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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한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지나갔고
우물쭈물하다 보니 이렇게 2013년이라는 낯선 숫자 앞에 서 있게 되었다.
2012년의 마지막 날 밤은 강정마을에서 보냈다.
국회에서는 해군기지 예산안 통과를 놓고 아침 10시, 오후 5시, 밤 9시 30분... 여야가 계속 힘겨루기를 이어가는 상황이었다. (하아, 근데 결과적으로 민주당 너네가 한 게 뭐냐...!)
강정마을 어르신들은 며칠 전부터 국회 앞 차가운 바닥에서 한뎃잠을 자면서 날마다 해군기지 예산 삭감을 위한 100배, 1000배 기도를 올리는 중이었고...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밤 10시쯤 들려온 뉴스는 201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예산이 원안대로 통과가 되었다는 소식... 어휴, 몇 가지 토를 단 것 말고 민주당이 한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속절없이 시간 끄는 것도 일이냐?!! 그덕에 마을 어르신들은 그 추운 바깥에서... 흑...
뉴스를 확인하는 우리들 몇몇은 분통이 터져 하고 있었지만,
아아, 남아 있는 마을 분들과 지킴이들은 그저 씩씩할 뿐.
초저녁부터 하던 대로, 신명나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모닥불 앞에서 서로 격려하며 덕담을 나누고...
나는 그저 부끄러웠다.
대선이 끝나고 이틀 뒤에 마을을 찾았을 때도,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시면서 "뭐, 하던 대로 해야지... " 하고 허허롭게 웃어 보이던 분들이다...
새해를 맞이할 힘을 나는 이렇게 또 한번 강정마을에서 얻었고,
한밤중 흩날리는 눈발을 뚫고 제주시내의 집으로 돌아왔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세요. 재미있고 신나는 일, 우리가 만들어요. 뭐가 됐든지 간에!!
어느덧 지난달 신간을 주목해봐야 할 때가 됐다.
눈에 띄는 책들이 꽤 많았다. 2012년 안에 꼭 내야 했던 책들을 몰아서 펴내신 걸까~
<평강 공주와 바보 온달>. 소설가 성석제 글, 그림은 김세현. 일단 필진만으로도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네.
김세현 선생님은 그림책마다 새로운 표현법과 기법을 선보이며 독자를 설레게 한다. 이번 책에서는, 고구려 벽화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채색한 한지를 꼴라주 기법으로 오려 붙이셨다고.
뭔가 힘있고 씩씩한 고구려의 여성상을 그림책에서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부모 덕은커녕 남편 덕도 안 보고 세상을 바꾸었던 진짜 멋진 여성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그림책.
마이클 모퍼고의 <집으로>.
원자력 발전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다.
음...
우리나라 대선 결과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충격이 컸지만, 일본 총선 결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참 심란하다.
"우리나라가 바뀌는 길? 없을걸. 국가부도, 전쟁, 통일 말고는..."
"그래... 일본을 봐도 그렇고... 그 참혹한 원전 사고를 겪고서도 극우 정권이 득세하다니... 세상에 대안이 그렇게나 없는 걸까. 보수화가 되면 다 이렇게 앞뒤 안 재고 우파에 투표하나?"
18대 대통령 당선자가 토론에서 했던 말 중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아... 사실 이것 한 가지만 꼽을 수가 없긴 하다만 ㅠㅠ ) 노후 원전 시설을 '고쳐서' 쓰겠다는 것이었다. @.@ 아이고야...
사실 나도 <가이아의 복수>를 읽고서는 원자력에 대한 생각을 조금 수정하기는 했었다만, 일본 원전 사고 이후로는 다시 생각을 바꾸었다.
제임스 러브록 할아버지처럼 인간의 '선의'를 믿는다면, 원자력 발전을 해도 괜찮을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선의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동물...
자, <집으로>를 읽어봅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미래 세대가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합시다.
먹고사는 얘기로 가보면.
EBS '최고의 요리 비결'을 10년 넘게 봐왔는데(진행자가 윤형빈으로 바뀐 다음부터 안 보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누가 진행하는지도 모르겠네...) 거기서 만난 최고의 선생님이 김막업 선생님이다.
아주아주 선한 인상의 시골 할머니 같은 외모. 경상도 사투리의 조곤조곤한 말투. 요리사들의 요리 선생님으로 잘 알려져 있는 분이고, 워낙 요리 경력이 오래되신 분이라 레시피가 좀 올드할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는데...! 결단코 아니다.
나는 그때 배운 이분 레시피를 지금도 아주 잘 써먹고 있다. 젊은 사람들 입맛에도 잘 맞는, 간단하고 세련된 레시피가 아주 많고, 특히 밑반찬 레시피가 아주 좋다. 요리 생초보한테는 좀 어려울지 모르겠는데, 나 요리 좀 잘하고 싶어~ 하는 소망을 가진 독자라면 굉장히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결혼하는 친구나 후배에게 요리책을 선물할 때 가장 많이 구입했던 게 <일하면서 밥해먹기>하고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였다. 이 두 책이 제 수명을 다했다(...)고 생각되는 상황인데, 이보은 선생님의 이 책이 확 눈에 띄었다. 와, 반가워라! 앞으로 요리 초보들에게 주는 책 선물은 이걸로 정했다.
자주 먹는 요리에 대해서, 식재료 고르기부터 기본 맛내기 방법까지,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는 책이다.
트위터에서 만나는 마음 착한 요리 선생님, 이보은 선생님. 고운 마음씨로 하는 요리, 잘 따라하면서 누군가와 따뜻한 밥을 나누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나도 한 열흘 넘게 냉장고를 텅텅 비우면서 부실하게 먹고 살았는데, 오일장에 가서 푸릇푸릇한 나물도 좀 사고, 싱싱한 해산물도 좀 사서 풍성한 식탁을 차려봐야지. 기운내서 잘 살아야 하는 2013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