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바꾸는 아빠의 말 - 행복한 아이로 성장시키는 하루 10분 대화법
김범준 지음 / 애플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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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명의 아이를 키우는 아내의 입장에서는 남편인 나의 역할에 대해서도 많은 주문을 한다. 아이들과 마주앉은 내 모습이 늘 2% 부족하게 보이는 모양인지 아내는 시간 있을 때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좀 더 주의 깊게 들고 반응해 주라거나, 좀 더 많은 시간을 놀아줄 것, 스킨십을 많이 하라는 등의 말을 자주 한다.
  그러다보니 육아에 대해 아내와 함께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감정코칭에 대한 연수를 듣기도 했고 책읽기와 영재교육, 아동기의 심리나 행동 특성에 대한 책을 같이 보기도 했다.
  특히 최성애 교수님의 감정코칭이 인상 깊었는데 아이의 마음상태에 대한 '공감'을 최고의 육아법, 교육법이라는 요지의 글이 생각난다. 아이의 행동을 다그치기 전에 그런 행동에 대한 심리상태를 먼저 공감하고 어루만져 주라는 것인데 최근 육아서의 대부분은 이 감청코칭에서 유래되거나 여기서 확장된 것이 많은 것 같다.

  최근에 아내가 인터넷으로 주문해 나에게 읽어보라며 건네준 <내 아이를 바꾸는 아빠의 말> 역시 감청코칭의 '초보아빠용 보급판'으로 보면 되지 싶다. 어렵고 심각한 이야기 대신 일상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소재를 통해 쉽게 접근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아홉 개의 말, 긍정말, 과정말, 침착말, 엄격말, 공감말, 메모말, 식사말, 놀이말, 취침말을 통해 초보아빠가 갖고 있는 아이와의 벽을 허물고 있다.
 물론 이 아홉 가지 말의 기본은 아이들의 감정에 귀를 기울이는 감정코칭에 있지 싶다. 아이의 감정에 귀 기울이되 상황별로 대처해야할 말과 행동을 정리해 뒀다고 보면 좋겠다.


  이런 책을 읽을 때면 늘 드는 생각이지만 백 개의 지식 보다는 한 번의 행동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이제는 이런 저런 말보다도 직접 아이들의 손을 잡고 신나게 뛰어놀아야 할 때인 것 같다. 눈 높이를 맞춘 후 "아, 그랬구나~ 그래서 슬픈 거구나~"하는 공감의 한마디가 필요한 것 같다.
  오늘도 아내는 우리집 세 악동에 둘러싸여 도움을 청하고 있다. 나는 와이셔츠를 벗어던지고 아내를 구하러 가야겠다. 비록 S자가 그려진 슈트는 없지만 나는 언제나 아이들의 '슈퍼맨'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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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지옥의 전쟁, 그리고 반성의 기록, 개정증보판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2
유성룡 지음, 김흥식 옮김 / 서해문집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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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징비록 (懲毖錄) :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이 집필한 임진왜란 전란사로서, 1592년(선조 25)부터 1598년까지 7년에 걸친 전란의 원인, 전황 등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은 저자인 유성룡이 벼슬에서 물러나 낙향해 있을 때 집필한 것으로, 제목인 '징비'는 <시경(詩經)> 소비편(小毖篇)의 "여기징이비역환(其懲而毖役患)", 즉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는 구절이 인상깊다. 자신 혹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과오를 솔직하게 회고함으로써 다음에는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의지가 비장하게 들린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는 어떠했는가. 정유재란의 비롯한 반복된 외세의 침입, 거기다 한일합방과 한국전쟁 등 임진왜란과 비슷한 국난은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반성은 그때뿐이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버리면 다시 구시대의 과오를 반복하는 것이 우리의, 아니 인간의 역사란 말인가. 미련스럽고 안타깝다.

  그러나 <징비록>과 같은 노력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삶이나마 주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이기적이고 파괴적인 인간본성의 일면을 다독거리는 이런 유산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그 속에 잠재된 일말의 정화노력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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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송 2014-01-29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블로그를 운영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귀하가 깨달은 것을 혼자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에 대하여 경의를 표합니다.
네이버 지식백과를 인용하셨는데 "예기징이비역환"은 "여기징이비후환"이 옳다고 판단됩니다. 네이버백과 운영팀에게도 수정을 제의하였는데 귀하께서 아직 수정되지 않은 것을 인용하신것 같습니다.
"예기징이비역환(豫其懲而毖役患)은 여기징이비후환(予其懲而毖後患)으로 수정하시면 내용은 별 문제가 없는듯 보입니다. 네이버운영팀에는 2014.1.28 다시 수정제의했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반송 드림

