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언덕으로 떠나는 로마 이야기 - 일곱 언덕의 작은 도시, 로마제국의 재발견 인문여행 시리즈 3
김혜경 지음, 서동화 사진 / 인문산책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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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로마라는 장소에 집중해보자. 이탈리아 지도에서 거의 중앙에 위치해 있는 로마는 이탈리아 전체의 크기에 비해 생각보다 작은 도시이다. 크게 일곱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로마는 그래서인지, 관광객들이 구획별로 나누어 여행하기에 꽤나 편한 도시이기도 하다. 이 책은 로마에서 오래 거주한 저자가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 써 내려간 일곱 언덕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가끔은 출처를 의심케 하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일곱 언덕에 관해 요약정리가 잘 되어 있어 여행자들에게는 어느 여행서보다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일곱언덕은 가장 유명하고 이야기거리가 많은 팔라티노 언덕과 카피톨리노 언덕을 비롯해, 테베레 강과 인접한 아벤티노 언덕, 로마의 관문이 된 첼리노 언덕, 가장 높고 넓은 에스퀼리노 언덕, 직공들과 상인들이 모여 살던 비미날레 언덕, 그리고 사비니족들의 사연이 담긴 퀴리날레 언덕을 말한다. 저자는 각 언덕과 관련된 고대 신화나 이야기를 시작으로 언덕에 위치하고 있는 유명 스팟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한다. 로마를 건국했다고 알려진 로물루스의 이야기부터 로마의 왕정시대를 거쳐 공화정, 제정 시대, 서로마가 멸망하고 비잔틴 제국 시대를 거쳐 근대 통일 이탈리아 시절까지 두루두루 다루고 있다.  본인이 가톨릭교인임을 밝히는 저자의 지식은 성 베드로 성당이나 바티칸 등 가톨릭과 관련된 내용을 다룰 때 빛나는 듯 하다.

  

   한걸음 한걸음 씩 저자를 따라 걸어가다보면 어느 새 로마의 끝에 와 있는 기분이다. 로물루스가 로마의 경계를 그었던 언덕에서부터 시작하여 치열했던 공화정 시대, 카이사르가 암살 당했던 로마의 원로원을 거쳐, 콘스탄티누스의 개종으로 기독교를 받아들이게 된 로마 제국 시대를 지나, 미켈란젤로의 눈물나게 아름다운 피에타 앞까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일곱 언덕을 구석구석 섭렵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정도로라면 3주 후엔 자신있게 지도를 보듯이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자신있게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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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우스 로마사 1 - 1000년 로마의 시작 리비우스 로마사 1
티투스 리비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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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까지 많은 로마사 관련 역사서를 접했지만 그 시대를 살았던 역사가의 저술은 처음 접한다. '로마의 위대한 3대 역사가'로 뽑힌다는 리비우스는 기원전 59년(혹은 기원전 64년)부터 기원후 17년을 살았던 사람으로 로마 공화정의 마지막 시기의 혼란스러운 시대에 태어나 폼페이우스와 카이사르의 대결을 목격하고 카이사르의 암살을 보았으며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가 옥타비우스와 대결했던 악티움 해전의 시기와 옥타비우스가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로서 등극하여 사망할 때까지 그 역사의 현장 속에 존재했던 인물이다. 그러니 그의 역사서가 생생하지 않을 수 있을까. 기원 753년 로마 창건의 해라고 알려진 시기부터 기원전 9년까지의 로마사를 총 142권의 두루마기 책으로 저술하였는데, 대부분이 소실되고 지금은 35권 정도만 남아있다고 한다. 그 중 1-5권까지를 담은 책이 바로 <리비우스 로마사I>인데, 연대를 따지자면 기원전 753년부터 기원전 390년까지의 기록을 담았다.

  

   보통 순수 역사서인 경우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 기술하는데, 이 책도 역시 시대순으로 되어 있어 일이 일어난 순서를 가늠해보기에 좋게 되어있다. 그리고 다른 역사서와는 달리 문장이 굉장히 간결하고 뭐랄까 딱 떨어지는 문장들로 되어있는데다 현재에도 먹혀들어가는 유머코드들도 간간히 느낄 수 있어서 오래 전 시대의 특정한 표현이나 용어에도 불구하고 어렵다거나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물론 중반으로 접어들다보면 반복된 사건들의 연속, 즉 전쟁이나 집정관, 원로원, 귀족, 호민관, 평민들의 지리한 정치적 대결 같은 장면들이 많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인물들의 비슷비슷한 이름들이 나중에는 도저히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지만, 평소 공화정 말기를 중심으로만 로마사를 접했던 나로서는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탄생 이야기가 신화가 아닌 실제 역사적 사건으로 다가오는 리비우스의 로마사가 흥미로웠다. 특히 로마시대의 특징 중 하나인 광장이나 포룸에서의 연설 장면들에서는 명연설로 꼽을 만한 것들이 많아 감탄해 마지 않았는데, 나중에 작품해설에 보니 이 연설 부분은 저자의 창작으로 '역사적 기록이라기 보다는 문학 작품'으로 간주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완전 허구가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 했을 법한 설득력을 가지고 만든 상상의 산물이라서 그런지 굉장한 호소력이 느껴지는 멋진 문장들이었다.

