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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 지음, 이빈 옮김 / 박하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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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담하게 뱉어내는 피의 역사 [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는 <롤링 스톤>의 편집장이었으며 작가이자 뛰어난 음악평론가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형수, 게리 길모어의 막냇동생이다.

게리 길모어는  폭력과 광기로 점철된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그의 성겻탓이든, 집안 분위기 탓이든 결국, 혹은 마침내 무고한 시민 두 명을 아무 이유 없이 죽이고 스스로 총살형에 처해달라고 주장했다.

1977년 미국에서 10년 만에 부활한 사형제도에 의해 처형된 첫 번째 사형수였고, '피의 속죄'라는 모르몬 식의 엄격한 대가를 치른 사람이었다. (1996년 유타 주에서 총살형이 다시 집행되었으므로 최후의 총살형 사형수는 아니다.)

 

"게리 형, 보고 싶을 거야.""우리 모두 형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

"날 자랑스러워 할 필요는 없어. 자랑할 게 뭐가 있다고. 난 그저 총에 맞아 죽는 것뿐이야. 못할 짓을 저지른 대가로 말이지."

그것이 우리가 나눈 마지막 인사였다.-604

 

게리 길모어의 죽음을 TV로 접하게 된 마이클의 감상은 간결하다.

-그 마지막 감정의 굴곡은 대비할 길이 없다.-605

 

가족의 어두운 역사, 더 나아가서는 피의 역사가 될 수도 있을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이클은 가족에게 세습된 내력, 그것은 무엇이며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를 담담하게 파헤쳐 간다.

살아남은 사람들에게서 직접 들은 이야기조차 진실만을 담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는, 먼저 들은 이야기를 적고, 다시 한 번 그 이야기의 끝을 되짚어 사실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따졌다.

미국의 개척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혈통의 뿌리를 찾아가고, 미국 전역을 떠돌아 다녔던 자신의 기족사의 흔적을 찾아낸다. 자신의 가족에 관하여 많은 것을 알게 될수록 운명의 힘을 강조하는 대신, 자신의 가족사에서 비극의 정점을 이루는 순간을 한 발 떨어져 바라본다.

무엇보다도 가족의 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 가장 방해가 될 수도 있는 '감정'의 농도를 최대한 낮춘 다음 사실을 담담하게 묘사한다.

그리하여 이 논픽션은 드라마틱하고 비통한 삶의 순간을 함께 거슬러감에 있어 독자가 작가의 내력에 대해 한 점 의심 품을 여지를 없게 한다.

 

"게리가 어렸을 때, 그가 살인자가 되는 데 영향을 줬을 만한 어떤 사건이 혹시 있었습니까?"-20

 

자신의 집안 역사 어딘가에 모든 것을 풀어줄 열쇠가 있을지, 무엇이 이토록 많은 희생과 폭력을 만들어냈는지를 설명해줄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를 어쩌면 알아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과거로 돌아가 진실을 찾아내고자 한다.

 

너무 길고 너무나 개인의 가정사에 관련된 이야기여서 처음엔 읽기에 적잖이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살인자가 되어가는 과정과 음침한 가족의 내력에 점점 호기심이 생겼다.

읽는 내내 고통이 뒤따르기도 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생생하게 전달받기 어려운 교도소 내에서의 끔찍한 악행들을 볼 수 있고, 엇나가기로 작정한 한 사람의 행동을 통해 그 내력을 유추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책장을 어서 넘기라고 채근하고 있었다.

저자는  자신의 형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하지도 않았고 누구 하나 용서해야 한다고 말하지도 않았지만 집안의 내력, 나아가서는 미국의 자본주의가 내포하고 있는 타락과 폭력의 시대에 휩쓸린 인간의 나약함이라고 치고, 조금은 동정을 보여줘도 되지 않을까...생각하게 되었다.

하나의 온전한 인간을 이루는 것이 혈통인지, 환경인지, 혹은 운명인지.

딱 부러지는 답은 있을 수 없지만 이렇듯 고통 속에서 삶을 살다 결국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 가족 중에 한 사람이라도 있다는 것은

개인에게 엄청난 비극이 될 수밖에 없다.

용감하게 가족의 역사를 훑어내리려는 결단을 내린 작가가 대단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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