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 - 채만식 장편소설 한국현대문학전집 (현대문학) 12
채만식 지음, 공종구 엮음 / 현대문학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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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현대문학 전집이란걸 턱하니 사놓고 읽고 있다.

고딩 국어시간때 많이 "외우던" 책들.

 

채만식의 탁류.. 음.. 대략.. 

거두절미.. 한구절을 옮긴다.

 

"그러나 그는 겨우 그 양으로 눈이 갔을 뿐이지.

질을 알아낼 시각엔 이르질 못했다.따라서, 가난과

병과 무지로 해서 불행한 사람이 많은 줄까지는 알았어도,

사람이 어째서 가난하고 무지하고 병에 지고 하는냐는 것은 아직도 알지를 못한다." (493)

(승재를 두고 하는말)

 

초봉이의 비극은 결국 채만식의 말대로 인간풍속과 욕심에서 비롯되리.

어디 초봉이의 비극뿐이랴. 2012년을 사는 우리네도 그렇지 않겠는가.

풍속과 욕심!

아.. 어떻게 살아야 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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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 너머의 역사담론 1
오항녕 지음 / 너머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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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광해군이 핫인물이다.

그를 소재로 한 영화도 히트를 치는 모양이고..

또 한국외교를 논할때 단골손님으로 늘상 등장하는 인물이 또 광해군이다.

 

광해군은 성군인가? 폭군인가?

인조반정으로 인해 물러났다면 필경 무슨 잘못이 있었을테다.

폐모살제! 어미(인목대비)를 죽이고 형 임해군과 아우 영창대군을 죽였다는 죄목.

무리한 궁궐 재건으로 국가재정 및 백성들의 생계를 피폐하게 했다는 죄목.

그리고 명을 배신하고 오랑캐 후금에 유화정책을 폈다는 죄목 등..

 

크로체가 그랬다고 하든가.. "모든 역사는 현대사다"

그렇다. 역사는 그냥 역사일뿐인데.. 언제나 그 해석이 달라진다.

현재에 그 역사를 해석하는 정치적 관점에 따라.

 

저자는 광해군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광해군에 대한 과대평가는 일제시대의 식민사관으로부터 비롯됐다는 것.

광해군 역시 뻘짓 많이 하고.. 백성 힘들게 하고.. 간신을 끼고 돌고.. 폐륜을 저질렀다는 것.

 

그러나 평가의 관점은 역시 다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광해군이 '악한' 군주였다면, 그래서 인조반정으로 쫓겨났다면..

이후 들어선 인조정권보다는 훨씬 못한 군주였음에 틀림없다. 

 

문제는 꼭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

공리주의를 그리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인조정권은 광해군 정권보다 민중을 훨씬 많이 죽였으니 말이다.

 

핵심은 결국 정묘/병자호란이었다.

인조정권의 안일한 외교정책이 불러온 참화였다.

그결과 광해군의 실정으로 인한 사상자수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수많은 민중이 죽임을 당하고 성노예로 끌려갔다.

 

사실 외교정책이 단지 외교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다면 차라리 그러려니 한다.

문제는 인조정권의 현실괴리적 외교정책은 국가안보 보다  

지배권력의 자기정당성 강화라는 양아치적 행태에서 초래된 인재였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호란이후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또 권력을 향유했던 게 사실이니.

더더욱 용서가 안된다.

 

광해.. 그렇다. 뻘짓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착한 권력 따위가 세상 어디 있겠는가.

푸코말대로, 권력은 나쁘거나 착하지 않다. 단지 음험할 뿐이다. 

 

결국 실존의 문제로 돌아와서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누가 '덜' 나쁜 왕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인조정권보다는 광해군정권이 덜 나빠보인다.

 

암튼.. 오항녕의 글은 잘 읽히고.. 많은 걸 배우고 생각하게 해준다.

관점이야 어떻든 이덕일, 오항년 같은 저자들이 있어 역사가 재밌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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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에서 푸코의 The birth of biopolitics 가 드디어 번역돼 나왔다.

"생명관리정치의 탄생"이라는 제목으로. 일단 반갑고, 또 역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소승은 푸코 전공자도.. 그렇다고 철학 전공자도 아니지만..

얼마전 모 저널에 푸코주의.. 어쩌고 하는 논문(현재 출판작업중)을 투고한 적이 있다.

아마추어리즘에 충만한 논문이고.. 또 그래서 더더욱 애정어린 글이다. 

 

그 논문에서 인용한 푸코의 핵심 문헌은 3가지다.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안전, 영토, 인구" "생명관리정치의 탄생"

앞 두권은 국역본과 영역본을 일일이 대조해가며 읽었고..

생명관리정치는 번역이 안돼 영역본을 읽었다.

불어원전을 보는게 최고겠으나.. 불어라곤 고딩때 예쁜 불어선생님한테 배운게 전부다.

