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루 5분 엄마 목소리 - 태교 동화를 읽는 시간, 사랑을 배우는 아이 ㅣ 하루 5분 태교동화 시리즈
정홍 지음, 김승연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6월
평점 :
오래간만이다. 책 읽다가 눈물이 나는 일 말이다. 어떤 책들은 제목부터 눈물나게 지어 놓고 '자 울어보세요' 하는가 하면, 어떤 책들은 전혀 눈물나게 생기지 않았는데, 의아한 부분에서 사람 눈물을 뚝뚝 흘리게 한다. <하루 5분 엄마 목소리> 이 책도 그러하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는데, 눈물이 마구 나더라.
"이제 24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무슨 태교 동화야?"
선물 받은 책을 들추어 보다가 말했다. 그렇다. 애가 뱃속에서 나온지 벌써 2년이다. 태교를 하려면 진작에 34개월 전에 했어야 했다. 그러나 사실, 태교는 커녕 아이에게 최악의 상황만 가득하던 임신 기간이었다. 나는 조산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악몽같던 그 때의 기억이 떠올라서, 태교, 라는 말만 들어도 싫다. 그런 나를 알고 있기에 특별히 더 필요하다는 남편의 선물. 정말 꿍시렁 거리면서 굳이 이걸 선물이라고 하냐면서 읽기 시작했다. 주루룩 훑고 넘어가려던 찰나, 이런 문구가 보였다.
엄마를 위한 순수 창작 동화, 엄마가 먼저 읽고 감동을 느낄 수 있다면, 그 감동은 엄마의 음성을 통해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달되어 엄마와 아이의 정서적 교감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엄마를 위한 동화는 처음이다. 태교는 아이를 위해서 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엄마를 위한 태교라니. 상상하지도 못했던 생각에 감탄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순수 창작 동화'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보통이 아니다. 그림책이라면 꽤나 읽었다는 나도, 이렇게 전혀 색다르고 감동이 있는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이야기 그 자체만으로도 한 권의 책을 이룰 수 있는 이야기들이 모여있다.
엄마가 읽고 감동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타인과 함께 살아감을 이야기한 '고고의 오두막', 서로 다름을 이해하는 '고미의 털', 엄마의 꿈을 생각나게 하는 '도시의 등대지기' ' 레이디 캔' 등 9개 그리고 에필로그까지 10개의 이야기들이 나를 웃고 울리게 하였다.
그 중 가장 감동한 이야기는 '탐험가 아빠와 함께 보낸 어느 특별한 사흘'이다. 버스를 타고 엄마에게 가던 경이와 아빠는 산사태로 인해 버스에 고립된다. 경이는 걸어가자고 하였고 아빠는 그래라고 한다. 여러 사람과 함께 길을 가는데, 산사태로 길이 많이 망가져 있다. 전직 탐험가이면서도 늘 뒤에만 있는 아빠가 경이는 밉다. 그러나 경이가 요청하자 아빠는 능숙하게 사람들을 이끌고 산을 넘는다. 항상 요청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빠가 미운 경이. 아빠가 마지막으로 한 탐험에서 돌아와 선물한 천년이나 눈 속에 있던 돌 목걸이도 싫다.
3일간 고생을 하며 목적지로 향하는데, 아빠는 힘든 내색이 없다. 그러나 아빠의 발은 퉁퉁 붓고 물집이 잡혀 있다. 그런 아빠에게 경이는 묻는다. 왜 마지막 탐험에서 돌아와 나에게 '그래 좋아'라고만 몇번이나 이야기했냐고. 아빠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빠는 평생 탐험만 했잖니. 그런데 마지막 탐험이 끝났을 때 이런 생각이 들더구나.
가장 소중한 건 먼 데 있는게 아니라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구나, 하고 말이야.
그건 바로 경이 너란다.
그래서 아빠는 앞으로 경이만을 대장으로 섬기겠다고 맹세했어.
경이가 어떤 결정을 내리건 아빠는 경이의 생각을 존중하기로 했어.
그리고 늘 경이 뒤에서 경이만 지켜보며 살기로 했단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에게 '그래 좋아'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늘 깨닫는다. 위험해도 안되고 더러워져도 안되고 귀찮아도 안되고..... 온갖 안되는 것만 늘 이야기하게 된다. 아이의 대장이 되는 건 쉬워도 아이를 대장으로 섬기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대장으로 군림하려는 나의 모습과 내 태교시절과 감동적이 경이 아버지의 말이 어우려져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나의 삶에서 아이와의 삶으로 옮겨가는 과정이 바로 임신과 태교이다. 아무리 돌이켜 보아도 내 태교시절은 정말 최악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 정말 소중한 것은 내 옆에 가까운 곳에 우리 아이다. 나는 아이를 낳았지만, 다시 태교를 하려고 한다. 하루 5분 엄마가 감동한 이야기들을 엄마 목소리로 들려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