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이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피카이아
권윤덕 글.그림 / 창비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피카이아>를 이달의 리뷰 대상 도서로 적어내면서도, '흐아... 이 책 리뷰 쓰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하는 예감을 했다. 하지만 다른 알라딘 독자들이 이 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듣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망설이다가 적어냈는데... 선정이 되었네!  아, 어려운 과제를 자청했구나... 털썩! <-- 이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음. 


막상 받아든 <피카이아>는 낯설고 무거웠다. 물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이렇게 두꺼운 책인지 몰랐고, 이렇게 다양한 아이들의 아픈 사연들이 담겨 있는 줄 몰랐다.

첫번째는 글 중심으로 읽었다. 아이들이 감당하기에 이 세상은 얼마나 힘겨운 곳이 되었나 하는 슬픔과 미안함이 밀려왔다. 글자 하나하나는 결코 쉽게 쓰이지 않은 듯한 느낌이었다.  또렷한 서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 글이라서 독자로서 천천히 오래오래 읽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니 뭔가 안심이 되고 포근했다. 따뜻한 피가 나의 척추 속으로 도는 것 같은 실감이 났달까...살아 남는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에 대한 새삼스런 깨달음,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모여 있는 마지막 장면에서 받은 안도감...


두번째 읽을 때는 그림들이 비로소 눈에 세밀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그림들이 불편하고 아팠다. 리뷰를 쓸 때 인상 깊었던 그림들을 함께 올릴까 생각했지만, 어떤 것이 가장 인상깊었나를 정하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도 꼭 하나만을 꼽자면, 

공원 화장실에서 '끈적이 오빠'를 만나던 윤이가 환한 햇살 속으로, 세상 속으로 나아가 혁주에게 가 닿는 장면. 그래, 윤이야, 너는 곧 자랄 거야. 아주 크고 환하게 자랄 거야, 하고 소리쳐 주고 싶었다.


작가 권윤덕은 왜 이런 책을 만들게 되었을까.

하나의 서사로만 이루어진 그림책으로 담기에는, 아마도 2013년 무렵의 우리가, 우리 아이들이 너무나 팍팍하고 고통스럽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책의 사연들, 그림 하나하나들은 그야말로 '작가'의 눈으로 기록한 2013년 대한민국의 어떤 순간들인 것 같다. 도대체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것 같은 순간에도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으며, 견뎌내고 있으며, 아이들은 서로의 텅빈 마음 한구석들을 바라봐주면서 서로를 버텨주고 있는 것이다. 그 슬프고 아름다운 순간들이 이 책에 담겨 있는 것 같다. 


<피카이아>는 보통의 그림책에서 표현하는 인물, 사건, 내면 서술 기법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을 취했다. 어떻게 보면 '책'보다는 '영상물'로 표현할 여지가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그림들이 살아 움직이면 참 아름답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셸 공드리가 만드는,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는 영상들이 막 떠오르기도 하고... 


낯설고 어려운 책이었지만, 작가에게 고마웠다. '어린이다운 인물'을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어리고 서툴기 때문에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어떤 감정들과 순간들을 작가가 깊이 헤아리고 그 이상으로 표현해준 것 같아서 말이다.


사실은 아직도 생각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안 되어서 리뷰가 좀 왔다갔다 횡설수설이다.

언젠가는 이 책에 대해, 작가 권윤덕에 대해 좀더 긴 이야기를 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