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1 - 아프리카.중동.중앙아시아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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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관련있다 하는 이들에게 물어봤다. 누가 제일 좋아요? 누가 제일 멋져요?

10명에 7명은 그녀를 말한다. 한비야.

여행서적이 별로 나오지 않던 시절 그녀의 함량높은 책은 수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 여행 붐~을 일으켰을텐데 난 사실 이번에 처음으로 그분의 (그녀보다는 왠지 그분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책으 읽었더랬다. 요즘의 이미지만 현란한 여행서들에 비해 정말 함량높고 얻을 것, 배울 것 많은 책임을 절감하며 읽어내려갔더랬다. 아, 한비야!

내가 이 책을 20살에 읽었으면 어땠을까, 나도 배낭메고 나간다고 난리쳤을까? 현재 나이 28의 여성. 그분은 30대 후반에 되서 길을 떠났다. 나도, 다시금 꿈을 가져본다. 체력과 경제력, 어학실력을 잘 쌓고 있다가 나도 떠나야지, 나도 길을 떠나야지, 더 넓은 세상을 공부하러 떠나야지. 하고 말이다.

준비된 여행은 역시 다르다. 여행의 목적과 컨셉이 이만큼 뚜렷할진대 어찌 다른이들처럼 그냥 그런 여행을 하게 될쏘냐. 오지탐험이라는 컨셉, 육로로만 간다는 자신과의 약속. 지킬 게 있으면 사람은 강해진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분은 유들유들함과 영어실력을 십분 발휘, 막으면 꼬시고, 꼬셔서 극복하고, 원하는 바를 성취한다. 이런게 바로 경험과 연륜이 아니겠나, 싶은 것이다.

유쾌하고 즐겁게 사람들을 만나고, 시골에서 한번쯤 그들과 어울려 살아가며 하나둘씩 쌓아가는 그들의 친절과 미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내며 다음 길을 향해 걷는다는 것.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세계의 모두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나는 딱 한번뿐의 배낭여행을 통해 다시 한번 실감한다. 유쾌하게 이어지는 여행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마치 나도 그런 여행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가끔씩 들려주는 아이들과 친해지는 방법, 말을 몰라도 다가갈 수 있는 방법, 그런 것들을 배울 수 있다.

지금이야 중동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이 책을 처음 냈을때, 한비야씨가 첫발을 떼었을때 그곳은 정말 오지였으며 한국인의 발걸음이 거의 닿지 않았던 곳이었을거다. 여행 인프라도 구축되어있지 않을 무렵에, 씩씩한 한비야씨가 부럽다. 그 분 앞에서 나이가 왠말이며 체력이 왠말이냐. 고작 서른도 되지 않은 주제에.

여러가지 좋은 말들도 많다. 경험이 뒷받침된 깨달음들은 보다 와닿는 법. 지금 나의 삶을 되돌아보며 대입시켜볼 수도 있다. 과연 구관이 명관이라고, 좋은 책이다.

20대에 한번 읽었으니 이제 30대가 되거들랑 또 한번 제대로 읽어야겠다. 그때 나는 어떻게 변해있으며 이 책을 읽고 또 다른 감상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때까지 잘 고이고이 모셔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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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 - 마음을 얻는 지혜 위즈덤하우스 한국형 자기계발 시리즈 2
조신영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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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노총각 부장님이
읽고나서 너무 좋은 나머지 20권을 구입하여
회사 사람들에게 돌린 책 '경청'
(여유있는 '총각'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40대 '유부남'은 손톱을 쪼개도 그럴 수 없다) 

뇌에 이상이 생겨 불치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가장 먼저 청력을 잃어가는 남자가
장애를 가진 아들에게 바이올린을 만들어주며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보여주는 책이다.
 
세상 모든이가 '경청'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경청'하고 있는 자는 1%도 안된다.
모두 내 얘기가 하고 싶을 뿐이지
너를 '경청'하고 싶은 사람은 너무 찾기가 힘들다 말이지. 

책을 준 부장님께 그거 누구나 알고 있는 얘기 아녜요?
라고 말은 했지만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다.
그렇게 잘 되지 않는 일이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 책을 내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겠지.

잘 못 들으면 차라리 다시 한번 물어라.
제멋대로 듣지말고.

말하는 것보다 듣는게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며.

주변의 베스트 떠벌이에게 이 책을 넘겨야 겠다. 

내가 베스트 떠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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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뉴스
김중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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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뉴스.

이렇게 심플하고 쌈박한 상상력의 소재들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카스테라와 비슷한 느낌.

그것만큼 환타스틱하지는 않지만.

살짝 우울하고 살짝 비관적이며 다소 SF적인

그런 이야기.

죽죽 잘도 읽히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화장하면서도 읽은 책.

