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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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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나는 계절학기 수업을 듣고 있었다.

오전의 수업이 끝나면
낮의 무더위를 피해 영화나 만화를 보고
저녁이 되어서야
신림2동의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하숙방으로 들어가곤 했다.

하숙집 바로 앞 슈퍼를 지날 때면
어김없이 오비 병맥주와 던힐을 사곤 했다.
방을 아무렇게나 어질러놓고
김두수나 제프 버클리 같은 음악들을 크게 틀고는
맥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며
밤을 보내곤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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