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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우, 와인 - 술술 읽히는 와인 필수 입문서
멜라니 와그너 지음, 루시 엥글맨 그림, 정영은 옮김 / 시대인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한번이라도 와인을 책으로 배워보려고 시도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어려운 용어와 현학적이고 화려한 묘사에 압도당하며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이들은 와인을 맛볼 자격이 없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책들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래, 내 입맛에만 맛있는 와인을 찾으면 되는거지, 언제부터 술을 공부했다고..라는 근거없는 자기위안으로 그냥 마시기는 하는데 어딘가 늘 찜찜한 기분을 떨쳐버리기 어렵다는 것을. 이렇게 생각하던 사람이 세상 어딘가 나말고도 한사람은 더 있었으니 바로 이 책의 저자이다.
" 이 책을 쓰게 된 데는 사실 좌충우돌하던 초보 시절의 기억이 한몫했다. 필자는 와인 초보들이 겪는 어려움에 깊이 공감한다. 현재 '와인 입문서'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책들은 대부분 양 극단 중 하나다. 한쪽 끝에는 정확한 분석과 유려한 설명으로 가득한 초보자들에게는 버거운 책들이 있다. 막 공부를 시작하던 때 그런 책을 몇번이나 집어들었다가 내려놨는지 모른다. 책의 내용이 너무 기술적이고 초보 수준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한쪽 끝에는 지나치게 단순화한 설명으로 와인의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포켓 사이즈 입문서가 있다. 이런 책들은 100쪽 남짓의 내용으로 와인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대부분 결과는 실망스럽다." (p9)
이 책은 와인과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와인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고 호언장담하지도 않고 와인을 온갖 미사여구를 사용해 치켜세우지도 않는다. 와인의 진짜 매력을 알아가는 여정에서 아주 잠깐 우리를 도와준다는 그런 느낌의 책이다. '와인에 대한 작은 거짓말'이라는 코너에서는 상식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재미난 이야기로 와인이라는 넓은 세계에서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해주고 와인의 빈티지와 라벨 그리고 품종에 관한 이야기는 낯선 곳에서 반가운 와인을 만났을 때 주눅들지 않게 해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집에서 와인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방법은 당장 집에 있는 모든 와인을 마셔버리도록 충동질하기도 한다. (그동안 보관해 온 내 와인의 상태가 심히 걱정되기까지..) 와인을 마시려고 할 때마다 늘 궁금하고 신경쓰이게 만드는 음식과의 페어링까지, 깊은 내용은 아니지만 더 궁금하다면 다음 단계의 책들을 찾아볼 수 있도록 딱 거기까지만 안내하는 아주 착한 입문서이다.
물론 저자가 외국인이라서 우리나라에서는 하기 어려운 와이너리 방문이나 와인 클럽 등에 관한 이야기도 포함되어있고, 알아두어야 할 품종에 대한 설명 후 이어지는 추천할만한 와인 리스트도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니겠지만 책만큼 두꺼운 와인리스트를 건네는 레스토랑에 가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아니면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비싼 레스토랑이 아니더라도 수퍼에서 추천받은 와인들을 발견하는 작은 기쁨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와인을 마시면 잠을 잘 잔다.
잠을 잘 자면 죄를 짓지 않는다.
죄를 짓지 않으면 구원을 받는다.
고로 와인을 마시면 구원을 받는다
- 중세독일속담 (p196)
이런걸 귀납법이라 하던가. 암튼 지금의 우리는 굳이 이런 삼단논법을 들먹이지 않아도 와인을 마실 수 있으니 행복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