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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 ㅣ 나의 인문 기행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 반비 / 2018년 1월
평점 :
동생과 일년에 한번은 둘만 여행을 가겠노라고 선언한 지 올해가 3년째이다. 원래 첫 해에 이탈리아 일주를 해보겠다고 야심찬 계획을 세웠지만 경제적, 시간적 이유로 일본 기차 여행으로 변경했었다. 아무래도 이탈리아는 역사적으로나 인문학적으로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나라라서 사전 준비 없이는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두번째 해에는 국내 통영이었고 드디어 올해 다시 이탈리아를 계획하고 있다. 이탈리아 하면 떠오르는 단어나 장소, 인물 등을 나열하자면 - 신화, 예술, 피자, 파스타, 커피, 젤라또,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카라바조, 메디치 가문, 카이사르, 두오모, 폼페이, 로마, 피렌체, 아말피, 로마의 휴일, 콜로세움, 성 베드로 성당, 피에타, 기독교, 그리고 마피아와 소매치기...등 끝도 없이 단어와 이미지들을 떠올릴 수 있다.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우선 서재의 책들 중 이탈리아와 관련된 책들을 다시 읽어보려고 뽑아 놓았다. 그리고 서점에서 이탈리아로 검색하여 나온 책들 중 느낌이 좋은 책들을 골라 읽기로 했는데 서경식님의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을 첫번째로 골랐다. 사실 어느 정도 감으로 고른 책이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저자는 재일 조선인 2세로 다양한 저서를 썼는데 특히 미술에 관한 저서가 많고 유대계 이탈리아인 프리모 레비를 특히 동경하여 그의 자취를 찾아 이탈리아를 방문하여 남긴 저서도 대표작이다. 이번 인문 기행은 세번째로 이탈리아를 방문하여 여러지역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순례하면서 작성한 에세이에 가까운 기행문인데, 이탈리아의 현대 역사, 즉 파시즘이 이탈리아를 지배하던 세계대전 시기를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물론 미켈란젤로(미켈란젤로에게는 꽤 많은 페이지가 할애되었다)나 카라바조 베르니니 등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대한 부분도 있으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현대사 속의 이탈리아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래..맞아...카이사르나 아우구스투스 시절의 로마제국이나 르네상스로 기억되는 이탈리아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무솔리니로 대표되는 파시즘의 희생자들이 있었고 파시즘에 대항하여 이탈리아를 지키고자 했던 파르티잔이 있었고 그 고난의 시대를 살아냈던 수많은 군중들이 있었다. 신과 예술과 영웅을 배체한 이탈리아를 상상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그에 더해 상처입은 이탈리아의 현대사를 한번쯤은 되새겨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