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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우스 로마사 1 - 1000년 로마의 시작 ㅣ 리비우스 로마사 1
티투스 리비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3월
평점 :
이제까지 많은 로마사 관련 역사서를 접했지만 그 시대를 살았던 역사가의 저술은 처음 접한다. '로마의 위대한 3대 역사가'로 뽑힌다는 리비우스는 기원전 59년(혹은 기원전 64년)부터 기원후 17년을 살았던 사람으로 로마 공화정의 마지막 시기의 혼란스러운 시대에 태어나 폼페이우스와 카이사르의 대결을 목격하고 카이사르의 암살을 보았으며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가 옥타비우스와 대결했던 악티움 해전의 시기와 옥타비우스가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로서 등극하여 사망할 때까지 그 역사의 현장 속에 존재했던 인물이다. 그러니 그의 역사서가 생생하지 않을 수 있을까. 기원 753년 로마 창건의 해라고 알려진 시기부터 기원전 9년까지의 로마사를 총 142권의 두루마기 책으로 저술하였는데, 대부분이 소실되고 지금은 35권 정도만 남아있다고 한다. 그 중 1-5권까지를 담은 책이 바로 <리비우스 로마사I>인데, 연대를 따지자면 기원전 753년부터 기원전 390년까지의 기록을 담았다.
보통 순수 역사서인 경우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 기술하는데, 이 책도 역시 시대순으로 되어 있어 일이 일어난 순서를 가늠해보기에 좋게 되어있다. 그리고 다른 역사서와는 달리 문장이 굉장히 간결하고 뭐랄까 딱 떨어지는 문장들로 되어있는데다 현재에도 먹혀들어가는 유머코드들도 간간히 느낄 수 있어서 오래 전 시대의 특정한 표현이나 용어에도 불구하고 어렵다거나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물론 중반으로 접어들다보면 반복된 사건들의 연속, 즉 전쟁이나 집정관, 원로원, 귀족, 호민관, 평민들의 지리한 정치적 대결 같은 장면들이 많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인물들의 비슷비슷한 이름들이 나중에는 도저히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지만, 평소 공화정 말기를 중심으로만 로마사를 접했던 나로서는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탄생 이야기가 신화가 아닌 실제 역사적 사건으로 다가오는 리비우스의 로마사가 흥미로웠다. 특히 로마시대의 특징 중 하나인 광장이나 포룸에서의 연설 장면들에서는 명연설로 꼽을 만한 것들이 많아 감탄해 마지 않았는데, 나중에 작품해설에 보니 이 연설 부분은 저자의 창작으로 '역사적 기록이라기 보다는 문학 작품'으로 간주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완전 허구가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 했을 법한 설득력을 가지고 만든 상상의 산물이라서 그런지 굉장한 호소력이 느껴지는 멋진 문장들이었다.
이탈리아 여행을 앞두고 이탈리아의 역사, 미술, 건축, 음식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려는 와중에 만나게 된 <리비우스 로마사>는 아마도 역사적 현장에 서 있게 되는 매 순간마다 기억에서 소환하여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하게 될 역사서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