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라의 비밀 약방
사라 페너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좋아하는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8-19세기, 공간적 배경은 영국. 왜인지 모르겠으나 이 시대의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에 자석처럼 끌린다. 산업혁명의 시대로 발전을 구가하면서도 그로 인해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도시의 환경이 극도로 황폐해졌으며 여성과 어린이들에 대한 착취가 심했던 시절. 산업혁명과 본격적인 식민지 시대의 시작으로 나라는 부강해졌을지 모르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은 없는 이들이 다 떠안았던 시절.


   <넬라의 비밀 약방>은 그 시대를 살던 한 약제사의 이야기이다. 여자들의 상처를 치료하고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던 엄마의 약방을 물려받은 넬라. 엄마의 약방은 보살핌이 필요한 여성들에게 제대로 된 치료나 조언을 제공해 주지 못하던 음탕한 남자 의사들만 득실대던 런던에서 그들에게 안전하고 안락한 피난처이자 치유의 공간을 기꺼이 내주던 곳이었다. 하지만 엄마가 돌아가신 후 넬라는 큰 상처를 입고 자신과 비슷한 상처를 입은 여자들의 기꺼운 복수를 위해 독약을 제조하는 약방을 비밀스레 운영하게 된다.


   주인마님의 부탁으로, 거기에 자신의 의지까지 더해 주인 어른을 위한 독약을 받기 위해 넬라의 비밀 약방 문을 두드린 열두살 소녀 엘리자. 자신의 치명적인 실수를 책임지려고 하는 마음이 어른보다 기특하다. 넬라는 자꾸 엘리자를 위험천만한 약방으로부터 떼어놓으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넬라와 엘리자의 이야기는 현대의 런던에 살고 있는 캐롤라인과 맞닿는다.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런던 여행을 계획한 캐롤라인은 여행 바로 전에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고 혼자 런던으로 오게 된다. 우연히 템즈강변의 진흙 속에서 옛 시대의 흔적을 발견하는 머드라킹에 참여하게 되면서 곰 형상이 새겨진 병 하나를 발견하는데 아무래도 이 병에 엄청난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 같다! 캐롤라인은 남편의 불륜으로 인한 상실감을 떨쳐버리고자 자신의 전공을 살려 약병에 숨겨진 사연을 파헤쳐 보기로 한다.


   시대와 화자가 교차하면서 용감한 여성들의 슬프고도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쩌면 통쾌하다고 할 수도. 그 시대의 상처받은 여성들을 애도하는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 시대의 약자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알 수 있다면 위로가 될까.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결고리가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촘촘한 구성은 아니고 현재의 캐롤라인의 캐릭터가 다소 식상하기는 하지만 충분히 재미있고 매력적인 작가의 데뷔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