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자들 1 - 시간, 지구와 바다 발견자들 1
대니얼 J. 부어스틴 지음, 이경희 옮김 / EBS BOOKS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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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만 해도 방대하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지만 생각해보면 어떤 것에 대한 개념이나 관념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아니 인류에 의해 '발견'되었는지 궁금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발견자들> 시리즈는 총 3권으로 되어있다. 1권에서는 주로 경험과 탐험에 대해서 다루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인류의 생활을 규칙적으로 만들고 시작과 끝이라는 개념을 갖게 해준 '시간'의 발견과 도입, 그리고 공간 그러니까 지구가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한 호기심과 미지의 영역에 대한 욕망이 가져온 탐험을 통한 지구와 바다의 발견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는 발견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그 발견에 관한 도덕적 평가는 하지 않는다.


   첫번째 주제인 시간의 발견은 특히 몰입도가 높았다. 인간은 도대체 언제 왜 시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을까? 1년 365일, 1년 12달, 1주일 7일, 하루 24시간, 1시간 60분 같은 개념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농경사회의 탄생으로 인간이 한 곳에 정착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계절과 시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니까 아주 오래 전이다. 많은 고대 사회에서 처음에는 달을 중심으로 시간을 측정했지만 단순히 달의 주기만으로는 계절의 순환이 딱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각 국가의 상황에 따라 어떻게 역법이 발전해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다. 나라들은 서로 다른 일요일에 부활절을 지키는가 하면 어떤 해에는 달력에서 10일을 몽땅 빼버리기도 하여 월급에 대한 논란과 자신들의 수명이 줄었다는 불평도 있었다고 한다. 마침내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시간에 대한 규칙이 정해지고 동의가 있기까지 수많은 논란과 혼돈의 시절을 보냈을 걸 생각하니 비록 우리가 그 덕분에 시간에 얽매여 산다고는 해도 위대한 발견이 아닐 수 없다. '시계'에 대한 유럽인과 중국인의 생각 차이도 흥미롭다.


   두번째 주제인 지구와 바다의 발견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대항해 시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렇다고 흥미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관점이나 처음 들어본 이야기들이 꽤 많다. 특히 아랍인들이 꽉 틀어쥐고 풀어주지 않았던 아시아로 통하는 육로가 몽골의 칭키스칸으로 인해 모든 이들에게 개방되었다는 사실, 만약 몽골이 그렇게 망하지 않았더라면 인간이 바다로 눈을 돌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은 꽤나 일리있었다. 중국의 대항해 시대를 이끈 정화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중국의 영락제가 그렇게 국경을 닫아걸지 않았더라면 세상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그리스도교가 지리학의 발전에 아주 오랫동안 걸림돌이 되었다는 사실에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에덴동산이 지도 어딘가에 표시되어 있고 예루살렘이 세상의 중심이라니. 선원들과 탐험가들에게 하등에 도움이 되지 않는 그리스도교의 우주론을 유럽의 군주들과 투자자들이 과감히 버린 덕분에 위도와 경도의 기하학이 발전하게 되었다. 대항해시대에 결국 바닷길은 세계를 이어준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까지가 1권의 내용이다.


   오랜만에 포만감 가득한 책을 읽었다. 2권에서 다루는 '자연'과 3권의 '사회'에서는 발견의 역사가 어떻게 기술되었을지 궁금하다. 찜해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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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미식 여행 - 바람이 분다 여행이 그립다 나는 자유다
BBC goodfood 취재팀 지음 / 플레져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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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food be thy medicine,

and let medicine be thy food.