프리즘 2014-02-21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확인해봤습니다. 네이버에 오타가 있었던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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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름은 김병수. 올해 일흔이 되었다." (p27)

 

"내가 마지막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벌써 25년 전, 아니 26년 전인가, 하여튼 그쯤의 일이다." (p7)

 

"사람들은 은희가 내 손녀라고 생각한다. 딸이라고 하면 놀란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올해 칠십 줄에 들어섰지만 은희는 경우 스물 여덟이기 때문이다." (p16)

 

"은희 엄마가 내 마지막 제물이었다." (p22)

 

"제발 우리 딸만은 살려주세요." (p26)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있는 우리 마을에서 우연한 기회에 '박주태'라는 인물과 마주친다. 나는 그가 연쇄살인범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 이 때문일까, 그는 내 주변, 아니 은희 주변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하나 뿐인 딸을 지키기 위해 그를 뒤쫓는다. 하지만 치매(알츠하이머 병)로 인해 과거는 물론 조금 전의 일까지 까맣게 잊어버리는 나에게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심플하게 넘어간다. 구차한 설명이나 변명 없이, 숙달된 킬러처럼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으며 사뿐히 흘러갔다. 한 눈에 쏙 들어오는 가벼운 텍스트는 동남아의 외딴섬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처럼 한가로웠다. 시원하게 뚫린 하늘과 바다는 하나 둘 지워지는 주인공의 머릿속처럼 황량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

 그의 치매 증세가 나에게 전이된 것일까. 마지막장을 덮자 세상이 온통 새하얗게 변해버린 느낌이다. 소설 속의 전후 이야기기가 두죽박죽 뒤섞이면서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그의 기억법은 세상에 대한 것이 아니라 결국 그 자신으로 향했던 것일까.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은 끝없는 허상을 불러일으켜 그의 생각을, 그의 세상을, 그의 인생을 허구로 만들어 버렸다. 이렇게 <살인자의 기억법>은 내가 느끼던 기존의 '기억법'을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 end

 

 

( www.freeis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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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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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대표작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을 통해 빠른 속도감과 숨 막히는 스토리에 빠져든 나는 그녀의 데뷔작이었던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까지 찾아 읽었다. 그리고 최근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28>까지 읽었으니 나도 어쩌면 '전작주의자(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모아 의미를 해석해 냄으로써 그 작가와 그의 작품세계를 온전히 자신의 세계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것)'가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한때 이문열, 이외수 님의 책을 찾아 열심히 읽어 내렸던 경우는 있었지만 이렇게 여류작가의 모든 책을 읽어보기는 처음이다. 그렇다고 정유정 님의 글을 특별히 찾아 읽었다고만은 볼 수 없는 것이, 그녀의 책이 모두 베스트셀러에 들면서 나의 노력으로 찾아 읽었다기 보다는 시대의 분위기상 자연스럽게 읽게 되었다는 것이 더 적당한 표현 같다. 서점가의 명당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베스트셀러를 읽지 않으면 왠지 주류에서 밀려나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 내 전작의 숨은 정체인지도 모르겠다.


  미디어 상에 떠있는 화려한 선전 문구처럼 <28>은 스피디한 전개와 긴박하게 돌아가는 사건이 독자를 사로잡는다. 알래스카의 눈보라를 헤치며 질주하는 아이디타로드(Iditarod Trail Sled Dog Race) 경기처럼 오직 눈앞의 길과 상황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자칫 시선을 놓쳤다가는 어디로 추락할지 모르는 상황처럼 소설에 대한
예측이나 상상마저 사치스럽게 만든다.
  <28>은 화양시에 번진 원인불명의 인수공통전염병(동물과 사람을 함께 감염시키는 전염병)에 맞서는 다섯 명의 인물과 한 마리의 개의 28일간의 사투를 다루고 있다. 한때 머셔(썰매꾼)였던 수의사 재형, 화양시 구조대원인 기준과 간호사 수진, 신문기자 윤주와 정신병자 동해, 그리고 이야기의 중심을 이끌고 있는 개 링고는 자신의 입장에서 서술된 이야기를 통해 소설 <28>을 완성해 간다.


  하지만 정유정 님 특유의 스피디한 전개가 점점 식상해졌다.
다양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인물들의 동선이 빠르게 겹치면서 조금씩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심각하게 꼬여버린 엄청난 양의 사건은 막장 드라마의 그것과 소재만 다를 뿐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비좁은 수족관을 가득 메운 열대어를 보는 것처럼 갑갑했다.

  주인공의 심리적 변화나 인물 사이의 내적 관계보다는 전염병과 개를 중심에 놓고 벌어지는 외적인 사건이 주가 되다보니, 시각적 영상만 가득했지 이를 음미할 수 있는 묘사는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였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사건이 독자의 흥미는 이끌어냈을지 몰라도 소설의 현실성과 읽는 깊은 맛은 살리지 못한 것 같다.

