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안든다. 

  이 책은 훌륭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부분이 내게는 결코 즐겁지 않았다.  그리고 참으로 아쉽다.  이렇게 나라를 위해 고민하던 이가 왜 그리 빨리 가셨는지.  살아서 조금씩 바꾸어 보려고 노력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또 이처럼 위정자들이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진
정 고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는 나라,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가 도래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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