음식이 곧 약이고

약이 곧 음식이다 - 히포크라테스, 본문에서 재인용


   저자가 색다르다. BBC goodfood 취재팀이라니. BBC의 푸드매거진 기자들과 여행 기자들이 합심해서 내놓은 지중해의 미식 여행지란다. 요즘 같은 시기에 간접 체험하기 딱 좋은 유혹적인 책이다(사실 내일 나 3년만에 출장간다, 본사가 있는 니스로 ㅎㅎ 그래서 얼른 읽었다). 지중해 근처에서 살아본 적도 없는데 지중해가 대서양의 일부로 뭉뚱그려지는게 왜 일케 서운한건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지중해를 꼭 찝어 나오는 요런 여행책 애정한다.


   미식여행이라고는 했지만 너무 자세한 내용을 기대하면 안된다. 요약본이라고 하면 더 어울리겠다. 지중해를 내해로 삼고 있는 나라 중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그리스와 우리가 흔히 지중해하면 생각되는 나라는 아니지만 어쨌든 지중해와 접해있는 터키, 크로아티아, 몰타, 사이프러스, 슬로베니아, 모로코의 도시들을 선정하여 그 안에서도 먹고 마시기 좋은 그러니까, 선별된 맛집이 소개된다. 그에 더해 각 나라의 끝마무리로 대표적 요리의 레시피가 소개된다.


   도시마다 맛집이 한두군데겠나? 거기에서 선별하고 또 선별해서 몇군데만 선정했을테니 그 선별과정이 궁금한데 그 이야기가 없어서 조금은 아쉽다. '지중해 지역의 미식과 여행'에 관한 최고의 취재 기사들을 모아 단행본으로 편집했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명확한 기준이나 뒷이야기 같은 것이 있었더라면 좀 더 흥미진진하고 믿음직스러운 여행기가 되었을 것 같다. 하지만 리스트 중 무려 내가 가본 곳도 있었으니!


   여행지의 풍경과 맛깔스런 음식 사진이 많아서 신난다. 자고로 여행기는 사진이 있어야 즐거움이 배가 되는 법이지. 오랜만에 지중해의 풍경들을 만나니 보기만 해도 설렌다. 중간중간 담긴 레시피들은 아주아주 먹음직스러워보이기는 하나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도전할만한 레시피라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하는 분들은 재료만 구할 수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만하다.


   마지막으로 퀴즈 하나 내보겠다. '하루에 다섯 끼를 즐기는 나라. 식사 사이에 일하는 나라. 음식이 삶의 중심인 나라'는 어디? 힌트는 위에 언급한 나라들 중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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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의 다이어리
리처드 폴 에번스 지음, 이현숙 옮김 / 씨큐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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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법사가 되게 무거운 주제를 로맨스로 둘둘 말아서 주문 한 번 외우고 펼치니 해피엔딩이 되어 있더라 - 이 소설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 정도 될 것 같다. 수많은 드라마나 소설에서 소재로 차용할만한 웬만한 트라우마가 이 소설 한 편에 다 들어있다.


   남주인 제이콥 크리스천 처처(약자로 하자면 JC 처처인데, 이름부터 JC - 지저스 크라이스트의 냄새가 듬뿍. 처처는 교회를 나타내는 Church와 발음도 비슷하다)는 지금은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어렸을 때 형의 죽음을 목격하고 아빠는 집을 나가고 신경쇠약을 겪던 엄마와 살다가 결국 열여섯살에 집에서 쫓겨난 상처가 있다. 그 후 집으로 돌아간 적도 없고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제이콥이 사랑 이야기를 써대는 이유는 아마도 자신이 진정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여주인 레이첼은 태어나자마자 엄격한 종교적 원리원칙을 고수하는 부부(유타주가 배경이고 몰몬교)에게 입양되는데 자유분방한 성격인 레이첼에게 이런 부모는 끊임없는 죄책감을 심어주는 원인이 된다. 레이첼 역시 성경에서 따온 이름인데 암컷 양이라는 뜻이다. 약혼자마저 양부모와 비슷한 성격이다.


