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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의 붉은 비단보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 / 2016년 8월
평점 :
신사임당. 내가 그 동안 읽은 책에서 만난 분은 인선이란 이름의 처자로 글씨와 그림에 능하고 학식이 높아 여자로 태어났음이 안타까운 이이며, 이원수의 아내이자 이율곡의 어머니이다. 학문에 뜻이 없고 귀가 얇은 남편을 나라일 하는 관리로, 비리 파문으로 놓일 당시 그 친구와 인연을 끊게 하여 이원수가 곤경에 처하지 않도록 길을 열어준 여인이며, 율곡에게는 배움의 고픔을 해갈시켜주는 첫 스승이자 최고의 스승이다. 우리들에겐 항상 현모양처의 표본처럼 불리는 여인 신사임당. 그녀의 삶에 대한 기록이 얼마 남지 않음에 어떤 삶을 살았고, 여인의 몸으로 많은 재주를 갖춘 그녀가 그 시대를 어떻게 이겨내며 살았는지 알 수 없음에 항상 신비로운 이로 남아있다.
"권지예"작가가 풀어놓은 이야기 속에서 신사임당은 한 여인으로 가슴속에 핀 꽃 한송이를 평생 간직하며 살아내는, 어떠한 이름표도 필요치 않은 여인으로 우리 곁에 머물게 된다.
# 부모에게 든든하고도 마음 아픈 자식이자, 일곱 자식의 어미였던 여인이야기
딸만 있는 가정에서 든든한 아들의 역할을 자처하며,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책임을 다한 그녀. 그녀는 사내가 가졌음 세상에 펼쳐보일 만큼의 학문의 깊이와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녀의 재주는 부모의 가슴을 애태우기도 하고 든든하게 하기도 한다. 조선이란 시대에 아들 하나 낳지 못한 부인과 평생을 함께 하면서 외동인 부인을 위해 서울과 강릉을 오가며 아들과 남편, 아버지 역할을 해 낸 인선의 아버지는 그녀가 가진 재주를 세상에 맘껏 펼쳐보지 못함에 마음 아파하면서도 재주 없음보다 나은 것이며, 그녀의 재주는 지금 그녀에게 뿐만 아니라 자식에게 그 후세에게 남을 좋은 것이라 그녀의 재주를 아깝다만 생각하지 말라 한다. 인선을 말에 태워 강릉바다를 달려주는 아버지, 인선은 아버지의 품에서 세상을 만나고 그 너머 세상에 대한 꿈을 꾸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계집으로 태어나 좁은 세계에 살다 가는 것이 가련하기도 하다. 여자도 사람인데 너한테만은 세상 구경을 싶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학식과 견문이 넓으면 오히려 여자의 팔자가 기구하다고 한다만 여자도 여자 나름, 그릇이 커서 다 포용할 수 있으면 그런 것들이 자신의 인생뿐 아니라 후대 자손들의 삶에도 깊은 영향을 줄 것이다. 어찌보면 아녀자의 인생은 단지 한생으로 끝나는 건 아니야. 어머니가 훌륭해야 자손이 훌륭한 법" (145쪽)
인선은, 부모의 거짓말로 사랑을 알게 한 준서라는 한 사내를 잊고 결혼을 한다. 살가운 신랑이지만 순간순간 잊을 수 없는 사랑을 가슴에 품고 일곱 자식을 낳아 기르는 어미가 되고, 그 어미의 자리를 위해 사랑 한 번 맘껏 꺼내보지 못한다. 인선은 사랑을 떠나보낸 20년 허망하기만 하고 외롭기만 했을까. 함께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도, 그리 쉽게 꺾여 버렸음에 대한 원망은 남았겠지만,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정한수를 떠놓고 빌때 온 마음을 다해 함께 울어주었던 어머니가 있었고,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딸의 세상이 좀 더 평탄하기만을 바랬던 아버지가 있었고, 끝을 보일 수 밖에 없었음에 미안해 하며 가슴 아파 해 주는 어머니가 있었기에 인선은 슬픔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마음의 끝을 서로가 아닌 부모의 힘으로 끊어졌음에 한이 되고 끝없는 애달픔으로 가슴에 한 점을 남겼으리라. 그래서 애닳다.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프다. 그녀도 한 여인으로 사랑하며 살고 싶었을텐데. 그거 하나 바라고 살았는데 그거 하나를 가슴에 묻어만 두어야 했으니, 안아주고 싶은 만큼 애잔하다.
