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좋은 어린이책 <빼떼기>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박기범(동화작가)

 

여기에 한 병아리가 있습니다. 눈물겨운 한 목숨이 있습니다.


뭉그러진 주둥이, 떨어져 나간 발가락,
오그라든 종라리로 빼딱빼딱 걷는 병아리.


빼떼기와 꼭 같은 삶을 살았고, 순진이 어머니의 마음으로 세상을 사랑했기에 그 깊은 설움과 아픔, 진한 연민과 보살핌을 이처럼 보여 줄 수 있었을까요. 권정생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는 슬픔의 한 바닥

 
김환영 아저씨는 그 바닥의 한가운데를 지나고서야 비로소 붓을 들 수가 있었습니다. 열두 해, 기꺼이 빼떼기가 되고 빼떼기로 살며 약하고 여린 목숨들의 곁이 되어, 헐벗은 몸과 마음으로 그 복판에 닿고자 했던 눈물겨운 시간들, 끝내 순진이 어머니, 정생이 할아버지 마음이 되고 나서야 그릴 수 있던 그림들.

  
숨이 멎도록 안타까운 마지막 장면. 이토록 서늘한 이야기를 전해주면서 할아버지는, 아저씨는 진정으로 얘기하고 싶었던 게 무어였을까. 화가 아저씨의 고백처럼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빼떼기인지 모릅니다. 다시 그림책을 펼쳐 보세요. 그럼에도 빼떼기는 얼마나 용감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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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 2017-05-20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빼떼기에서 저의 모습을 봅니다. 김환영선생님, 고맙습니다. 빼떼기를 세상에 나오게 하여 우리 아이들에게, 어른들에게 보여주시다니요...^^
 

5월의 좋은 어린이책 <카이투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곽노현(전 서울시교육감)


꿈꾸는 사람을 위한 이야기
지금도 야누쉬 코르착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1942년 8월 5일, 유대계 폴란드인 코르착은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자신의 자유 의지로, 자신이 돌보던 200여 명의 아이들과 함께 죽음의 수용소로 향하는 열차에 올라타서 가스실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부모 잃은 아이들과 함께 사는 내내 그는 아이들의 자치공화국을 꿈꾸고 실천했습니다. 그의 철학과 실천은 결국 유엔아동인권협약으로 구체화됩니다. 그는 유엔아동인권협약의 정신적 아버지입니다.


『카이투스』는 코르착이 56세 되던 1934년에 발표한 동화책입니다. 코르착은 이 동화책을 “불안한 아이들, 더 나은 모습이 되는 게 너무나 어려운 아이들”에게 바쳤습니다. 저자의 헌사가 따로 붙은 동화책도 드물지만 “이 책은 어려운 책이다”라는 선언으로 헌사를 시작하는 동화책은 『카이투스』가 유일할 것입니다. 만약에 이 책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코르착의 꿈과 철학이 담긴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코르착이 이 동화책을 왜 어려운 책이라고 했는지 음미하며 그 이유를 저마다 찾아내면 좋겠습니다.


『카이투스』를 읽으면서 코르착이 자기 분신으로 안톤 카이투스를 만들어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스스로 마법을 걸어 소년 안톤 카이투스가 된 코르착. 동화책에서 펼쳐 보인 마법의 세계를 먼저 경험하며 신났을 코르착을 떠올리니 덩달아 신이 났습니다. 코르착은 한없이 진지하지만 유머가 많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카이투스처럼 장난치기와 비밀스러운 수수께끼 같은 일을 좋아하고, 이 세상에 있는 마법이란 마법은 모두 해 보고 싶은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꿈꾸고 탐구하는 사람이었을 게 틀림없습니다.


코르착은 평생을 아이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너무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코르착은 카이투스가 여자 선생님에게 쓴 편지 내용처럼 어른들이 아이들을 이해해 주길 바랐습니다. “선생님, 아이들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아이들에게 잘 해 주세요. 우리들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또 그것이 때때로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어른들은 잘 몰라요. … 우리들은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과 소원들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항상 어른들 마음에 드는 아이가 될 수는 없어요. … 저를 믿어 주세요. 좋은 아이가 되기 위해 노력할게요.”