   이렇게 부모와 인연을 끊고 살던 제이콥이 엄마가 돌아가셨고 제이콥이 유산 상속인이라는 전화를 받고 어릴 적 살았던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열 여섯살 이후 외면했던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 엄마가 호더(저장 강박증, 집안에 온갖 쓰레기를 쌓아놓고 사는 사람)였다라는 걸 알게 된다. 집안 가득 쌓여있는 쓰레기들에 아연실색. 집을 처분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 우리의 여주인 레이첼은 생모를 찾고 있다. 남주와 여주가 쓰레기가 가득 쌓여있는 제이콥의 엄마 집에서 만난다. 레이첼은 그 집에 왜 갔을까? 제목은 '노엘의 다이어리'인데 노엘은 도대체 누구?


   과거의 상처를 마주하지 않으면 극복할 수 없다. 그건 그냥 꽁꽁 싸매서 무의식 어딘가로 밀어내는 것일 뿐이다. 그것들이 튀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내 본질의 무언가를 희생하며 살아야 한다. 특히 부모가 트라우마의 원인일 때는 더더 힘들다. 이게 현실의 이야기라면 아마 평생을 노력해도 이 모든 걸 완전히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치만 우리는 그런 현실에 질려 소설을 읽기도 한다. 마법의 주문을 외우면 모든 것이 해피엔딩이 되는 그런 소망을 품으면서. 이 책은 그런 이야기다. 작품성이나 예술성을 논할 수는 없지만 왠지 크리스마스마다 매번 보게 되는 영화 같은 그런 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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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설렘으로 - 구구킴 그림 에세이
구구킴 지음 / 리스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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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구킴 - 유명한 아티스트이시던데, 죄송스럽게도 저는 처음 뵙습니다.


   그림 그리는데 뭐가 필요할까요? 물감, 붓, 종이! 네, 땡입니다. 여기 붓 없이도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가 있다. 바로 구구킴 작가님. 구구킴 작가는 손으로 그림을 그린다. 일명 핑거 페인팅이라고 한다. 이 책은 작가의 그림과 (직접 쓴) 글을 함께 담은 그림 에세이인데 나는 그림에 좀 더 집중해 본다. 첫번째 그림부터 와~ 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게 진짜 손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한장 한장 계속 넘겨본다. 계속 감탄하다가 갑자기 응? 이건 뭐지?라는 그림들이 등장한다. 클림트의 그림을 모작한 듯 한 그림도 있고 만화 같은 그림도 있고 마치 어린 아이들이 그린 듯한 그림일기 스타일의 그림들도 있다. 구구걸스는 어딘가 익숙한 캐릭터들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작가의 스타일을 정의하기가 어려운데 작가 스스로가 서문에서 자신의 그림을 '장르 안에 규정할 수 없는 작품'이라고 하던데 정말이다. 그리하여 '구구이즘'이라는 말이 탄생했는지도.


   중간중간 QR 코드가 있는 그림들이 있는데, QR 코드를 리딩하면 작가의 전시 장면이나 언론에 소개되었던 유투브 방송으로 연결된다. 작가 본인의 채널인 듯 한데 영상이 다섯편 정도밖에 되지 않아 아쉽긴 했다. 작가님 채널 관리 좀 하셔야 할 듯 ㅎㅎ. (너무 바쁘셔서 그런가) 직접 손으로 작업하는 장면이 영상에 잠깐 나오는데 열손가락 지문이 다 없어졌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그림마다 구구(99)를 형상화한 사인이 들어있는데 그림 보면서 그거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에세이지만 글밥은 많지 않다. 글보다는 아무래도 그림이 더 좋은데, 이 책은 글에 포커스가 더 맞추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그림의 순서나 배열에서 통일성이나 일관성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아쉬움이 있다. 관객이 그냥 마음가는대로 보고 느끼는 것도 감상의 한 방법이지만 어떤 의미나 주제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림들(특히 작가가 한국적인 것을 표현했다고 하는 흑백의 그림들)은 설명이나 작가의 의도 등이 보충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지만 그게 또 작가가 이 책에 담으려고 했던 의도가 아니었을지도 모르니 그건 나의 생각인 걸로.