  

   이탈리아 여행을 앞두고 이탈리아의 역사, 미술, 건축, 음식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려는 와중에 만나게 된 <리비우스 로마사>는 아마도 역사적 현장에 서 있게 되는 매 순간마다 기억에서 소환하여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하게 될 역사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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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읽는 그랑 르노르망 카드
김세리 지음 / 북레시피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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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랑 르노르망 카드는 다양한 신화 혹은 별자리 등의 이야기 혹은 상징이 담긴, 상담자가 뽑은 카드를 해독하여 상담자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맞추어 미래에 대한 조언을 하는 일종의 점술에 사용되는 카드이다. 18,19세기를 살았던 마리-안느 아델라이드 르노르망이 만들었다고 알려지는 이 독특한 점술은 타로와 비슷하면서도 한없는 확대 해석이 가능한 타로와는 달리 비교적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이 가능하다는 점이 다르다고 하는데, 르노르망 여사는 어렸을 때부터 예지력이 뛰어나 장-폴 마라나 로베스 피에르, 나폴레옹과 조제핀 등 당대 유명 인사들이 찾았던 점술가라고 한다.

   여기서 나는 '미래를 읽는'에 방점을 찍기 보다는 과거 점술가들이 어떻게 다양한 신화나 일상 속 상징들을 해석하고 이해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읽어보았다. 과거 점술이란 오늘날로 따지면 천문학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학문에 해당하였기 때문에 그들이 가졌을법한 놀라운 예지력은 어쩌면 자연을 관찰하고 그것에 의거하여 인간을 이해하는 뛰어난 능력에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더군다나 책을 읽는 내내 해독이 즐거웠던 이유는 바로 그리스,로마 신화에 기반을 둔 카드들이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총 54장으로 구성된 르노르망 카드는 크게 다섯가지 주제별로 분류가 가능한데, 6장의 이아손과 황금양털 신화, 9장의 트로이 전쟁 신화, 7장의 연금술 혹은 결혼, 19장의 뜻밖의 사건들, 그리고 11장의 시간의 질서와 별자리가 그것이다(별자리는 12궁인데 카드가 11장인 이유는 이아손과 황금양털 신화의 헤라클레스 카드와 게자리의 카드가 겹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각 남성 상담자 카드 한장과 여성 상담자 카드 한장을 더하여 총 54장이 된다. 처음에는 카드에 담긴 이야기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이 나오고 후반부에는 카드의 배열 방식과 그에 따른 해석의 실례가 나온다. 특정 카드에 담긴 이야기는 한가지일 수 있지만 카드의 배열 순서와 해석에 따라 긍정적 해석이 나올 수도, 부정적 해석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은 어쩌면 점술이라는 것에 대한 무한 신뢰가 아닌 상담의 수준으로만 받아들이라는 무언의 암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실제 카드가 함께 있어서 평소 신화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면, 신화라는, 어찌보면 인간 세계를 반영하는 이야기 속에서 현재의 삶을 읽어내는 시간을 가져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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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 나의 인문 기행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 반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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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과 일년에 한번은 둘만 여행을 가겠노라고 선언한 지 올해가 3년째이다. 원래 첫 해에 이탈리아 일주를 해보겠다고 야심찬 계획을 세웠지만 경제적, 시간적 이유로 일본 기차 여행으로 변경했었다. 아무래도 이탈리아는 역사적으로나 인문학적으로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나라라서 사전 준비 없이는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두번째 해에는 국내 통영이었고 드디어 올해 다시 이탈리아를 계획하고 있다. 이탈리아 하면 떠오르는 단어나 장소, 인물 등을 나열하자면 - 신화, 예술, 피자, 파스타, 커피, 젤라또,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카라바조, 메디치 가문, 카이사르, 두오모, 폼페이, 로마, 피렌체, 아말피, 로마의 휴일, 콜로세움, 성 베드로 성당, 피에타, 기독교, 그리고 마피아와 소매치기...등 끝도 없이 단어와 이미지들을 떠올릴 수 있다.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우선 서재의 책들 중 이탈리아와 관련된 책들을 다시 읽어보려고 뽑아 놓았다. 그리고 서점에서 이탈리아로 검색하여 나온 책들 중 느낌이 좋은 책들을 골라 읽기로 했는데 서경식님의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을 첫번째로 골랐다. 사실 어느 정도 감으로 고른 책이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저자는 재일 조선인 2세로 다양한 저서를 썼는데 특히 미술에 관한 저서가 많고 유대계 이탈리아인 프리모 레비를 특히 동경하여 그의 자취를 찾아 이탈리아를 방문하여 남긴 저서도 대표작이다. 