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15,000km, 두 바퀴의 기적 - 베를린-서울, 100일간의 자전거 평화대장정
조선일보 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원정단 엮음 / 21세기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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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유목민들의 도전 [유라시아 15,000 km  두 바퀴의 기적]

 

 

 

2014년 8월 13일부터 11월 16일까지 100일간 독일 베를린에서 서울로 유라시아 15,000km 대장정에 성공한 자전거 원정단.

 

자전거를 겨우 타기는 하되 똑바로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하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하는 나로서는

자전거를 타고 대륙을 횡단한다는 자체가 대단하고 멋져 보였다.

 

이들은 무엇 때문에 이 먼 거리를 오직 두 바퀴의 자전거에 의지하여

달린 것일까?

 

 

 

지도상으로 보아도 거리가 어마어마하다.

 

김창호 원정대장을 선두로 270 대 1 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6명의 대원 등이 참가했다고 한다.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들만이 대장정을 완성한 것은 아니다.

각 구간마다 라이딩을 함께 하는 대원들의 수는 변동이 있었고,

짧은 구간의 라이딩을 마치고 돌아가는 대원들도 있었다.

폴란드  구간에서는 청각 장애를 딛고 미인대회에서 우승한 김희영 씨가 있었고

원정 소구간인 2구간 라이딩에는 구자열 LS그룹 회장, 가수 김창완 씨가 있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도 러시아 볼가 강변에서 추석 차례를 함께 지내면서 "추석에도 휴가 없이 자전거 행진을 하는 대원들이 대견하다"며 "원정단의 행진이 계속될수록 유라시아의 간격도 좁혀질 것"이라고 했다.

 

베를린에서 서울까지 1만 5,000 km, 100여 일의 긴 여정을 치러낸 이들 평화원정은 조선일보의 '통일이 미래다' 프로젝트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베를린에서 서울로, 대륙을 횡단하며 평화통일의 씨앗을 뿌려보자는 것이 취지였다.

4개월 정도의 짧은 준비 기간, 충분치 않은 원정 9개국에 대한 정보.

차량 6대와 물자 통관에 관한 우려 등등 모든 것들이 걱정 투성이였지만 불굴의 정신력, 새로운 유라시아와 통일 한국에 대한 열망이 이 모든 것을 이겨내게 했다.

 

100여 일의 여정이었음에도 이들은 국경을 건너는 동안 4개의 계절을 다 체험했다는 것을 사진으로 보아 알 수 있다.

반팔 셔츠에서 두터운 동복 차림까지.

그리고 맑은 날부터 비오는 날, 눈 오는 날까지.

 

시련과 고난의 길을 허벅지 터지도록 두 바퀴를 굴리며 ' 통일 미래'를 위해 달렸다.

 

 

출정식을 앞둔 원정대원들이 독일 베를린 대성당 앞에서 무사 완주를 기원하며 힘차게 뛰어오른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이후 각 나라를 지날 때마다 그곳의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점프샷'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고 한다.

 

산악자전거가 아닌 도로용 자전거를 갖고 원정에 참가했던 대원의 자전거를 번갈아 바꿔 타며 함께 의지하기도 하고, 비스듬한 언덕에서 한 대원이 힘들어하면 다른 대원이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손으로 그의 등을 밀어 주기도 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며 원정길을 가는 동안, 베를린에서 서울까지의 길에서 대원들은 우리와도 연관 있는  역사적 과거와 참 많이도 맞닥뜨렸다.

 

 

외국 원정대는 물론 러시아 팀도 자전거로 크렘린 궁을 라이딩하는 행사를 가진 적 없는데, 한국 원정단은 그것을 이뤄내는 대활극을 선보였다.

 

러시아 경찰, 대사관의 철벽 방어도 뚫고 나가는 정신력,

중국의 '꽌시'도 문제 없이 통과하는 인적 네트워크!

 

 

분단 조국의 현실과 참 많이도 닮은 폴란드에서는 쇼팽 동상을 보며 망국의 아픔을 같이 앓았고,

 120년 전,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 대관식 후 원정단이 달리는 길과 같은 코스를 밟아 귀국했던 민영환이 걸었을 니즈니노브고로드 거리를 우리 번호판을 단 한국산 자동차의 선도를 받으며 달렸다.

일주일 동안 바이칼을 라이딩하면서는 <유정> 속 춘원의 문장을 떠올리기도 한다.

"허름하게 차려입고 기운 없이 사람 눈 슬슬 피하는 저 순하게 생긴 사람이 조선 사람이겠지요. 언제나 한번 가는 곳마다 '나는 조선 사람이오'하고 뽐내고 다닐 날이 있을까 하여 눈물이 나오."

 

 

 

 

그저 그런 여행 후기이겠거니, 했는데

원정단이 거쳐간 9개국의 정보도 꽤나 자세했고,

통일을 염원하며 라이딩한 것이 이 원정단의 기획 의도이다 보니,

곳곳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달리 보이는 것을 확실히 알겠다.

관광 정보보다는 역사와 그에 깃든 민족의 혼 같은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평화, 통일, 미래, 도전'

자전거 유목민들은 도전했고, 또 극복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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