세권 모두 집필서가 아니라 푸코가 콜레쥬 드 프랑스에서 행한 강연록이다.

 

공부를 하면서 드는 생각은 딱 하나. "푸코 천재 맞다"

후기 푸코의 방법론을 푸코는 스스로 "계보학"이라 칭한다.

쉽게 눈으로 보이는 거.. 상식적인 거.. 뻔한거.. 이런걸 뒤집어 보자는 거다.

전복적 사고.. 앎의 봉기.. 상식의 배후에 자리잡은 권력관계 뒤비기..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로 주권권력을 다루고..

안전영토인구는 자유주의 통치성을..

마지막 생명정치는 신자유주의를 다룬다.

 

모두 놀라운 저작들이지만.. 생명관리정치의 탄생은 푸코의 혜안이 더더욱 돋보인다.

레이건.. 대처류의 권력들이 씨앗을 퍼뜨린 신자유주의..

이후 30년동안 신자유주의는 전 세계를 휩쓸었다.

모든 가치의 핵심기준은 딱 하나. "거 돈되니?"

 

인간성은 파괴되고.. 공동체도 해체되고..

모든 인간은 효율성을 대원칙으로 하는 체제의 충순한 노동기계가 되고 말았다.

대학? 연구의 질이 아니라 논문 편수로.. 교수가 되고 연구비를 챙긴다.

사고하는 주체로서의 진득한 연구는 없고.. 붕어빵 논문들만 양상된다.

논문 기계가 된다.

 

이런 신자유주의 체제의 이면을 푸코는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포착하고 해부한다.

푸코는 그 신자유주의의 기원을 전후 독일의 질서자유주의와 미국의 시카고 학파에서 찾는다.

모두 국가개입에 대한 혐오,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하지만..

독일보다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더 막나간다.

미국식 신자유주의는 인간의 모든 생활.. 결혼, 육아, 범죄 등등까지도 효율성의 논리로 재단한다.

인간을 존엄성을 가지는 주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본으로 본다.

"인적 자본(human capital)" 무시무시한 단어다.

영화 매트릭스속 인간과 닮았다.

가상현실은 찬란하지만.. 그저 가상일뿐이다.

현실속 인간은 인공자궁에서 갇혀 기계들에게 에너지를 제공하는 인간 건전지일 뿐이다.  

 

그러나 푸코가 신자유주의의 핵심으로 꼽는 건 뭐니뭐니 해도 "경쟁"이란 단어다.

그는 강변한다. 신자유주의는 모든 인간을 일인기업가로 만든다고.

따라서 모든 인간은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된다고.

남보다 더 나은 것을 생산할때에만 비로소 생존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30년.. 우리네 사회를 보는 것 같다.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복지의 수혜자가 아니라.. 개인의 역량강화라는 미명하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소외되고.. 배제되고.. 탄압되는가. 

 

인간도 생물이니 진화의 대상일터이고.. 그렇다면 경쟁은 불가피할 것이다.

결국 문제는 어떤 경쟁인가라는 문제다.

너죽고 나살자의 경쟁인가.. 아니면 너살고 나살자식 경쟁인가.

동물세계를 보면.. 먹이사슬 관계를 빼고(그것도 딱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 먹는다)

동류끼리는 너살고 나살자식 논리가 지배한다. 고상한 말로 상생이라 하는가.  

언젠가 다큐에서 남극대륙의 추위에 집단적으로 대항하는 펭귄들의 모습에 감동받은적이 있다.  

수천마리의 펭귄들이 밀집대형을 이뤄 거센 눈보라를 견뎌내는 장면.

 

신자유주의가 괴물인 것은 바로 이런 동류 생물들의 연대의식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털없는 원숭이 인간" 지구상 유일하게 한종만 있는 생물인 인간들의 공동체는 철저히 짓밟힌다.

어쨌든 이런 신자유주의도 이젠 끝물인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태껏 친재벌 정치권력이 요새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무엇이던가.

경제민주화.. 복지.. 국민행복.. 

그들의 카멜라온 자기변신이 어리둥절하기도 하지만.. 말이라도 고맙다.

 

푸코의 논의는 한국정치판에서 돌아가는 양태를 뒤집어 볼 수 있는 혜안을 준다.

결국 권력이 원하는 국민행복이라는 것은..

지리산에 반달곰을 풀어놓고 우리에 갇혀 있는 것보다 훨씬 행복할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과 똑같다고. 

물론 그 반달곰엔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전자 장치가 달려있다.

정말 행복할까?

 

푸코는 말한다.

권력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위험한 거라고.

어떤 이가 푸코보고 그럼 당신의 권력은 또 뭐냐? 저항권력은 권력 아닌가? 라고 비판하자..

푸코는 또 이렇게 답한다.

 

"그래.. 우리는 우리에 대항에서 싸울 수밖에 없다.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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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국, 일본..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다.

2012년 한중일 삼국의 체제의 기원은 어디에 있을까. 