# 부족한 남편을 긍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끝까지 함께 걸어준 아내이야기
이원수. 인선의 남편이자 이율곡의 아버지. 그는 홀어머니의 외동아들. 귀하고 귀한 아들로 자란 그는 보호받는데 익숙하며 지아비로서의 책임에 대해 신중하지 못하며 학문이 짧고 끈기가 부족한 인선에게게는 막내동생 같기만 한 그였다. 인선은 그와의 갈증 속에서도 그가 가지고 있는 장점에 눈을 돌리고 그를 끝까지 바라봐주는 아내로의 소임을 다한다. 살가운 남편, 쉬이 포기해버리는 남편, 아이들의 스승 자리에 앉음에도 쉬이 실증내며 돌아서는 남편, 그렇지만 인선은 자신이 다른 사랑을 가슴에 품고 있어 부족한 사랑을 주었다 생각하며 그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그가 아버지로서 지아비로서의 자리를 지켜나갈 수 있도록 바라보고 또 바라봐준다. 그게 인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며, 그녀가 가정을 지키기 위한 아내로서의 책임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곱디고운 손마디가 거칠어지고 상처로 남아도 자신이 가꾼 가정이 자신의 인내로 지켜진다면 그 고생쯤은 감내하고자 했던 아내였으리라. 얼마나 무너지고 싶었을까, 얼마나 손을 내려놓고 쉬고 싶었을까, 그녀의 마음 속에 얼마나 많은 갈등과 번뇌가 있었을까. 지아비의 아내로 무너지고 흐트러진 모습 보이지 않고 굳건히 살아온 그녀의 삶이 얼마나 고되고 외로웠을까 짐작이 된다. 그러기에 그녀의 죽음 앞에 이원수는 한없이 무너져 내린다. 자신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준 아내, 철부지 남편을 지아비로 모시며 훈계와 칭찬 그리고 세상을 바라봐 줄 용기를 준 아내, 이원수에게 아내는 곧 부모 대신이며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는 힘의 원천이지 않을까 싶다.
# 약속을 잊을 수 없어 가슴에 품어야만 했던 사랑이야기
인선의 가슴에 따스한 바람 한 줄기가 불어온다. 연과 함께 날아든 소년 준서. 초롱이의 오빠이자 첩의 아들이며 역적 집안의 아들로 인선과는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을 타고 난 준서. 인선과 준서는 서로의 가슴에 불어온 바람을 오래도록 가슴에 품는다. 새어나갈까 두려워 꼭꼭 가슴에 담아두었다 동심결로 서로의 마음을 잘 묶어두지만 세상은 둘의 사랑을 끝내 허락하지 않는다. 준서의 거짓된 죽음으로 서로는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고, 준서는 인선의 곁에서 머물며 항상 따스한 바람이 되어 불어오지만, 끝내 인선의 가슴속 준서는 미안함과 그리움으로 남는다.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 그 사랑 한 번 맘껏 펼쳐보이지 못하고 가슴 속에 붉은 비단보 안에만 감추고 몰래 열어보아야만 했던 사랑. 그 사랑은 인선의 딸 매창에게는 애절함으로 율곡에게는 어머니이자 한 여인에 대한 낯설음과 배신으로 자리한다. 인선은 모든 거 다 버리고 다른 세상에서 준서와의 삶을 꿈꾸지만 그 삶은 세상이 허락치 않는다. 애절하기만 했던 그들의 사랑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끝내는 눈물이 방울되어 흐른다. 한번쯤 살아봤으면 한번쯤은 세상에 나란히 선 두 사람의 모습을 얼마나 보여주고 싶었을까. 숨어서 하는 사랑이 아닌 당당하게 얼마나 내보이고 싶었을까. 인선이 그린 금강산을 돌아가는 나그네의 모습에서 준서와의 재회를 꿈꾸는 인선의 마음이 아프다.