이번 인문 기행은 세번째로 이탈리아를 방문하여 여러지역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순례하면서 작성한 에세이에 가까운 기행문인데, 이탈리아의 현대 역사, 즉 파시즘이 이탈리아를 지배하던 세계대전 시기를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물론 미켈란젤로(미켈란젤로에게는 꽤 많은 페이지가 할애되었다)나 카라바조 베르니니 등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대한 부분도 있으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현대사 속의 이탈리아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래..맞아...카이사르나 아우구스투스 시절의 로마제국이나 르네상스로 기억되는 이탈리아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무솔리니로 대표되는 파시즘의 희생자들이 있었고 파시즘에 대항하여 이탈리아를 지키고자 했던 파르티잔이 있었고 그 고난의 시대를 살아냈던 수많은 군중들이 있었다. 신과 예술과 영웅을 배체한 이탈리아를 상상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그에 더해 상처입은 이탈리아의 현대사를 한번쯤은 되새겨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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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후드의 모험 -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7
하워드 파일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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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로빈후드에 대한 환상을 확실하게 갖게 해준 작품을 꼽으라 하면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로빈훗>을 선택하겠다. 너무 오래전이라 다른 건 기억나지 않아도 활 시위를 당기고 있는 로빈훗을 담은 포스터만큼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식으로 표현을 하자면 의적인데, 당시에는 Prince of Thieves라는 표현이 어찌나 입에 착 달라붙던지 언젠가 꼭 셔우드 숲에 가보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년 후 나는 셔우드 숲에서 가슴 뛰는 산책을 하게 되었다, 혹시 로빈훗의 만찬에 초대되지나 않을까라는 헛된 망상에 사로잡혀서 말이다. ^^;  잡담으로 시작했으나, 이만큼 로빈훗은 어렸을 때부터 상상 속 모험의 세계에 자주 빠지곤 했던 나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이야기였고 아마도 어른이 된 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작품을 읽은 듯 하다. '태런 에저튼'이 캐스팅된 영화 <로빈후드:오리진>도 올해 하반기에 개봉된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현대지성의 17번째 클래식 시리즈로 나온 이번 작품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어린이를 위한 작품으로 쓰였다보니, 굉장히 쉬운 문체와 마치 BGM이 깔린 듯한 운율이 느껴지는 이야기 방식은 책을 읽는 내내 즐거운 기분으로 읽을 수 있게 했는데, 현재까지 내려오는 로빈 후드의 이미지는 아마 하워드 파일이 오랜 전설 속에서 불러낸 로빈 후드의 그것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삽화가였던 저자가 직접 그린 삽화까지 그대로 담아 재미를 더한다.


   젊은 혈기가 낳은 실수로 삼림 감독관을 죽이게 된 명사수 로빈이 셔우드 숲에 둥지를 튼 후 어떻게 부정한 권력과 압제에 시달리던 사람들과 동지가 되어 전설이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혼자였던 로빈이 자신의 오른팔이 되는 리틀 존과 그 외 다른 충직한 부하들을 얻게 되는 과정, 부패한 권력의 대명사인 노팅엄 주장관과 헤리퍼드 주교를 대상으로 한 통쾌한 복수극, 그리고 각종 활쏘기 경기와 육척봉 겨루기에서 솜씨를 자랑하는 이야기 등은 반복해서 읽어도 지루하지 않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묘사하는 부분은 너무 세밀하여 눈앞에 풍경이 펼쳐지는 듯 하고, 기름이 살짝 도는 사슴고기나 거품 가득한 수제 맥주에 관한 묘사는 읽는 이로 하여금 오늘날 먹방에 절대 뒤지지 않는 배고픔을 선사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이나 13세기 영국이나 권력과 돈을 가진 자들이 민중을 착취하고 무시하는 행태는 다를 바가 없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로빈후드가 실존했다 하더라도, 로빈후드가 한명이 아니라 100명, 1000명이 있었다 하더라도 세상이 변했을까.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이런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시대를 거쳐 구전되거나 기록으로 남아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날강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존경의 대상이었던 인물에 관한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수세기가 지나서도 여전히 그 시대의 사람들을 위로하는 문학으로 남을 것이라 믿어본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 법.

   로빈후드의 묘비명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모험도 끝난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셔우드 숲을 그리워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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