왜 북한은 여전히 반미 프레임에 갇혀 있고..

왜 일본은 여전히 제국주의 역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왜 중국은 인민의 쟁명을 두려워하는가. 

 

세권의 책은 이에 대해 답한다.

존다우어의 <패배를 껴안고>는 1945년 패전직후 맥아더의 점령정책을.. 

첸리첸의 <망각을 거부하라> 1957년 반우파투쟁을..    

한성훈의 <전쟁과 인민>은 1950년 한국전쟁을..

그 원인으로 든다.

 

일본. '대동아전쟁'의 최고 책임자는 천왕이었다.

그러나 그는 전쟁후 살아남는다. 온전히 미소 세력경쟁의 덕택이었으리.

일본의 전쟁책임은 유예되고.. 일본인 스스로는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하게 된다.

그들의 전쟁으로 죽어간 수천만명의 동아시아인들은 망각되면서.

 

중국. 마오는 모든것(물론 권력까지)을 비판하라며 쌍백운동을 부추긴다.

그러나 한달 후 말을 바꿔 쌍백운동 참가자들을 우파로 몰며 탄압한다.

사회주의 민주를, 공산당의 진정성을 믿었던 비판세력은 마오에게 배신당했다.

중국공산당의 '무오류성'은 바로 이 반우파투쟁을 통해 신성화된다. 지금까지.

 

북한. 김일성 정권은 한국전쟁이 살렸다. .

전쟁에 승리해 산것이 아니라 전쟁에서 너무나 많은 인민들이 죽었기 때문이다.

미군에 의한 인민살상은 북한정권의 온전히 정치적 자산이 되었다.

반미프레임은 전략적으로 수립되고 이용되었다. 역시 지금까지.

 

푸코는 권력을 군주권력, 규율권력, 그리고 조절권력으로 나눈다.

군주권력은 생사를 박탈하는 권력이고,

규율권력은 개개 신체에 작동해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권력이며,

조절권력은 자유롭게 나두는 권력이다. 방목이다. 물론 울타리를 뛰어넘는 양들은 징벌당한다.

이 세가지 권력은 상호배타적이 아니라 항상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이런게 맞다면 2012년 일본은 조절권력이 강하며..

중국과 북한은 군주권력과 규율권력이 강하다.

이런 권력양태는 미국에 의해(일본), 반우파투쟁(중국), 한국전쟁(북한)에서 잉태되었다.

평화로운 동북아질서라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들 역사적 기원들의 '민주적' 해체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권력의 위협을 무릅쓰면서 말이다.

필요한 것은 역시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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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1894년 여름 - 오스트리아인 헤세-바르텍의 여행기
에른스트 폰 헤세-바르텍 지음, 정현규 옮김, 한철호 감수 / 책과함께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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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밌는 책이다. 관점이.

19세기말의 조선사회를 21세기 인간들의 관점이 아니라..

19세기말의 서구인의 시각에서 묘사한 것이 흥미롭다.

더욱이 놀랄만큼 '정교'한 묘사가. 

 

물론 그 시각은 오리엔탈리즘을 기본으로 깔고 있다.

오리엔탈리즘. 동양에 대한 편견. 우월감. 그리고 신비감.

몇가지의 묘사가 책전반에 맴돈다.

 

1. 조선의 상업은 발전되지 않았다.

2. 길은 엉망진창이다. 더럽다.

3. 조선 남자들은 게으르고, 더럽고, 일을 안한다.

4. 여자들만이 노예와 같이 일을 죽어라 한다.

5. 정권의 가렴주구가 극에 달해 있다.

6. 조선인들은 일본인과 중국인에 비해 키가 크고 신체가 우람하다.

7. 조선의 잠재력은 크기 때문에 정치권력만 바로 서면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다.

 

조선에 상업이 발전할 수 없는 이유를 '착취'구조에서 찾는 부문은 흥미롭다.

 

"이 땅에서 상인이나 기업가, 농부, 목축업자들이 자신과 가족의 생계에 필요한 것 이상으로 획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연이나 좋은 수확 덕에 약간의 돈이 수중에 들어오면, 그들은 돈을 땅속에 묻거나 비밀에 부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고급 관리들이 곧바로 달려들어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p. 155

 

조선 지배권력의 사악함에 대한 비판도 계속된다.

 

"일본인과 중국인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억압당하고 착취당하는 백성의 반란이 현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지금의 상황으로 보건대, 넓은 지구상에서 조선만큼 백성이 가난하고 불행한 반면 지배층은 거짓되고 범죄적인 곳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p. 107

 

조선의 이 모든 불행은 정조이후 세도가문에 의해 권력의 사유화가 고착된 것에서 연유된 것이리라.

민중들로서는 조선 지배권력이나 외세나 무엇이 달랐겠는가? 

 

예나 지금이나 권력은 항상 민중과 괴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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