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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읽는 그랑 르노르망 카드
김세리 지음 / 북레시피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그랑 르노르망 카드는 다양한 신화 혹은 별자리 등의 이야기 혹은 상징이 담긴, 상담자가 뽑은 카드를 해독하여 상담자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맞추어 미래에 대한 조언을 하는 일종의 점술에 사용되는 카드이다. 18,19세기를 살았던 마리-안느 아델라이드 르노르망이 만들었다고 알려지는 이 독특한 점술은 타로와 비슷하면서도 한없는 확대 해석이 가능한 타로와는 달리 비교적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이 가능하다는 점이 다르다고 하는데, 르노르망 여사는 어렸을 때부터 예지력이 뛰어나 장-폴 마라나 로베스 피에르, 나폴레옹과 조제핀 등 당대 유명 인사들이 찾았던 점술가라고 한다.
여기서 나는 '미래를 읽는'에 방점을 찍기 보다는 과거 점술가들이 어떻게 다양한 신화나 일상 속 상징들을 해석하고 이해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읽어보았다. 과거 점술이란 오늘날로 따지면 천문학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학문에 해당하였기 때문에 그들이 가졌을법한 놀라운 예지력은 어쩌면 자연을 관찰하고 그것에 의거하여 인간을 이해하는 뛰어난 능력에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더군다나 책을 읽는 내내 해독이 즐거웠던 이유는 바로 그리스,로마 신화에 기반을 둔 카드들이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총 54장으로 구성된 르노르망 카드는 크게 다섯가지 주제별로 분류가 가능한데, 6장의 이아손과 황금양털 신화, 9장의 트로이 전쟁 신화, 7장의 연금술 혹은 결혼, 19장의 뜻밖의 사건들, 그리고 11장의 시간의 질서와 별자리가 그것이다(별자리는 12궁인데 카드가 11장인 이유는 이아손과 황금양털 신화의 헤라클레스 카드와 게자리의 카드가 겹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각 남성 상담자 카드 한장과 여성 상담자 카드 한장을 더하여 총 54장이 된다. 처음에는 카드에 담긴 이야기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이 나오고 후반부에는 카드의 배열 방식과 그에 따른 해석의 실례가 나온다. 특정 카드에 담긴 이야기는 한가지일 수 있지만 카드의 배열 순서와 해석에 따라 긍정적 해석이 나올 수도, 부정적 해석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은 어쩌면 점술이라는 것에 대한 무한 신뢰가 아닌 상담의 수준으로만 받아들이라는 무언의 암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실제 카드가 함께 있어서 평소 신화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면, 신화라는, 어찌보면 인간 세계를 반영하는 이야기 속에서 현재의 삶을 읽어내는 시간을 가져볼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