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만점 플럼's 라이프 [플럼 다이어리]

참고로 나는 요즘 TV자막에 나오는 문구에 PD들이 "개섭섭"이라든지 "개재미" 같은 말을 넣는 것을 무지 싫어한다.
PD의 권력이라면 권력이랄 수 있는 자막 에디톨로지가 , 아무리 '예능'이라는 이름을 달고는 있지만 , 이런 식으로 재미만을 위해 오염된
언어 전파에 이용되어야 하느냐 말이다.
그러니 이 책의 리뷰 제목에 "개성만점"이란 말을 썼다 하여, 자막의 "개~~"와 같은 뜻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당연히 이 책을 쓰고 그림을 그린 사람은 에마이지만, 에마의 애견 플럼은 위와 같이 말했다.
글은 전부 자기가 쓴 거라고.
이 말을 당당하게 하는 플럼은 그리하여 "개성만점"인 강아지로 비춰진다.
달리 말하면 에마와 플럼의 관계가 상상 이상으로 친근하다는 뜻이 되겠다.
반려동물과의 생활을 그리는 만화 들을 보면 강아지나 고양이가 사람처럼 말을 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아예 그들이 주인공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일본만화 [오늘의 네코무라]씨에서는 고양이가 가정부로 일하면서 주인집의 일에 사사건건 참견하기도 한다.
비채에서 나온 [콩고양이]도 애묘인 부부 일러스트레이터의 손을 빌어 탄생한 귀염 작렬 콩알이, 팥알이가 주인가족과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플럼은 에마와 어떤 일상을 이어가고 있을까?
플럼의 Life는 앞의 동물들이 등장한 이야기보다 훨씬 더 사실적이고 인간적이다.
자신이 이 일기들을 썼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애당초 에마가 주인이었다는 사실 조차 잊어버리게 되는 정도이니 말이다.

뉴욕에서 온 에마의 친구 앤 옆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플럼을 보며 분명 에마가 그린 그림일 테지만, 지금 현재 플럼은 머릿속에서 자기랑
닮은 매력적인 업스타일 머리의 앤을 보며 기발한 발상을 전개하고 있는 중이다. '앤의 업스타일은 뉴욕의 빌딩숲을 닮은 것 같다. 이곳 런던에는
높은 빌딩이 없어서 그런지 사람들도 하나같이 납작하고 지루한 머리 모양을 하고 있다.'
분명 에마의 다이어리지만, 죄다 플럼의 시점에서 쓰여진 것이라서 좀 읽다가는 플럼이 주인이고 에마는 그저 동거인일 뿐이라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 에마가 의도한 것이라면, 그래 , 나는 그냥 퐁당, 플럼의 세상에 확실히 빠져 들었다.


물을 특히나 좋아하는 플럼은 일기 속에서 여러 번 물에 퐁당퐁당 빠진다. 작은 웅덩이나 개울에 빠지는 것도 좋아하지만 커다란 수영장에 홀로
"풍덩" 하거나 엠마와 함께 빗속에서 춤추는 것도 좋아한다.
위 두 컷은 내가 이 일기를 읽으며 가장 좋아하게 된 그림이다.
환상인듯, 현실인 듯.
비가 내리고 있어도 유쾌해지는 그림이다.
그 뿐인가, 하루 종일 차를 타고 달려 바닷가에 도착한 플럼은 "내 생을 통틀어 이렇게 신나고 행복했던 적이 있었던가?!"라는 소감을
말했다. 아마도..."멍, 멍?"^^
플럼은 올림픽에 내보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멋진 다이빙 실력을 선보이는가 하면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파도를 보며 철학자같은 관조를
보여주기도 한다.
스코틀랜드에서였던가, 친구 샐리의 카누의 앞쪽을 차지하고 앉아 바람에 털을 휘날리는 플럼의 모습은 정말 멋있었다!!
에마 때문에 집에 혼자 남아 있는 적도 있지만 플럼은 여행도 꽤 많이 다녔다.
일기가 시작된 첫 날, 패딩턴 역에 에마의 친구를 만나러 간 것을 그린 건, 아마도 많은 경험을 하게 될 거라는 암시이지 않았을까.
공원에 나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좋아하지만 호불호가 확실한 플럼은 족보를 얘기하는 아름다운 개 "밀리"와 심드렁한 대화를 나눈
후에 "족보"가 뭔지 궁금해하면서 혈통을 따지는 개에 대해 편치 않은 마음을 드러낸다. 나는 잭러셀과 푸들이 섞인 휘핏의 잡종이거든!
하지만 족보 있는 강아지이든 잡종이든 모두에게 환영받는다는 것이 중요한 사실이지.
온통 검은 색으로 뒤덮인 까닭에 손틉을 깎을 때에는 가끔 "꽥!" 하고 소리를 질러 에마를 깜짝 놀라게 하고는 간식을 얻어내기도 하는
영리한 강아지다.
"우리는 달릴 수 있을 때 절대 걷지 않고
수영할 수 있을 때는 절대 달리지 않는다."
플럼의 라이프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여왕"같은 도도함을 지녔으며 주변 환경에 따라 처신할 수 있는 사리분별력을 갖춘 이 녀석이 정말
매력적이란 생각이 든다.
플럼이 이런 다이어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은 아마도 플럼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며, 일 때문에 혹시라도 떨어져 있게 되면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에미의 따스함 마음이 언제나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의 우중충한 날씨를 닮았지만 마음만은 환한 햇살처럼 반짝이고, 다른 어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참신한 매력을 가진, 개성만점의
플럼!
만나게 되어 기뻤다!!
너도 부럽고 에마도 부럽구나~~
우리 집 고슴도치들은 제발, 내가 주인이라는 것 정도는 알아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