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펼쳐보는 문화재 연표 그림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역사 공부를 할 때는 확실히 교과서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나 문화사, 문화재 관련 부분은 각종 보조교재나 참고서적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도움이 된다. 어렸을 적, 계몽사판 컬러학습대백과 사전을 비롯해 무슨 무슨 백과사전이 한 질 갖춰져 있으면 무슨 시험이라도 다 잘 볼 것 같았던 들뜬 마음이 새삼 기억난다.

지리, 사회 공부에서 사회과부도가 중요했던 것처럼, 시각적으로 다양한 자료가 잘 정리된 역사 백과가 있으면 그것만 들여다봐도 지식은 차곡차곡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서평단 도서 가운데 하나는 <한눈에 펼쳐보는 문화재 연표 그림책>(이하 <문화재 연표>)인데, 사실 이 책 하나만 보자면 ‘음, 이거 하나 있으면 각종 숙제와 수행평가 등등에 유용하게 쓸 수 있겠네’ ‘설명이 좀 딱딱하게 읽히긴 하지만, 이런 책이야 기초자료니까... 더 알고 싶으면 다른 자료를 찾아봐야겠다는 마음만 들게 하면 이런 종류의 책으로선 임무 완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별 3개 이상은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한눈에 펼쳐보는’이라는 시리즈가 어떤 책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지 살펴보고, 이 저자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고, 이 출판사의 다른 목록들까지 검토하다가 결국 남은 것은 실망감과 허탈함이다. 무슨 말이냐고?


자, 이 책을 보자.

 (이하 <문화재 백과>)

검색으로 이 책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비교해보았다.

저자와 그린이가 같고 내용 구성이 사실상 거의 동일하다. 책 볼륨의 차이가 있고(<문화재연표>는 42쪽 / <문화재 백과>는 290쪽), <문화재 연표>는 중요 사항을 최대한 단순하게 한눈에 들어오도록 정리하려고 했다는 차이점은 있지만 이건 재편집이지 신간을 내놓았다고 할 수 없는 거다. 

두 책의 글과 그림을 비교해보면서, <문화재 연표>가 말하자면 다이제스트 판이니까 글과 그림이 같거나 겹치는 게 이해는 가지만, 심지어는 서체 디자인조차 <문화재 백과>의 것을 그대로 갖고 온 것을 보니 좀 화가 나려고 했다. (아래 '고인돌을 만드는 과정' 이라든가 '에밀레 전설'의 서체를 보면 똑같은 걸 알 수 있다. 그림 파일 자체를 ctr + C --> ctr + V 하고 박스 테두리 색깔만 바꾼 거다.)






그렇다면 <문화재 연표>을 내면서 기존의 <문화재 백과>는 절판을 시켰는지? 알라딘에서는 어제 검색해보니 품절이었는데, 오늘 찾아보니 구입이 가능하고, 다른 서점들에서는 문제 없이 구입이 가능하다. 절판이 아니라는 소리다. (회사 홈페이지에도 그런 언급은 전혀 없고...)

<문화재 연표 >의 그 어디를 봐도 <문화재 백과>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이 신기하다. (글쓴이, 그린이 소개에서는 <문화재 백과>를 왜 뺐는지 궁금하다.)


<문화재 연표>의 판권을 보니, 저작권자가 출판사로 되어 있다. 글쓴이와 화가로부터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전적으로 양도받은 계약일 것이다. 물론 법적으로야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솔직히 이번 신간은 기존 책의 재활용품에 불과한 것 같아서 기분이 별로다. 이걸 신간평가단에서 주목할 만한 ‘신간’으로 선정할 일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또 하나 찜찜한 대목은, 이건 뭐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 문제인데, 애초에 ‘한눈에 펼쳐보는’ 시리즈의 출발이 외국 책이었다는 거다. DK 출판사에서 펴낸 ‘크로스 섹션’ 시리즈를 한국어판으로 출간하면서 세계지도, 세계사 연표, 우리나라 지도 등등을 같은 시리즈로 기획해 넣은 것 같다. DK 출판사의 원서들은 도저히 우리가 육안으로 다 볼 수 없는 것들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한 교양서 기획인 데 비해, 한국판 책들은 학습보조교재가 되는 것이 목표의 전부인 것 같다. 같은 시리즈로 묶기에는 기획의도도, 책에 들인 공력도 무게 차이가 많이 나는데... 한국의 출판사가 애초부터 전세계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책을 만드는 DK 그룹의 기획을 따라가는 거야 불가능에 가깝지만, 솔직한 내 마음을 그냥 말해보겠다. ‘쉽게 묻어가는구나...’


물론 연표 책을 이 정도 퀄리티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책 한 권만 단독으로 놓고 봤을 때는 좋은 참고서이자 교재라며 웬만히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지만 1) 이 책을 신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2) 기존 책의 텍스트와 그림을 그대로 가져와 썼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재 백과>를 기초로 해서 만들었다는 소개와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은 출판 관례상(조금 더 오버하자면 도의상)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새로 책을 만들면서 발전이 있다거나 참신한 기획이 보태졌다거나 한 것도 아니고... 둘 중에 어떤 책을 학습보조교재로 구입할 거냐 물어본다면 나는 오히려 <문화재 백과>를 택할 것 같다.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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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2 1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22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22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러브캣 2013-02-23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

엄마콩 2013-02-24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렇군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