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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입 장마는 1월 폭설만큼이나 독서하기 좋은 조건입니다.

아스팔트 빗길 위를 달리는 자동차 바퀴 소리가 들릴만큼 정적 가득한 심야,

책과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 의미있는 일을 찾기도 어렵겠지요?

앉아서 여행하는 독서로 의미있는 7월이 되길 바라며, '책을 위한 책'을 추천합니다.

 

 


 

 

 

 『그래도 책읽기는 계속된다 - 로쟈의 책읽기』

  이현우 지음, 현암사, 2012. 6.

 

지난 십년동안 유일하게 별 다섯을 충족시켜주는 인터넷 쇼핑은 유일무이하게 ‘도서 구입’이었다. 책 박스를 열고, 잘 만들어진 몇 권의 반듯한 책을 마주할 때 느끼는 쾌감은 얼마의 돈으로 저자의 사유를 소유하게 된 자가 느끼는 승리감 비슷한 것이다. 일용할 양식이 될 동물 사냥에 나선 사냥꾼의 심정과 유사한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빵으로만 살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책은 심성 뿐 아니라, 물질적 성질로도 우리를 충분히 흥분시킨다. 도서관에 꽂혀 있는 책과 나의 서재에 꽂힌 책의 무게는 절대적으로, 상대적으로 다른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서재는 그 주인의 욕망을 여실히 보여준다.

 

나의 ‘책사랑’이 하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주는 이현우의 서평 모음집『책을 읽을 자유』가 나왔다. 이현우는 단단하고 독하게, 종횡무진 전 방위의 독서를 하는 인터넷 서평군‘이다. 책을 읽고 그 나름의 의미를 담아내는 일에 각자의 품격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그는 나름의 방식으로 서평가들의 本이 된다. 삶이 이어지는 한, 희망이 사라진 지점에서도, “그래도 책읽기는 계속된다.” 이제 곧 휴가. 이 소중한 시간을 책과 연애할 사람의 첫 번째 미팅으로 좋을 책이다. 삶과 책에 대하여 반짝반짝 빛나는 성찰을 하게 해줄 선물 같은 책이다.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정혜윤 지음, 민음사, 2012. 6.

 

CBS 라디오 프로듀서인 저자 정혜윤의 특강을 들었던 적이 있다. 정혜윤의 범상치 않음은 사람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성과 감성을 적절하게 혼용하는 그녀의 ‘말’은 글만큼이나 - 글보다도 - 매혹적이다. 어디서나 눈에 띄는 큰 키와 눈망울, 개성과 관능을 겸비한 차림새는 ‘책을 사랑하는 서평가’ 이전에 정혜윤이라는 ‘사람’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낸다. 그녀를 향한 궁금함이 너무 사적인 것들인지라, 누군가 대신 질문해주기를 바라는 소심함으로 겨우 체면을 유지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만큼 그녀가 매력적이었음을 고백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개인에 대한 호기심은 사라지고, 책을 연애하듯 만나는 그녀의 독서에 신선한 감동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제목에서 명확하게 밝히듯, 책은 우리의 삶을 바꾼다. 생각을 바꾸고 바뀐 생각은 우주를 바꾼다. 영화나 공연과 달리 독서는 어디에서나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고, 밑줄 긋기와 접기를 통해서 독자 스스로 강조점을 찍으며 자신만의 책으로 재편집할 수 있다. 여의치 않은 상황이 아니라면, 한권의 책은 온전히 한명의 독자와 독대하는 시간을 갖게 마련이다. 고독과 침묵 속에서 이루어지는 독서의 본질적 성격 때문에 사람마다 자기만의 독서법과 취향으로 책과 연애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독서는 삶과 만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속성을 갖는다.

