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사람이 활짝 꽃 핀다 - 고정욱이 청소년에게 전하는 대안 메세지
고정욱 지음 / 율도국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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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는 아이스크림을 고를 때마다 설전을 벌이곤 한다. 나는 씁쓸한 맛이 나는 녹차 아이스크림을, 남편은 달콤하기 그지없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늘 고른다. 각자 자기 것을 잘 먹으면 그만이지만, 언제나 서로의 아이스크림 취향이 형편없다며 놀려대곤 한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드디어 녹차맛 아이스크림을 왜 먹는지 알게 되었어. 이건 아이러니의 맛이야." 라고 하였다. 씁쓸한 첫 맛 뒤에 느껴지는 달콤함은 그냥 보통의 단맛보다 월등히 짜릿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뭐, 그렇게까지 생각하면서 먹는 건 아니야, 하고 쿨하게 웃어넘겼지만 어쩐지 녹차맛 아이스크림은 고정욱 작가를 떠올리게 했다.

 

"그렇다. 나는 장애를 전혀 극복하지 못한 사람이다. 앞으로도 극복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

장애는 결코 극복되는 것이 아니다. 장애는 받아들이는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극복의 환상은 그래서 대다수의 소외된 장애인을 무능한, 노력하지 않는 인간으로 매도하는 아주 손쉬운 기준이 되고 만다."

 

이런 문장을 아마 비장애인이 썼다면, 나는 그냥 눈으로 훑어보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런데 고정욱 작가이다. 장애를 주제로 한 성장동화를 많이 쓴 작가 고정욱. 매년 장애인의 날이면 학교에서는 장애인의 날 행사를 한다. 그 때마다 빠지지 않는 책이 바로 고정욱 작가의 책들이다. 책들도 많아서 매년 다른 책을 골라도 늘 주제는 '장애'이다.

 

다작을 하는 작가에게 누군가 질문을 했다고 한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책을 쓸 수 있었는가 하고 말이다. 작가는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죽기 전에 소진하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한다. 장애인이 살아가기 쉽지 않은 우리 나라에서 고정욱 작가만큼의 위치와 명성을 얻기는 정말 쉽지 않다. 위 문장대로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장애인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 장애는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는 것, 영화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결국은 휠체어에서 일어나 걸어가고 말 못하던 장애인이 말을 하게 되는 것 같은 기적을 당연하게 여긴다.

 

"장애는 받아들이는 것이다."

 

씁쓸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달콤한 녹차맛 아이스크림처럼,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재능을 키워가며 소명을 다하는 고정욱 작가를 볼 때마다 그의 글들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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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초마다 반장과 부반장 선거로 아이들끼리 참으로 치열하다. 어른의 선거 못지않게 눈치 작전, 물밑 작전들이 한창이다. 요즘 선거판을 보아도 아이들의 선거와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나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선거보다는 일단 이기고 보겠다는 심보로 상대를 깎아 내리고 이겨먹으려고만 든다. 그런 아이들에게 학급 임원 선거 전, 항상 이 책을 읽어야 선거에 나올 수 있게 한다. 엄마들도 책을 읽어야 자격이 주어진다는 말을 듣고는 이내 수긍한다. 이 책, 국회에도 보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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