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행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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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풀, 공중그네로 이미 인정받은 그의 유머감각과 독특한 소재거리들, 스토리 전개.
기대해 마지 않았으나 이 책 뭔가 조금, 부족하달까.

분명 재미있었으되, 분명 재미있었으나, 손에서 책을 놓기 아쉬워 한손으로 화장하고 한손으로 책을 펼쳤으나, 분명 그러했으나... 뭔가, 뭔가 시금털털한 이 기분.

본의 아니게 만나게 된 세 사람, 두사람이 먼저 만나고 한사람은 나중에 등장한다. 각종 관계로 묶여 서로 두뇌 다툼을 하려다가, 실제로 하기도 하고 ... 스트로베리라는 깜찍한 도베르만의 주인 치에짱, 원한과 원망으로 얽힌 부녀관계, 돈앞에 무릎꿇은 야쿠자, 대기업 생활에 전혀 맞지 않는 미타 물산의 미타조지. 25살에 돈버는 맛을 다 알아버린 포르쉐 타고 다니는 요코겐. 재밌는 사람들임에 틀림이 없다.

10억엔을 두고 펼치는 두뇌싸움, 애정전선까지 조금 얽히고, 욕심과 사기가 난무하는, 등짝이 등짝을 치고 손뼉이 뺨따귈 치고, 어디선가 등장하는 중국인에 변태 지배인까지. 재밌는 요소들은 다 등장하는데도 불구하고 띄엄띄엄 읽었기 때문일까. 뭔가 이 어설픈 기분은.

결론은, 역시 오쿠다 히데오를 조금 쉴 필요가 있다는 것?

조금은 와닿지 않았던 재밌었던 책.  

다음번엔 남쪽으로 튀어, 를 봐야겠다. 무엇보다 이야기를 펼쳐내는 그 구성력과 상상력 하나만큼은 참 뛰어난 히데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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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피포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마드북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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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라라피포.

오쿠다 히데오, 괜히 오쿠다가 아녔다.
이야... 내가 읽은 그의 작품 중에 최고다.  

아사다 지로의 야쿠자 경험이 배어있는 작품과
밑바닥 인생과 이른바 낙오자, 들의 삶을 그려내는 오쿠다.

둘은 정말 다르고 또 다르다.

류를 읽는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얼마나 못났는지.
단순히 겉치장이 아니라 어쩌면 그리도 못나고 문제가 많은지.
사회에서 경멸할 종류의 사람들을 한데 모아놓고
얼마나 솔직하게 이야길 풀어가는지.

읽으면서 기분이 나빠지고
책장을 덮고 나면 할말이 없어진다.

이 강렬한 느낌.
희극적이고 정말 비극적이다.

라라피포의 마지막 장을 덮고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으로
면장선거의 첫 장을 폈다.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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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온천
요시다 슈이치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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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잘 가는 사람의 블로그에,
우리 선배의 책상 위에,
지인의 must read to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첫사랑 온천.

요시다 답게 금방 읽고 쉽게 읽히고 책장을 덮고 딱 끝이다. 더 이상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료칸에 다녀온 사람 답게 이 책을 읽고 기획에 감탄하고, 나의 연인과 함께 료칸에 가고 싶어지고, 별이 뜬 하늘을 바라보며 노천 온천이 하고 싶어졌다.

일본의 료칸이라는 곳은 그런 곳이다. 그렇게 비밀스럽고 마치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 것만 같고 무슨 이야기가 펼쳐져야만 할 것 같은 그런 곳이다.

하루도 일년 같고 일년도 하루 같을만큼 비밀스러우면서도 혼탕이 있고, 또 식사는 넓은 식당에서 다 같이 하기도 하는, 그런 개인적이면서도 열려있는 공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여러가지 이야기가 피어날 것 같은 공간. 요시다 슈이치의 기획력과 이야기 능력에 인정이다. - 니가 뭔데 ... -

역자의 설명처럼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아내를 벽에 박기도 하고, 마구 화를 내고, 감정 표현에 적극적이다. 어찌보면 비 정상일만큼. 그리하여 온천이라는, 휴식의 공간에 가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첫사랑이라는 이야기 답게 수줍고 어색하고 사랑스럽고 길들여지지 않은 사랑도 있는 반면에, 농후하고 짙고, 익숙한 사랑도 있다.

아, 문득 온천하니 아사다 지로의 장미도둑 안 온천에서의 사랑을 그린 단편 소설도 떠오른다. 역시 아사다 지로가 그 분위기나 주인공 설정에서나 한수 위라는 느낌.

어찌됐든.

일본의 온천, 이라는 곳은 혼탕이 있고 가족탕이 있고 방 안에 노천온천이 딸려있는, 개인 온천도 있다.  유카타와 다다미방, 프라이빗한 식사, 눈에 보이지 않을만큼 닌자같은 서비스.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가족들만의 단란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참 좋다.
그렇게 둘, 만 숲속에 갇혀 있노라면 골치 아팠던 문제들로부터 해결될까. 
온천, 에서 일어나는 남녀간의 모든 일들.
첫사랑 온천. 

