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리석은 판단을 멈추지 않는다 - 의도된 선택인가, 어리석은 판단인가! 선택이 만들어낸 어리석음의 역사
제임스 F. 웰스 지음, 박수철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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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여러가지 방식으로 연구할 수 있는 다면적 학문이다. 특정 시대나 문명은 정치사, 경제사, 사회사, 인물사, 문화사, 지성사 등의 측면에서 분석될 수 있다...(중략) 어리석음은 대체로 여담의 소재나 어떤 시점의 특수성으로 인해 우연히 빚어진 골치 아픈 예외적 조건으로 간주됐다...(중략) 문명과 시대를 막론하고 역사적 기록에 많은 어리석음의 사례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이 책은 지금까지 한번도 독립적으로 검토된 적 없는 과거의 단면을 분석한 결과물이다. (저자의 시작하는 글에서)

   위에서 인용한 저자의 시작하는 글의 한 부분이 이 책의 집필 목적과 의도를 명료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저자의 독특한 시각은 역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해석이라기보다는 아예 역사를 거꾸로 보는 것에 더 가깝다고 생각된다. 결과가 좋지 않았던 역사적 사건들은 논외로 치더라도 위대함이나 업적에 대한 기록물로만 존재했던 역사적 인물들의 어리석음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방식의 서술은 새롭다라는 생각을 넘어서는 당황함까지 느끼게 했다. 예를 들어 '서양의 어리석음의 대표주자, 플라톤'이라던지 '르네상스'를 '어리석음의 부활'로 명명한다던지와 같은 극단적인 표현이 저자의 의견을 받아들이는데 한걸음 물러나 있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책에 '어리석다'라는 표현이 몇번쯤 등장할까? 세어보진 않았지만 아마 수백번은 되지 않을까? 그러니까 저자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독자가 그것을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어리석음을 강요하고 독자가 세뇌당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저자의 말이 틀리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책의 부제가 말해주듯이 인류의 역사 속에는 수많은 '선택이 만들어낸 어리석음'이 존재한다. 아직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것들만 잠깐 살펴보더라도, 인종우월주의가 탄생시킨 비극인 노예제도, 잔인한 식민지 정책, 기술과 물질에 대한 과도한 숭배로 인한 인간의 존엄성 말살, 수많은 전쟁 등이 그것이다. 때로는 의도적으로 때로는 예기치 않게 인간은 무수한 어리석은 선택을 지지해왔고 지나간 어리석음을 본보기로 삼아 어리석음에서 한발짝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큰 어리석음의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여기저기에 만연한 '어리석음의 현상'에 대해 나열하고자 한 것이라면 어느정도 목표달성을 하였다고 보여지나 대단히 산만하고 자극적인 서술방식으로 인해 책을 다 읽고난 지금, 그래, 인간은 어리석어..근데 뭘 어쩌자는거야? 라는 물음만 머리속에 떠돌고 있다. 이것 또한 어리석음의 결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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