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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생각하기 - 생각의 그릇을 키우는 42가지 과학 이야기
임두원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5월
평점 :
나는 전형적인 문과생이었는데 이상하게 과학만큼은 좋아했었다(주의 : 좋아했다 = 잘했다 아님). 그래서인지 지금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양 과학서를 좋아한다. 특히 요즘은 정말 재미있고 이해하기 쉬운 교양과학서들이 많이 출간되는데, 내가 학생 시절에 이런 도서들이 나왔더라면 아마도 싫어하는 수학을 무릅쓰고서라도 이과를 선택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정말?).
<과학으로 생각하기>는 제목 그대로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한번쯤 의문을 가졌던 것들이나 혹은 혼자만 속으로 해 본 엉뚱한 상상 같은 것들이 의외로 과학의 기준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었음을 알게 해 준 재미있는 책이다. 심지어 그저 철학적이거나 종교적인 주제라고 생각했던 인간의 생사나 마음과 관련된 질문 역시 과학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게다가 이렇게 친절한 과학자라니. 조금이라도 어려운 주제가 나올라치면 아주 이해하기 쉬운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니 마치 내가 여기서 이해하기가 어렵겠구나라는 걸 귀신같이 아는 듯 해서 뜨끔하기까지.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죽느냐 사느냐, 과학으로 고민하기]는 인간의 삶과 죽음 같은 철학적인 주제를 과학의 시선으로 풀어내었고 2부 [일상의 태도, 과학으로 생각하기]는 우리가 살면서 별로 의문을 갖지 않는 당연한 것들, 예를 들자면, 눈은 왜 두 개일까, 높이 오르면 왜 더 멀리 보일까, 눈이 녹으면 왜 물이 되는가처럼 삶을 어느 정도 산 사람이라면 별로 의문을 갖지 않을 일상이 사실은 과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걸 알려준다. 3부는 [이상한 호기심, 과학으로 해결하기]인데,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이다. 특히 연금술이나 제논의 아킬레우스 역설, 별과 빛에 관한 이야기는 나만 알고 싶은 지적 호기심 같은 것이 충족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4부는 [존재의 비밀, 과학으로 상상하기]로 아직은 미지의 영역이 많은 우주를 다룬다. 과학과 상상은 별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과학 역시 우리가 직접 관찰이 불가하거나 해 볼 수 없는 경우 사고 실험이라는 것을 한다. 이렇게 보면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과학을 좋아하는 것은 순리일지도 ㅎㅎ.
이 정도 되면 과학은 나와 멀고 먼 학문으로서가 아니라 나의 일상이면서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라고 할 수 있겠다. 책에 수록된 42가지의 질문을 주변 사람들에게 던져 보고 대답을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과연 '과학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내 주변엔 얼마나 있을까. 저자의 다른 책으로 <튀김의 발견>이 있던데 책 소개를 봤더니 이번에는 아주 맛있는 과학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과학자이면서 철학, 문학, 영화, 거기에 요리까지 두루두루 섭렵한 저자의 팬이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