# 자식에게 스승이자 사랑을 심어준 어머니이야기
일곱 남매의 엄마 인선 그녀는 자식의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는 어머니이다. 타고난 재주가 다르고 성격이 다른 일곱을 바라보며 다른 꿈을 꾸고 다른 기대를 하면서 서로간에 예를 갖추는데 기본을 두었다. 그들에게 어머니는 글을 읽고 그림을 그리며 미물을 사랑으로 표현할 줄 아는 특별한 아녀자이며 첫스승이며 배움이 막혀 길을 잃을 때 해갈을 하며 세상으로의 길을 열어주는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첫딸 매창은 어머니의 재주와 모습을 그대로 닮아낸다. 닮아서였을까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어머니가 세상에 내놓지 못했던 비밀을 감추고 가슴으로 끌어안아주는 포용력을 보이며 어머니가 감춰둔 아련한 그리움을 가슴에 담아둔다. 어머니 곁에 앉아 어머니의 그림을 보고 배우고, 어머니의 화첩을 통해 세상을 배운 매창은 어머니가 보여준 세상이 그녀에겐 새로운 세상이었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삶의 기본인지 충분히 배웠으리라. 매창의 삶이 어머니보다는 좀 더 편안하기만을 바래본다.
이이 율곡은, 어머니의 사랑과 기대를 한몸에 받은 자식이다. 배움의 시작도 어머니요, 사랑의 시작도 어머니이다. 그래서였을까. 어머니가 남긴 붉은 비단보를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어머니에 대한 믿음의 색이 바래진다. 완고하나 부드러운 어머니, 자식앞에 선 어머니의 모습이 전부일거라 장담했던 자식들에게 어머니의 비밀은 너무 낯설다. 어머니의 비밀을 모두 알고 나면 내가 사랑한 어머니의 모습이 퇴색될까 비밀을 묻어두려 한다.
# 여인으로 살아내야만 했던 그 시대 동무이야기
인선에게는 가연이와 초롱. 두 친구가 있다. 서로의 미래 남편을 그려보기도 하고, 서로 열여덟살까지는 결혼하지 말자고 약속도 하는 서로가 가진 재주를 부러워하면서도 인정하는 동무이다. 조선이라는 시대에 여자의 삶은 그들에게 편안함을 주지 못한다. 학식이 깊고 글쓰기에 재주가 뛰어나고 집안이 좋은 가연은 집안 좋은 서울로 결혼해 출가하면서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지만 가연의 삶은 외롭고 고독하며 자신의 의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빈껍데기 인생을 살다가 스스로의 삶을 정리하고 목숨을 끊는다. 학식으로 반질반질 윤이 나던 가연의 눈은 총기가 없어지고 누군가의 간섭조차도 신경쓰지 않는 여인으로 사랑받지 못하고 가진 재주마저도 그의 삶과 함께 세상에 남겨지지 않은 채 그녀와 함께 목숨을 다한다. 초롱은 첩의 딸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그녀의 삶도 누군가의 첩으로 생을 살아간다. 인선의 죽음 앞에 오열하는 초롱. 초롱은 준서와 인선의 이별을 두고 오해가 쌓였고, 인선이 간직한 준서의 모습에서 미안했으며, 준서의 옷 속에서 나온 동심결에서 그들의 사랑이 맺어지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해야 했던 두 연인의 사랑 앞에 마음이 무너져내린다. 초롱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인선의 딸 매창을 통해 소녀 인선을 만나며 그리움으로 오해로 쌓인 친구와의 늦은 만남이 한없이 후회된다.
인선. 가연. 초롱 그들의 삶은 모두 편치 않았다. 재주 많은 세 여인이 조선이란 나라에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서로의 삶을 보며 위로받고 힘을 얻고, 상대의 슬픔을 보면서 내 삶은 그래도 다행이다 싶은 얕은 위로를 받으며 또 하루를 살아가게 된다.
초롱이 인선의 거친 손을 보며 마음 아파하고, 힘든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바느질감을 준다고 할 때 인선은 녹록치 않은 살림살이지만 자신이 살아온 지금을 부끄럽다 여기지 않는다. 자신이 선택하고 자신이 일궈낸 그리고 당당하게 자신의 재주를 자식에게 나누면서 살아가는 지금의 인생이 고맙다 여긴다.
