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열네 마리 늑대 - 생태계를 복원한 자연의 마법사들
캐서린 바르 지음, 제니 데스몬드 그림, 김미선 옮김 / 상수리 / 2022년 3월
평점 :
나 같은 일반인은 어떤 대상을 바라볼 때 보통은 개체로 본다. 그러니까 동물이면 동물 하나하나의 개별종으로 인식하지 그 동물이 생태계 전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전체적인 그림을 보기 힘들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국립공원에 사는 늑대들이 자꾸 경계선을 넘어와 농장의 가축들을 잡아먹는다는 뉴스를 봤다고 하자. 그럼 늑대들이 안되겠네, 가축을 잡아먹다니! 인간에게 피해를 주다니! 뭔가 조치를 취해야지.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바로 그런 일이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도 일어났다. 물론 국립공원으로 들어와 늑대들을 사냥하는 일은 불법이었지만 그런 불법은 어디든지 있으니까. 그렇게 한 해 두 해가 지나고 이 야생의 평원을 지배했던 늑대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늑대들이 없어졌으니 와...국립공원의 다른 동물들은 포식자가 없어졌으니 신나겠다..진짜 그랬을까?
먹이 사슬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먹이 사슬이 무너지니 생태계도 무너진다. 엘크의 천적이던 늑대가 없어지니 엘크들이 늘어나는데, 원래 엘크들은 늑대들을 경계하여 몸이 쉽게 노출되는 강둑 같은 곳에서는 풀을 뜯지 않고 풀을 뜯더라도 늑대의 표적이 될까봐 여기저기 이동하면서 풀을 뜯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늑대가 없어지니 한 곳에서 그 곳 풀이 초토화 될 때까지 먹게 된다. 자연히 나무가 자라지 못하고 초원은 황폐화 된다. 나무가 없으니 새가 떠나고 작은 초식 동물들도 갈 곳을 잃는다. 늑대가 남긴 찌꺼기를 먹고 살던 동물들도 자취를 감추고 댐 짓는 기술자인 비버들이 먹을 나무와 식물이 없어 떠나자 강둑이 무너지고 물에 사는 생물들의 서식지가 없어졌다. 늑대들이 없어졌을 뿐인데 생태계가 무너진다. 이게 자연의 원리다.
그리하여 캐나다 로키 산맥에서 14마리의 늑대를 옐로국립공원으로 데려오는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이 아름다운 그림책은 그에 대한 이야기다. 번역으로는 '생태계를 복원한 자연의 마법사들'이라고 표현했지만 영어 원제로는 'Rewilding Story'이다. 리와일딩이라는 단어 하나가 훨씬 마음에 와서 박힌다. 늑대 열네 마리를 데려왔을 뿐인데 옐로스톤이 바뀐다. 아마 다큐멘터리로 봤다면 훨씬 훨씬 실감나고 뭉클했겠지만 그림이 워낙 예술이라 생생함을 전달하는데 충분하다. 마지막에는 1995년 당시 추적장치를 달아 방사했던 열네 마리 늑대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데 여전히 그 중의 일부가 불법사냥꾼의 총에 맞아 죽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다시 복원되는데 70년이 걸렸다. 그러니까 당시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대부분은 그걸 보지 못하고 죽었다는 뜻이다. 파괴는 빠르지만 복구는 쉽지 않다. 우린 언제쯤 이 사실을 잊지 않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