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과 권력
엘리아스 카네티 지음, 강두식. 박병덕 옮김 / 바다출판사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치 선전상 괴벨스는 선동을 통해 대중들에게 <원이 직선>임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호언장담하였다. 그는 대중의 속성을 가장 잘 이해한 정치가였다. 그는 대중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을 대중이 원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게끔 만드는 재주가 탁월하였다.


81년 생소한 엘리아스 카네티가 노벨상을 받았고, 82년 그의 저서를 구입하였다. 제목은 <군중과 권력>이었다. 군중과 권력은 항상 파시즘을 연상시킨다. 왜냐하면 파시즘은 선동의 정치이기 때문이다. 선동에 의해 군중들은 일사분란하게 외치거나 행동한다. 레니 리펜슈탈Leni Riefenstahl이 찍은 <의지의 승리>란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가? 1934년 나치당의 뉘른베르크 전당대회를 찰영한 이 영화는 엄청난 시각적 효과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거대한 공간에 질서정연하게 꽉 들어찬 대중들, 그리고 그 사이에 넓게 난 일직선의 공간,  여기를 단 세 사람의 인물이 행진한다. 그 압도적인 화면은 대중과 권력의 속성을 한꺼번에 보여주고 있다. 지도자에 대한 일사분란한 복종의 정신과 범접할 수 없는 신격화가 화면에 담겨있는 것이다.


이 책은 파시즘에 대한 보고서이지만 지금도 유효하다고 본다. 대중이란 어찌보면 너무나 단순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집합체인 대중은 욕구를 분출하기를 원하면서도 그 안에서는 인간적 평등을 갈구한다. 그러면서도 자신과 타인의 간격에 틈이 존재할 수 없을 만큼 좁혀지는 밀집을 사랑하며 자신들이 나아갈 방향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중이 움직일 방향이 문제인 것이다. 대중은 어찌보면 레밍과 같은 존재일수도 있다. 선두 주자의 안내로 정해진 한 방향으로 맹목적으로 돌진하는 단순성을 우리는 중국의 60년대 문화혁명에서 볼 수 있었다. 여기서 이성은 감성에 의해 소멸되는 하찮은 것일 뿐이다.


군중을 움직이는 권력의 속성은 폭력이다. 이 폭력은 물리적일 수도 있고 정신적일 수도 있다. 폭력을 수반한 권력은 언제나 속도를 중요시한다. 징기스칸은 늑대의 후손이었고, 파라오는 매였으며 로마황제는 독수리였다. 권력을 장악한 자에게 가장 성가신 존재는 신속함을 방해하는 세력인 것이다. 왜 지금까지 한국의 정치에서 야당이 탄압을 받아왔는가는 이 속성을 통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권력의 또 다른 속성은 질문이다. 질문의 긍국적인 목표는 분해이다. 한 인간을 또는 한 집단을 철저히 분해하므로서 그 자체를 완벽하게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력의 가장 핵심은 비밀이다. 먹이를 사냥하는 사자를 보라. 그는 자신의 존재를 철저하게 은폐시킨다. 그러므로서 상대의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언제,어디서,어떻게 공격해 올지 모르는 상대에 대한 공포감. 비밀은 두려움과 연결되는 코드이다.


테렌스 데 프레의 <생존자>라는 책에서 "죽음은 결코 승리일 수가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권력의 박해 속에서 수용소에 갖힌 사람 가운데 생존자만이 증언할 수 있다는 생존자들의 외침은 생존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 선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권력은 자신의 약점과 치부를 감추기 위해 모든 증인을 압살하려한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는 그 시대의 증언자가 되는 것이다. 이로서 권력은 대중을 이용해 권력을 얻었지만 살아남은 생존자에 의해 심판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 심판자가 한 명일지라도 유효한 것이다. 바로 이점을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가들은 두려워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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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아 2004-09-24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꺼운 책은 두꺼운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두꺼운 책을 읽는 이의 열정은 가볍지 않다고 봅니다
풍부한 지식이 보여주는 삶의 통찰력!
책을 가볍게 읽는 사람들은 마땅히 두려워해야만 합니다
저는 지금 두려워하고 있습니다만
그 굴레에서 벗어나는 중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dohyosae 2004-09-25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는다는것...고통이죠. 그러면서 서서히 중독되 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방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