- 누구나 자신의 눈으로 인생을 본다. 자신의 생이든 타인의 생이든. [중략] 나의 손은 가난한 양반가로 시집와서 떡을 만들고, 삯바느질하느라 바늘도 잡고, 일곱 아이들의 똥 기저귀도 빨던 손이었다. 그러면서도 평생 붓을 놓지 않았떤 손이었따. 애써서 살았꼬 부끄럽지 않은 손이다. 나는 내 두 손을 펼쳐 바라본다. 예쁘지 않다. 필부(匹婦)의 손이다. (375쪽)
세 여인의 삶과 우정, 그들이 여인으로 살아가면서 소리내어 한 번 울지 못하는 세상에서 살다갔음에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 가슴에 담아두고 종이에 쏟아낸 그녀의 예술이야기
인선은 타고난 예술가이다. 학식 또한 깊었으니 예술가의 길을 가는데 당당했으며 보는 것만이 아닌 그 속에 숨겨둔 의미까지 드러내는 재주를 발휘한다. 미물이 모두 다른 빛을 하고 있으며, 계절마다 피는 꽃 또한 다른 색과 다른 향을 풍긴다 여겼다. 자연을 바라보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으며, 그것에 노력을 기울여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하여 아낌없이 나누었다. 인선이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단순히 재주가 뛰어나서가 아니다.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열정과 사랑 그리고 고이 간직하며 혼자만 꺼내어 보아야 했던 첫 마음이 그녀를 더욱 매진하게 한 것이리라. 그녀가 바라본 세상은 우리 아이들이 배우는 책 속에 남아있다. 마치 살아숨쉬는 듯 사실적으로 표현된 곤충과 꽃과 나무. 그 속에 그녀가 담아두고 싶었던 애잔함과 신비로움 그것이 그림에 생명력을 심어주는 것일 것이다.
- "그림이란 그리움이다. 배고픈 사람이 먹을 것을 그리워하듯, 마음이 고픈 것을 그리워하며 참을 수 없어 그리는 건지도 몰라." (28쪽)
- 그림은, 글씨는 내 상처를 먹고 자랐다. 상처가 아플수록 나는 그림을 욕망했다. 그것들은 나의 정인이었다. 오히려 정인이 있어서 내 앞의 삶을 더욱 반듯하게 살아냈다. 모순이었다. 그래, 모순이었다. 그게 삶이 아닐까. 모순이 아니라면 삶이 아니지. 모순을 껴안지 않으면 삶이 아니지. 후회는 없다. (393쪽)
인선은 힘든 순간마다 그림을 놓지 않는다. 그것은 그녀가 할 수 있는 해소 방법이며, 내일을 살아가는데 일어설 용기이다. 그림이 있었기에 사랑도 품을 수 있었고,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원망까지 안을 수 있었으며, 자신에게 의지하는 남편과 일곱 자식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었다. 그녀에게 그림과 글씨는 재주를 넘어 그녀를 살아숨쉬게 하는 자연의 일부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녀의 작품을 감상하며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고자 애쓴다.
"권지예" 작가가 조심스레 풀어놓은 이야기. 읽는 동안 마음이 참 아팠다. 재주가 많아서, 가슴에 품은 사랑 하나를 고이 간직하며 살얼음 걷듯 살았던 날들이 그려져, 힘든 살림살이에 시댁과 친정 보살피며 일곱 자식 어미 노릇하느라 단 한 번 지친 내색할 수 없었던 그 삶에 아팠다.
사임당이 살았던 그 때를 누가 알고 있을까. 이 이야기는 사임당의 손에서 그려지고 자식들이 세상에 내놓은 몇 점의 작품과 글을 바탕으로 그려낸 또 하나의 이야기지만 조선시대에 태어난 여인으로, 세상을 빛을 보지 못했을 재주 많은 아녀자의 삶이기에 느껴지고 짐작되어지고 그렇게 여겨져서 더 마음이 아프다. 우리는 그녀를 "현모양처"라고 부르며 그녀가 살아온 삶에 대한 가벼운 보상을 하려 한다. 그녀도 사람이었고, 한 여인이었다. 마음에 품었던 사랑 하나 키워내며 그 사랑 먹으며 살아보고 싶었던 아이따운 여인이었다.
- 내 마음은 내 것이다. 나는 나, 내 마음의 주인은 나다. 온갖 생명 가진 존재들 중에서 인간만이 으뜸가는 지각을 가지고 있지 않은 가. 나는 자유로울 것이다. 나는 결국 이 우주 안에 혼자이다. 그러니 이 우주 안에서 홀로 자유로이 노닐 것이다. 삶을 조롱하든 숭배하든.(234쪽)
이제 인선이자 항아였으며, 사임당이었던 그녀는 일곱 자식뿐만 아니라 후손들에게 재주를 남긴 귀한 여인이 되었다. 지아비를 두고 가슴 한 켠에 다른 이를 사랑한 응큼한 여인네라 욕하지 말라. 그녀는 그 응큼함을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모두를 포용하며 한 평생을 살아왔다. 그녀가 비우고 간 자리에 여인이라 이름 붙이고 싶다. 누구의 아내도 어머니도 아닌 귀한 사랑 품은 여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