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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민 가족입니다 - 글과 그림으로 살펴보는 근대 이민사 ㅣ 네버랜드 지식 그림책 20
크리스타 홀타이 지음, 김영진 옮김, 게르다 라이트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2월
평점 :
이상한 버릇이 있다. 무언가 쓸 때에는 주위에 아무도 없어야 하며, 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누구도 눈치채지 못해야 한다. 곁눈질로라도 누군가 본다면 한 글자도 못 쓰는 것이다. 작가도 아닌 주제에 버릇은 참 나빠서, 서평을 쓰기 전에 '오늘은 서평을 써야지', 하고 미리 다짐하면 꼭 글이 안써진다. 뭔가 숙제를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하기 싫은 것이다. 아무 생각 없다가 '서평이나 써볼까'하면 그날은 글이 술술 써진다. 오늘은 '서평을 써야지.' 하고 다짐한 날이다.
예상대로 밍기적 밍기적거리다가 이제야 뭔가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읽은 책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것이라 얼른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재미있다, 라는 표현은 참 많은 종류를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은 '지식 정보 전달 그림책'이면서도 그러하지 않은 그림책이다. 마치, 공부인 듯 공부 아닌 공부 같은 너~라고 할까.
네버랜드 지식 그림책 20번째 시리즈인 <우리는 이민 가족입니다>는 표지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표지 왼쪽에는 고전적인 옷을 입은 사람들이 등에 봇짐을 메고 무수히 많은 배를 향해 서 있다. 곧 배를 타려고 기다리는 모습이다. 보자기에 질끈 묶은 짐들과 의복을 보면 요즘 사람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반면 표지의 오른쪽에는 캐리어와 카메라와 하이힐이 등장한다. 컨테이너 박스를 실은 화물선도 지나간다. 요즘 시대이다. 그리고 두 시대가 만나는 표지 중간에는 옛날의 어린이와 요즘의 어린이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글과 그림으로 살펴보는 근대 이민사>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1850년경 독일에서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고 한다. 이민자들에게는 땅을 무상으로 나누어 주기 때문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독일인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고 미국에 수많은 독일의 흔적을 남겼다. 빙엔, 하노버, 뮌스터...... 독일스러운 지명들과 독일계 후손들이 그 증거이다. 독일 이민자 가족의 정착기를 그림책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민이라, 아이들이 궁금해할 소재일까? 라는 생각도 했다. 어른인 나도 끌리는 주제가 아닌데, 아이들이 좋아할까 하는 의문이 생겼지만, 읽어보니 이 책 참 재미있다. 글밥이 적은 편도 아닌데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된다. 그래서 그 사람들은 어떻게 이민을 결심했을까? 어떤 준비를 했지? 하는 의문 말이다.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즐거움이 새록새록 생긴다.
미국의 존재는 네살배기 우리 아이한테도 큰 모양인지, 언제나 "미국으로 여행갈꺼야" 라고 말한다. 왜 가고 싶냐고 물으면, 미국에 가면 맛있는 게 많을 거란다. 무슨 근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미국 내 독일의 흔적을 찾아 여행을 해본다면 어떨까 싶다. 남의 나라 이민사지만, 어떤 면에선 우리나라 이민사와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좀 더 많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부모라면, 아이에게 넌지시 권해봐도 좋을 것이다. 공부를 떠나, 재미있고, 게다가 공부도 된다.
이 책은 시공주니어에서 서평을 목적으로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