 

 

『내가 쓴 것-잘생긴 천재의 삐딱하게 영화 보기』

  이지훈 지음, 이매진, 2012. 6.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간 젊은 작가의 유고집은 단순히 ‘책’이라고 명명할 사물이 아니다. 기형도의 시(詩), 김광석의 노래에 깃들어 있는 처연함이 현재형이듯, 이지훈의 『내가 쓴 것-잘생긴 천재의 삐딱하게 영화 보기』 역시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독자와 만난다. 글은 온전히 작가의 삶 전체를 박제한다. 서둘러 떠난 죽음 앞에서 그가 혼신을 다해 기록한 글을 읽는 다는 것은 제의(祭儀)를 갖추는 일이다.

 

《FILM2.0》의 글들 속에서 영화평론의 허기를 채우며 한 시절을 보냈던 사람은 모두 이지훈을 기억할 것이다. 그를 통해서 영화는 ‘작가’의 ‘예술 작품’이 되었다. 2011년 6월 30일, 세상에 이름 석 자 남기고 떠난 그의 원고 모음은 『내가 쓴 것』과 『해피-엔드』라는 두 권의 유고집으로 독자와 마지막 만남을 갖는다. 그의 글은 가벼운 듯하지만, 깊은 여운이 있고, 엉뚱하지만 새로움이 있다. 서툴지만 자유롭다. 자기 나름의 영화 해석은 창조에 버금간다. 아마 이 점이 그가 당당하게 오독을 사랑한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다시 우리의 관심은 '사회'로...

 

『신 없이 사는 법』

  로널드 애론슨 지음, 김세진 옮김, 상상과표현, 2012. 6.

 

김형경의 『사람 풍경』, 『좋은 이별』, 『천개의 공감』에 이어 『만 가지 행동』을 읽으면서 성찰과 치유를 경험했다. 나뿐 아니라, 많은 독자들이 작가의 글에서 자존감을 세우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 · 동감하였으리라. 그것은 종교가 주지 않는 지극히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울림이었다.

 

그러나 네 권의 ‘치유 시리즈’를 섭렵한 끝에서 만나는 하나의 불편함은 - 내게 주어진 화두일 수도 있는 - 바로 신(神)이었다. 실존적 한계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결코 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가, 우리는 신의 디자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종교가 없는 자리에는 또 다른 것들이 ‘유사 종교’의 형태로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 (죽음과 같은 절대적) 두려움과 한계 상황은 인간으로 하여금 신을 찾게 한다.

 

문명은 진화했으나, 애니미즘, 토테미즘, 샤머니즘의 기원으로 가득 찬 종교를 볼 때면 인간의 종교적 성찰은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니체의 『신은 죽었다』,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넘어서서 다시 그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싶어서 추천한다.

 

 

 『노동의 배신-'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최희봉 옮김, 부키, 2012. 6.

 

『긍정의 배신』을 통해서 ‘긍정’이 힘이 아니라 우리의 발등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했던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이번에는 노동이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어떻게 배신하는지를 보여준다. 『노동의 배신』은 저자의 워킹 푸어 생존기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에 걸쳐 식당 웨이트리스, 호텔 객실 청소부, 가정집 청소부, 요양원 보조원, 월마트 매장 직원 등으로 일하며 최저 임금 수준의 급여로 정말 살 수 있는지를 직접 경험했다.

 

연봉과 월급을 받는 현대인은 일을 하는 자유인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실상은 고용직 노예와 다름없을 수 있다. 중산층은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정당하게 자기 권리를 누린다고 생각한다. 곳곳에서 최저생계비를 받으며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 위에 자신의 권리가 보장받고 있다는 것을 미쳐 생각하지 못한다. 『노동의 배신』은 대중의 배설물을 치워주는 하층 노동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양심을 깨어나게 한다. 또한 우리 모두 어떤 행동으로 우리 각자의 삶이 지켜나갈 것인지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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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둑 2012-07-11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항~ 두 권이 겹쳤군요...ㅎㅎ
이렇게 정성들여 페이퍼를 쓴 보고 가끔 반성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생략! 생략을 하죠..반성만 하는 인간은 발전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