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 작은 뜰을 거니는
프레드 베르나르 지음, 배유선 옮김 / 콤마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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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면서 정원이라는 걸 가져본 적이 없지만(작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는 살아본 적 있음) 남의 집 정원 구경은 언제나 설렌다. 타샤 할머니의 정원부터 시작해서 정원을 주제로 한 책들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유럽에서는 큰 쇼핑몰에 가면 어디에나 원예용품을 파는 코너가 큼지막하게 자리잡고 있는 걸 보고 신기해 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자연은 인간에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선사한다.


제목은 '작은 뜰'이라고 했지만 책을 읽고 나니 그건 좀 겸손인 것 같다. 그냥 단순히 앞마당 뒷마당의 작은 텃밭 수준이 아니라 계절별로 다양한 나무와 꽃, 식물들을 볼 수 있고 새와 곤충들은 물론이고 야생 동물들도 관찰되는 약 700제곱미터 그러니까 이해하기 편하게 환산을 해보자면 약 200여평 정도의 정원이다. 게다가 프랑스 브르고뉴! 라니. 부러워서 눈 튀어나올 지경이다. 원래는 일년 살이만 해보자고 했었는데 어느 새 십오년을 별장으로 이용하며 정원이 주는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그 아름다운 정원의 사계절(정확히 말하면 2월부터 이듬 해 5월까지)을 일러스트 그림과 설명으로 가득채운 멋진 그림책이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색감이 어찌나 예쁜지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을 선사한다. 책장에 꽂아놓고 괜시리 우울할 때 꺼내보면 바로 힐링될 것 같은 자연의 모습이 수채화의 물감으로 채워져 있다. 정원은 가꿔야 한다. 새로운 식물도 심고 가지치기도 해야 하며 물도 주어야 한다. 그렇지만 저자의 정원은 어떤 인위적인 모습을 지닌 잘 가꾸어진 정원이라기 보다는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면서 정원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의 생태계를 보존하는 듯한 모양새다. '정원 여행자'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이 곳을 거니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한 가이드북 같은 느낌을 선사할 듯 하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고풍스런 도시 부르고뉴의 아름다운 주변 장소들과 중간중간 수록된 정원의 모습과 찰떡궁합을 이루는 여러 작가들의 아름다운 시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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