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들
카린 슬로터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최근에 여중생 딸의 친구를 성폭행 한 후 죽인 사건이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사건 하나가 문제가 아니라 살인 용의자의 가학적인 변태행위들이 드러나면서 그와 그의 딸에게 동정과 관심을 베풀었던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비단 이 한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는 하드고어 소설에만 등장했던 일들이 매번 뉴스 지면을 장식할 때마다 인간의 본성을 의심하게 된다. 이 작품 역시 '예쁜 여자들'에 탐닉하는 사이코 패스들에 의해 자행된, 성악설을 확신하게 만드는 사건을 다룬다. 소재 자체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음에도 한장 한장 읽을 때 고스란히 느껴지는 충격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한 가정의 장녀 줄리아가 어느 날 실종되었다.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줄리아는 예쁘기도 하고 동네 노숙자들 쉼터에서 봉사활동도 하는 등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아이였다. 그런데 실종 후 담당 경찰관이 단순 가출로 몰아세우면서 어느 새 줄리아는 술에 쩌들고 몸을 헤프게 굴리는 여자아이로 둔갑하고 만다. 요즘식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마녀 사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났지만 줄리아의 행방을 여전히 알 수 없고, 그녀의 가정은 산산조각이 난 상태이다. 줄리아를 잃은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그녀를 찾는데 집착하는 아빠와 그것을 못견뎌 하던 엄마는 이혼하고 아빠는 자살하게 된다. 줄리아에게는 두 여동생, 리디아와 클레어가 있는데, 과거의 한 사건으로 인해 리디아는 가족과 인연을 끊게 된다. 클레어는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남편 폴과 18년동안 행복한 결혼생활을 해오는데, 어느 날 폴이 강도에 의해 죽임을 당하면서 엄청난 일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스릴러 혹은 범죄 소설로 분류되어있지만 사실 그렇게 촘촘하다거나 앞뒤 연결고리가 딱 들어맞는 이야기의 형식은 아니다. 사건 자체보다는 사건 피해자들, 특히 가족들이 감당해야하는 심리적 고통과 상처에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듯 보인다. 그래서인지 20년동안 아무도 모르게 그런 일들이 똑같은 장소에서 자행되어 올 수 있었던 명확한 방법이나 근거등이 부족하고, 경찰과 하원의원까지 결부되어있다고는 하지만 20년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일들이 별로 영리하지도 않은 한 여성에 의해 폭로되는 부분에 대한 개연성이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폴과 공범자들의 가학적 행위 자체만을 묘사하는데 너무 치중되어있다보니 왜 그들이 '예쁜 여자들' 에게 삐뚤어진 집착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어있지 않았다는 점 또한 아쉽다. 제목으로 추측해보건대, 여성혐오나 여성비하 혹은 여성을 물건처럼 취급하는 시각에 대한 메세지가 포함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예쁜 여자들은 동경의 대상이지만 때로는 그 아름다움이 오히려 죽음을 부른다는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것 이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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