김중혁에 대해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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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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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소설이 뭐였더라...하고 싸이월드에 찾아봤더니 엠파스 사전이 나오며 ...
어처구니 없게도 '교양소설'이란다. 네이버도 마찬가지.

친구와 퀴즈쇼 이야길 하다가 성장소설이야, 라고 했더니 성장소설이 뭐지? 라고 물어서 과연 생각해보니, 성장소설이 정확히 의미하는 것은 뭘까 싶었다. 사실 소설 속 주인공들 모두가 분명 어떤 사건을 겪고 그 사건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 혹은 나빠지고 혹은 좋아지고. 변하기 마련이니까. 그렇다면 과연 성장소설이라 일컫는 것들은 그야말로 '교양소설'? 대체 또 교양 소설은 무엇일까. 교양을 쌓게 해주는 그런 소설인가...

정의들에서 벗어나 퀴즈쇼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여러가지 추억들이 오버랩되는데, 우선 영퀴방. paper를 읽으며 당대의 문화계를 이끌어가던 이들이 샅샅이 출연했던 paper 필진들과 인터뷰어들. 가끔 혹은 자주 등장했던 게 바로 영퀴방. 출연자들을 떠올리며 아, 김영하도 영퀴방... 하고 생각하게 됐다. 또 한번, 소설은 작가의 경험과 삶이 여실히 대변된다는 생각을...

그리고 M25에서 김영하가 말했듯 주인공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단다. 나 역시도, 그의 삶이 내 삶과 오버랩되어 슬퍼졌다. 20대는 꿈이 없는게 아니라 없는척하는 것 뿐이란다. 그런데, 20대의 끝무렵을 향하고 있는 나, 아직도 궁금한데, 내 꿈은 뭐지.

이 소설에서 퀴즈쇼가 차지하는 부분은 소재도 아닌 것 같고 주제도 아닌 것 같고 다소 박민규를 떠올리게 하는 비현실적인 퀴즈쇼도, 설사 그게 꿈이었든 현실이었든 무언가 '탕'하고 주인공을 깨닫게 하거나 풀어놔준 것 같은데, 그 퀴즈쇼가 이 소설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아직도 모호한. 왜 하필 퀴즈쇼였는가가 아직도 모호한. 퀴즈쇼의 어떤 부분. 퀴즈쇼의 어떤 부분에 주목했는지 아직도 무릎을 탁, 하고 치지 못한. 너무 건성건성 읽었나.

뭔가 애매하다. 김영하. 사실 그의 이전 단편들이 더 좋았는데. 검은꽃도 좋았고, 그 다음 작품은 읽질 않아서 ...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도 참 좋았는데. 영화에서 왜 관심을 가졌을까를 알 수 있을 만큼 극적이고 좋았는데.

퀴즈쇼는 자꾸 박민규를 떠올리게 했다. 근데 또 뭔가 좀 다르고...

아무튼 참 공감하며 슬퍼했던 부분을 옮겨본다. 연말이라 또 더 우울하군.

가난한 사람은 이렇게 해서 좀더 가난해진다. 그들은 가난을 부끄러워 하기 때문에 결국 더 가난해진다. 가난을 숨기기 위해 '남들 다 하는 것'을 하고 그 '남들 다 하는 것' 때문에 빚을 지고 그 빚을 갚느라 세상의 노예로 살아가는 것이다.

 

- 김영하, 퀴즈쇼. 중에서.

연말 약속을 잡기가 무서워지는 한편,
이렇게 주말에 집에 있는 내가 과연 잘 살고 있는지 무서우리만치 걱정이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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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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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거짓말.

책 표지의 저자 사진이 너무 예쁘면 기본적으로 질투를 시작한다.
정이현이라는 사람도 워낙 여러가지 평을 듣고 표지 사진이 너무 깔끔하고 예뻐서,
꼭 명품을 찾아 들고다니는 철모르는 부잣집 딸처럼 생겨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전히 꼭 맘에 드는 글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늘의 거짓말에 실린 단편들은
한정된 눈만 가진 글쓰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서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정이현을 봤다.

소설에 작가가 많이 드러나는 소설과 그렇지 않은 소설이 있을진데
정이현은 굉장히 많이 보여주고 있는 느낌.
80% 이상의 주인공이 여자라는 것만 봐도 그렇다.

반면 같이 읽고 있는 펭귄뉴스는
온통 남자 주인공들만 있는 탓에, 여자는 여자를 쓰고
남자 작가는 남자를 쓰나, 싶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역시 소설이란 건 자기를 반영하는 거울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칸노미호가 워커홀릭으로 나오는 워킹맨을 보고 이 소설을 읽으니 세상 치열함을 다시금 느끼고새삼 우울해진다.

조금도 게으르게 살아선 안 되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하지 않으면
금새 나락으로 떨어져버릴 거라고
예고해주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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