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매일 산책 행사 중 하나로 책과 생활 서점에서 오은 시인을 만났다.

 

<책과 생활>이 이전했다는데 계속 못가다가 지난 목요일에 들렀고

주인장 분께서 마침 오은 시인 아시냐고 좋아하시냐고 물으셔서 신청을 하게 되었다.

 

작년부터 그냥 아는 정도?

시집을 두 권 샀고 책읽아웃 몇 회 들어서 시인분이 어떤 캐릭터인지 대강은 알고 있었는데

직접 목소리를 듣고 이야기를 듣다보니 짐작대로 엄청난 달변가이신듯.

 

의도치 않게인지 아니면 큰그림을 그리신 것인지 서점 주인장 분과 만담 콤비 결성.

 

서점 주인장이신 신헌창 님은 오은 시인 진성 팬이신 듯했다.

 

시집도 정독하시고 작품세계를 잘 아시는 듯한데  팬심에 떨려서 ? 그러신 건지 진행이 그리 원활하지 않으셨고 보다 못한 오은 시인이 그냥 오은마당 식으로 진행을 하셨다.

 

약속된 시간이 두 시간이니 한 시간은 작가 소개와 서점에서 준비한 인터뷰를 하고 한 시간 정도는 거기 모인 문청들이 잘 알아서 꾸려갔을 것 같은데 서점 주인분이나 오은 시인님이나 여기 모인 사람들에게 빅재미를 선사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으신 건지 진행 모드로 일관하셔서 조금 부자연스러웠다.

 

그래도 만담은 참.

 

두번 다시 이루어지지 않을 이런 만담 콤비란 참.

 

 

이런저런 이야기들은 다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이고 이런 현장감을 느낄 수 있으니 행사에 가나보다.

 

그런데

늘 이런 데 다녀와서 드는 생각인

역시 창작자들은 그들의 창작물로만 만나는 게 좋을듯.

 

 

그래도 나홀로육아의 절정을 달하는 일요일 오후에

마침 아이들 아빠가 쉬어서 이런 자리에도 나와보고 그게 제일 큰 감동의 요소가 아닐지.

 

아이들이 커서 슬슬 나혼자였을 때의 시간과 공간을 회복하는 것이 큰 감격을 준다.

 

더군다나 모임 언니가 근처 왔다가 합류해 같이 강연도 듣고 동명동에서 라멘과 덮밥도 먹고 궁금했던 지음책방까지 가보았기에.

 

지음에서 뭔가 이야기를 더하고 싶었는데 조용히 책만 보는 분들이 있어 금세 파했다.

 

버스를 기다리다 전당 하늘마당에서는 댄스 페스티벌이라고 젊은이들이 모인 걸 보았다.

신촌만 생각하다보니 너무 규모도 작고 사람이 별로 없게 여겨졌다.

광주가 대도시치고는 일자리가 없어 젊은이들이 많이 떠난다고.

 

그래도

오늘의 산책은

 

문화정보원 근처 배롱나무,

메이커스페이스라는 공간의 발견

음악 분수에서의 멍 때림이 좋았고,

 

시인 오은님 강연에서는

만담

오직 한 번뿐인 그 만담

그리고 오은 님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하지만

서점 창 너머로 흐린 하늘 아래 기와 지붕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들었던

신작 시 낭송이 좋았으니 그걸로 족하다.

 

참, 새로운 시집

<주황소년>이라는 자전적 시에 나오는 주황들이 정말 사랑스럽다

능소화, 오렌지,

 

샛노랑과 새빨강 사이.

 

어제 그 어딘가를 걷다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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