코르착은 쓸모 있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는 의지를 훈련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늘 강조했습니다. 그가 최고로 생각하는 인간은 “굳센 의지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고 결심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인생은 아름다운 꿈이 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는 그런 신념에 따라 아이들이 죽음의 수용소로 가는 길을 기꺼이 동행했습니다. 그의 삶은 그 자체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꿈이 되었습니다. 코르착은 “참 이상한 게 인생”이고 “꼭 신기한 꿈 같은 게 인생”이라고,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일러 줍니다. 『카이투스』는 어른이든 아이든 꿈꾸는 사람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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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좋은 어린이책 <헬로 아틀라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웨이드 데이비스(탐험가, 인류학자)  ​


언어는 모든 문화의 고향이자 인류의 지식과 경험의 저장고예요
세계에는 무려 7000개 정도의 언어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전 세계 인구의 80퍼센트가 의사소통을 할 때 쓰는 언어는 83개밖에 되지 않습니다. 3500개 언어는 오직 0.2퍼센트의 인구에 의해 명맥을 이어 가고 있으며, 사용자가 100명도 남지 않은 언어도 600개가 넘습니다. 반면 가장 사용자가 많은 상위 10개의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구는 인류의 절반에 달지요.

 

사용자 수는 적지만 나머지 98.8퍼센트를 차지하는 언어들에는 어떤 시와 노래, 지식이 담겨 있을까요? 많은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라고 해서 그 안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가 하찮은 것일까요? 사용자가 적은 언어들이 사라지고 그들이 우리와 같은 언어를 쓰게 된다면 우리는 서로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될까요?

 

오히려 그 반대일 것입니다. 모든 문화는 언어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언어는 문화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지식과 경험의 저장고 역할을 하는 거예요. 전 세계 어린이 독자들이 《헬로 아틀라스》와 함께 다양한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면서 희망과 꿈, 밝은 미래를 경험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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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좋은 어린이책 <서울 골목의 숨은 유적 찾기>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인숙(동두천외국어고등학교 역사교사)

 

왔노라, 찾았노라, 내 발로! 서울 골목의 숨은 유적 찾기
학생들과 서울 지역을 답사하는 수행평가를 진행했다. 모둠 별로 다양한 답사 일정이 나올 것으로 여겼던 교사의 의도와는 달리, 대부분 서울 시내 고궁에 집중되었다. 서울 시내 유적지 중 학생들의 검색에 손쉽게 노출된 자료들 상당수가 고궁 관련 자료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우리가 오가며 지나쳤던 서울 시내 곳곳을 역사적으로 주의 깊게 들여다 볼 수 있게 하고, <한성부지도>부터 당대 신문 기사, 외국인들이 남긴 사진 등 유적지의 변모 과정을 시각 자료로 제시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 모두 역사의 현장임을 느끼게 해 준다. 어린이뿐 아니라 현장 체험 학습을 준비하는 중고등학생, 자유학기제를 앞두고 나만의 수업을 고민하는 교사, 서울 골목골목 새로운 역사를 발견하고 싶은 일반인까지 모든 연령층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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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좋은 어린이책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아, 사랑해!>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손택균(동아일보 기자)


봄 여름 가을 겨울 매일이 아름다운 날

"눈 덮인 나무 위 한 마리 새의 노래가 한 음 한 음 겨울 끝자락에 작은 구멍을 뚫고 부드럽게 조심스레 봄의 머리맡에 내려앉는다. 푸른빛으로 조그맣게 인사하듯 눈 속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 크로커스"

초봄부터 늦겨울까지 하루하루의 자연에 대한 생각을 시에 담아 그림일기처럼 묶었다. 함박눈 쌓인 1월 30일에는 "슬리퍼 소리와 차 홀짝이는 소리만 들리고 갈 데라고는 쿠키를 가지러 갈 부엌밖에 없는, 최고로 좋은 날"이라고 썼다.

번역이 정성스럽다. 어린 시절 맞이했던 계절의 기억 조각을 여럿 되찾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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