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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핸드 타임 -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최후 ㅣ 러시아 현대문학 시리즈 1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하은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소비에트 '문명'의 흔적을 기록하다 [세컨드핸드 타임]
소비에트 연방이라는 말이 예전에는 친숙했는데, 지금은 그 말을 쓰기가 어색하다.
러시아로 대체된 그 지역은 한때 온통 붉은 색으로 뒤덮여 있는 곳이었지만 자유의 바람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뀐 듯 하다.
러시아에 특별한 관심도 없고 연관 관계도 없는 제3자의 눈으로 보면 러시아는 붉은 궁전과 발랄라이카, 사모바르의 나라. 관광지로 조금은 매력적이지 않을까? 하는 나라로 각인되어 있다.
뉴스를 통해 지도자가 바뀌었다, 자유가 침투했다, 같은 단편적인 내용으로는 그 나라의 속사정을 알 길이 없다. [비정상회담] 같은 예능프로그램에 러시아 출신 인물이 나와 자신의 나라를 알리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러시아를 속속들이 알기란 불가능하다.
어떻게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나라의 정서와 역사와 문화를 아우를 수가 있겠는가.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다.
그녀는 이 책에서 소련이 붕괴되고 20년 후 '붉은 인간'이라 명명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특히 정권교체와 변화의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실망과 상실감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대단히 어둡고 침체되어 있다.
한 장 넘기고 한숨 쉬고, 또 한 장 넘기고 더 깊은 한숨을 푹~ 내쉬는 자세로 책을 읽어나가야 했다.
소비에트 시절 사회주의에 길들여졌던 인물들을 찾아가 소중한 이야기를 끌어내서 기록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리라.
인터뷰 형식으로 이어진 이 책은 비극적인 인간상인 '호모 소비에티쿠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쩌면 저자의 지인, 친구,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기에 저자는 스스로를 '가담자'라고 일컫는다.
사회주의 출신자만의 언어, 선과 악에 대한 가치관, 그들만의 영웅과 순교자가 있으며 심지어는 죽음과도 특별한 관계로 얽혀 있는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드러내기 꺼려지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소비에트의 일상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렸지만 세상이 변한 지금에는 모두가 그 때 그 시절 그들의 삶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저자는 가정 속에 나타난 사회주의 또는 내부적으로 나타난 사회주의의 역사적 파편과 부스러기를 모아 글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역사 속에 감정을 들이지 않기 위해, 재앙과도 같은 그 시절을 드러내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저자는 사람들에게 사회주의가 아닌 사랑, 질투, 유년기, 노년기에 대해 그리고 음악, 춤, 헤어스타일에 대해, 사라ㅏ진 삶의 소소한 일상에 대해 물어보았다.
소비에트 문명의 흔적을, 소비에트의 익숙한 얼굴을 기록하는 장대한 여정을 떠난 저자는 그리하여 자유에 대한 서로 다른 대답도 얻어냈다.
"지금의 학생들은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불평등, 가난, 뻔뻔한 부라는 것이 무엇인지 속속들이 알고 있고 뼈저리게 느낀 아이들이에요. 학생들의 눈에 약탈당한 국가로부터 아무것도 받지 못한 부모들의 삶이 적나라하게 비친 거에요. 그래서 학생들은 극단적인 사상을 추구하게 되었어요. 자신들만의 혁명을 꿈꾸는 거죠. 레닌이나 체 게바라의 얼굴이 그려진 붉은 티를 입고 다니면서요."-18
저자는 구시대적 발상이 부활하고 공산당을 재현한 것 같은 집권당이 활동하고 있는 지금, 세컨드핸드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며 바리케이드 쳐진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인문학자도 역사학자도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건너온 세월의 강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떠다니고 있다. 뜰채로 하나씩 하나씩 건져서 쭉 늘어놓으니 그럴듯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된다. 수백 만의 생명이 스러지는 것을 목도한 뒤에 찾아온 자유라는 것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역사의 한 장면, 장면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나서야 깨닫게 되리라. 일상이었던 사회주의가 어떻게 인간의 마음 속에 살고 있었는지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