  특히 미치광이 살인자, 동해의 모습은 소설의 현장감을 떨어뜨리는 듯 했다. 개에 집착해 살인과 방화까지 마다하지 않는 악착같은 모습이 너무 작위적으로 보였다. 작가가 표현하려 했던 인간애가 '무협호러액션물'에 가려진 느낌이었다.

  늦은 잠을 청한 다음날, 거울 앞에서 마주하게 되는 붉은 눈의 초췌한 내 모습이나 출근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개들의 의미 없는 몸짓에 괜히 놀라게 된다. 지극히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 어디쯤에는 '인수공통전염병'과도 같이 내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재앙을 두려워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구와 연인, 가족에게 집착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서로 떨어져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이라는 동족을 외면하지 못하는 존재가 우리의 숙명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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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 교사들과 함께 쓴 학교현장의 이야기
엄기호 지음 / 따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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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과 교무실에서 일어나는 학생과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들려준다. 요즘 학생들은 어떤 모습이며 어떻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지, 아니 어떻게 학교와 담을 쌓게 되었는지 몰래카메라가 설치된 교실을 보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그려놓았다. "설마, 저 정도일라고" 하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사실 기성세대가 아는 학교는 자신들이 다녔던 2000년 이전의 모습 70%에다가 뉴스나 영화, 혹은 자신의 자녀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30%의 모습이 합쳐진 낭만적인 이미지가 많았다. 엄격하고 강압적이었지만 일사분란했고, 선생님의 말은 모든 진리에 우선하는 최고의 가르침이었다. 출세의 지름길이었던 공부와 대학 이외에는 별다른 관심거리도, 어려움이나 문제도 없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교실은 모든 것이 변했다. 지식은 더 이상 선생님의 전유물이 아니었고 학원과 인터넷에 넘쳐나기 시작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인정하면서 책임과 의무는 소홀해졌다. 맞벌이부부가 늘면서 학생들은 방치되었고 점점 게임에 빠져들었다.


  우리는 누구나 몇 년에서 몇 십 년 이상씩 학교생활을 해 왔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교의 문화나 현실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와는 차이가 많다.

  더이상 선생님을 존경하지도 않을 뿐더러 무서워하지도 않으니 교육은 물론 대화 자체도 점점 힘들어진다. 자극적이고 즉각적인 컴퓨터게임에 길들여져 오랜 끈기를 필요로 하는 작업은 해내지 못하고 자그마한 일에도 발끈하며 달려든다. 학원 공부에 매달린 체 정작 교실 수업에서는 엎드려 자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입시와 관련 없는 과목은 아에 듣지도 않는다. 뜻대로 되지 않는 학교생활의 스트레스는 십 원짜리 욕설과 친구에 대한 맹목적인 폭력, 따돌림으로 풀어버린다.

  영화에서나 보이는 이런 모습들은 지금 우리의 학교에서 흔히 일어나는 모습이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우리는 어쩌면 학교라는 최소한의 가치를 잊지 않았기에, 이를 외면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학교나 교사에게도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산업화와 IMF, 인터넷과 스마트 세대를 겪으면서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고 각종 영양가 없는 소모성 공문에 묻혀
수업과 학생을 소홀히 했다. 또한 수업을 연구하고 평가받는 것을 주저하는 동안 교수법은 발전하지 못했다.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기에는 기간제교사라는 딱지가 너무 컸다.

  학교와 교사는 관료주의의 병패를 답습하며 정체된 모습도 많이 보여줬기에 사교육으로 돌아선 학생과 학부모를 무조건 탓할 수만은 없었다. 위축된 학교는 교육의 역전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조급해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 영향은 공교육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는 이런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학교와 교사, 학생과 학부모의 각성을 유도한다.

  하지만 학교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칠 뿐 뭔가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물론 이 한 권에 우리학교의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문제점과 불만을 잔뜩 털어놓고는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무책임하게 보이기도 한다.

  또한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우호적인 시선도 조금 불편하다. 마치 이들만이 진정으로 교육을 생각하는 단체이고 그 말만 잘 들었어도 우리 교육이 이처럼 망가지지는 않았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전교조가 우리나라 교육발전에 이바지한 공은 알겠지만 자기자식만을 지나치게 편애하는 학부모의 고집처럼 답답하기도 했다.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는 자조 섞인 제목이 가슴 아프다. 하지만 모든 학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어렵고 힘든 일이 많다고는 하지만 많은 교사들은 더 나은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오늘도 애쓰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학교와 학생을 지켜보면서도 이들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다. 교사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두려움이 희망으로 바뀔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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