 구로카와의 료칸. 또 가고 싶다.
유카타를 입고 나막신을 신고 좁은 걸음으로 종종종종
친구들과 우하하하 크게 웃거나
연인과 소곤거리며 작은 상점들을 거닐거나. 

일본 문화는 이래저래 참 매력적이다.
프라이빗하고 조용조용하고, 그러면서 신비롭고.
우리나라의 문화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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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의 향기
쓰지 히토나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산성미디어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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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질투가 매력적이라고 하는 이들이 있다. 나를 두고 타인을 질투하는 그 혹은 그녀가 아름답다 라고 말할때가 있다. 질투에 사로잡힌 그녀의 얼굴처럼 아름다운 얼굴은 없었다, 라고 어느 소설에서 읽었던 것도 같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질투, 에 대해 '아름답다'라고 말하고 있으니 '질투'라는 감정이 이끌어내는 사람의 반응은 괄목할만한 모양이다.

이 책에서의 질투는 계기,랄까. 질투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 그 일들이 빚어내는 또 다른 일들. 그리하여 결국에 주인공들의 깨달음과 생활의 변화. 인생에서의 고 짧은 일이년 동안 벌어지는 많은 일들은 각 인생들에 메인 스캔들이 되리라.

이것이 흔히 말하는 스와핑이랄까. 두 부부가 각자의 남편 혹은 아내에게 매력을 느껴 파트너를 교환. 첫사랑 온천을 바로 보았더니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오더라. 너를 만나면 너에게 미안하고 아내를 보면 아내에게 미안하다. 일반인이라면 모두 느낄 그러한 죄책감. 더불어 너를 먼저 안은 너의 남편 혹은 아내를 향한 질투. 부부라는, 일상을 함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은근슬쩍 몸에 배어버린 상대에 대한 습관들. 그것에 대한 질투.

주인공 부부의 직업인 음악 치료사, 향기 치료사.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각자의 상처를 치유할 수는 없었다. 달릴때까지 달려보자. 갈때까지 가보자. 커피프린스의 공유가 그랬듯. 그래서 남은 것은, 행복한 결말이라기 보다는 인생의 생채기. 두고두고 남을 인생의 생채기.

감각적이고 세부적인 묘사들이 맘에 든다. 오감묘사에 능한 츠지. 맘에 드는 책 한권이었다.

 그리고, 난 질투의 아름다움에는 동의할 수 없다.
눈먼 돈 처럼, 아름답다 하더라도 잠깐, 아주 잠깐.
칼날위에 선 무당처럼, 질투란 것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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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시모 피아니시모
츠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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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지의 사랑을 주세요와 편지, 냉정과 열정사이만 알던 나에게 이 책은 완전 츠지에 대한 시각을 확 바꿔버렸다. 피아니시모 피아니시모 이 얼마나 잔잔해져버리게 하는 제목인가. 약하게, 약하게... 당연히 마음을 아리게 하거나 눈물을 흘리게 하거나 짠하게 만들어 줄 그런 소설인 줄 알았다. 설마 설마 설마 설마 유괴 살인 납치 유령 분열 회색 등 내가 싫어라 하는, 무서워 하는 모든 것들이 태그로 붙을 수 있는 책이라고는 차마 상상도 하지 못하였다. 선뜻 불을 끄고 스탠드를 키고 침대에 엎드려 읽기 시작하다가 완전 무서워져서 10페이지 읽고 책장을 덮었다. 그래도 잘 잘 수 있었던 것은 그 날이 피곤했기 때문이었을까,

결국 끝에 가서야 이 책은 마냥 무섭기만 한 책이 아님을 알았지만 그래도 츠지가 그려낸 회색 세계가 어찌나 섬찟한지 제대로 읽지 못하였다. 속독에 속독을 거듭해 겨우 내용만 따라 갔을 뿐인지라 이 책에 대해 제대로 리뷰하기는 어렵겠다. 그래도,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은 멋지다!

피아니시모가 츠지의 데뷔작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 책의 주인공들이 그대로 나오는 이 책은 80년대에서 2007년으로 뛰어넘어 일본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얼마나 망가져있는가 사람들은 얼마나 곯아있는가. 특히 주인공 도오루의 분신 히카루의 대사들은 속속들이 마음을 찌른다. 그래, 사실 그럴지도 몰라. 나란 인간은, 또 너란 인간은 속으로 그런 생각들을 하며 가식적으로 살고 있는지도 몰라. 그럴지도 몰라. 하고 말이지.

인상깊은 것들 중 하나가 도오루의 짝이었던 '자의식 과잉' 군. 도움도 받지 않고 도와주지도 않는다. 일체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어버리고 혼자서 꿋꿋이 살아간다. 다수결을 반대하며 개인주의를 찬양한다. 개인주의를 역설하고 선동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개인주의가 침해당할 것 같으면 반드시 이의를 제기한다.

아, 이 얼마나 비비 꼬인 사람이란 말인가! 동시에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렇게 심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저 사람의 10% 만큼은 우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어떤지. 현실이 어떤지, 사람들이 어떤지. 이 책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판타지 게임같은 묘사의 뛰어남을 새삼 실감하며 등줄기에 흐르는 식은땀을 식혀본다. 정말 한 여름 오싹해지게 만드는 건 귀신도 유령도 아닌, 인간이라는 그 존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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