   암튼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고 핑거 페인팅이로 표현된 멋진 그림들을 감상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무려 뉴욕 맨해튼에 개인 미술관을 갖고 계시다니 놀라울 따름. 제주도 서귀포에도 상설 미술관이 건립되었다고 하니 어디든 바다만 한번 건너면 작품들을 볼 수 있지만 바다를 건너지 않아도 볼 수 있도록 근간에 전시회가 열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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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마리 늑대 - 생태계를 복원한 자연의 마법사들
캐서린 바르 지음, 제니 데스몬드 그림, 김미선 옮김 / 상수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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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같은 일반인은 어떤 대상을 바라볼 때 보통은 개체로 본다. 그러니까 동물이면 동물 하나하나의 개별종으로 인식하지 그 동물이 생태계 전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전체적인 그림을 보기 힘들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국립공원에 사는 늑대들이 자꾸 경계선을 넘어와 농장의 가축들을 잡아먹는다는 뉴스를 봤다고 하자. 그럼 늑대들이 안되겠네, 가축을 잡아먹다니! 인간에게 피해를 주다니! 뭔가 조치를 취해야지.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바로 그런 일이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도 일어났다. 물론 국립공원으로 들어와 늑대들을 사냥하는 일은 불법이었지만 그런 불법은 어디든지 있으니까. 그렇게 한 해 두 해가 지나고 이 야생의 평원을 지배했던 늑대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늑대들이 없어졌으니 와...국립공원의 다른 동물들은 포식자가 없어졌으니 신나겠다..진짜 그랬을까?


   먹이 사슬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먹이 사슬이 무너지니 생태계도 무너진다. 엘크의 천적이던 늑대가 없어지니 엘크들이 늘어나는데, 원래 엘크들은 늑대들을 경계하여 몸이 쉽게 노출되는 강둑 같은 곳에서는 풀을 뜯지 않고 풀을 뜯더라도 늑대의 표적이 될까봐 여기저기 이동하면서 풀을 뜯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늑대가 없어지니 한 곳에서 그 곳 풀이 초토화 될 때까지 먹게 된다. 자연히 나무가 자라지 못하고 초원은 황폐화 된다. 나무가 없으니 새가 떠나고 작은 초식 동물들도 갈 곳을 잃는다. 늑대가 남긴 찌꺼기를 먹고 살던 동물들도 자취를 감추고 댐 짓는 기술자인 비버들이 먹을 나무와 식물이 없어 떠나자 강둑이 무너지고 물에 사는 생물들의 서식지가 없어졌다. 늑대들이 없어졌을 뿐인데 생태계가 무너진다. 이게 자연의 원리다.


   그리하여 캐나다 로키 산맥에서 14마리의 늑대를 옐로국립공원으로 데려오는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이 아름다운 그림책은 그에 대한 이야기다. 번역으로는 '생태계를 복원한 자연의 마법사들'이라고 표현했지만 영어 원제로는 'Rewilding Story'이다. 리와일딩이라는 단어 하나가 훨씬 마음에 와서 박힌다. 늑대 열네 마리를 데려왔을 뿐인데 옐로스톤이 바뀐다. 아마 다큐멘터리로 봤다면 훨씬 훨씬 실감나고 뭉클했겠지만 그림이 워낙 예술이라 생생함을 전달하는데 충분하다. 마지막에는 1995년 당시 추적장치를 달아 방사했던 열네 마리 늑대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데 여전히 그 중의 일부가 불법사냥꾼의 총에 맞아 죽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다시 복원되는데 70년이 걸렸다. 그러니까 당시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대부분은 그걸 보지 못하고 죽었다는 뜻이다. 파괴는 빠르지만 복구는 쉽지 않다. 우린 언제쯤 이 사실을 잊지 않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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