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머리카락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17
창신강 지음, 전수정 옮김 / 보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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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을 보면 참 이상할 때가 있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그런 때 말이다. 예를 들어, 우리 아이는 지금 한창 배변 훈련중이다. 36개월을 넘긴 4살이면서. 친구들은 다 기저귀를 떼었다는데, 이 녀석은 변기에 쉬야하기 싫단다. 응가도 싫단다. 기저귀에 하고 싶다며 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하루종일 기저귀를 채우지 않으면 그냥 참는 지독한 녀석.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표지에 웃고 있는 아이, 천투의 부모님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어른의 눈에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아이 천투. 흙이라는 뜻의 이름을 스스로 선택했고, 흙을 너무나 좋아하는 아이. 여섯 살임에도 머리카락이 다섯 개 밖에 없는 아이. 이해되지 않고 화가 나면 배가 부글부글 끓으며 방귀를 뀌는 아이. 그렇지만 공부는 잘 못하는 아이.

  교육열이 강한 집안에서 자라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라는 천투는, 사실 흙과 놀고 싶은 아이일 뿐이다. 그런 천투를 부모님은 이해하지 못한다. 학교에서도 이해받지 못한다. 천투가 다니는 학비 비싼 학교(여기도 부모님이 막무가내로 보낸 곳이다)에 같이 다니는 샤오이도 그렇다. 천투를 감시하는게 인생의 전부같은 샤오이. 친구들이 잘못하면 그 집에 전화거는, 아주 지나친 성실성을 가진 아이다. 천투는 샤오이가 피곤하다. 반 친구들도 선생님도 그렇다. 천투가 마음을 붙이는 친구는 동물과 곤충을 좋아하는 굶은 벌레(친구 별명이다) 뿐이다.

  남의 나라 일 같지 않아 더 집중하고 읽었던 것 같다. 어떤 녀석도 떠오르고.... 수학 시간에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도 곤충이 나오고 만들기 수업을 할 때면 눈이 반짝반짝하던 그 아이가 떠오른다. 어찌나 세밀하게 곤충을 그려내는지, 다들 감탄을 하곤 했었다. 또 다른 녀석들도 생각난다. 수학시간마다 옆 짝 답을 훔쳐 보고 적어 내느냐 눈이 돌아갈 것 같던 그 친구는, 반 아이들이 모두 다 집에 간 뒤에 홀로 학교에 남는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교실 청소를 하고 쓰레기통을 비우고, 새 봉지를 쓰레기통에 끼운다. 그럴 때는 표정이 참 밝았다.

  알고보니, 내 주위에도 수많은 천투가 있었다. 나는 또다른 샤오이가 아니었는지, 내 아이는 천투인건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해해야하나 고민하게 된다. 행복한 천투들이 많은 세상이 되어야 하는데, 어른인 나는 그게 쉽지 않다. 그나마 이 책 읽으면서 생각이라도 하게 되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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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아저씨와 멋진 선물 - 1963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45
모리스 샌닥 그림, 샬롯 졸로토 글 / 시공주니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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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이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시리즈였나? 아니면 전작이 있는 책인가?' 그림에서 보이는 토끼 아저씨와 소녀의 관계나 배경에 대한 설명이 책에는 전혀 없어서 의아해했다. 토끼 아저씨와 소녀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이 이 책의 시작이었다.

  한 번을 쭈욱 읽고 다시 읽었다. 나름 뭐 친하게 지내던 사이었나 보다, 생각하고 토끼 아저씨와 소녀의 대화에 집중한다. 대화 밖에 나오지 않는다. 엄마의 선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소녀는 엄마의 생일을 맞아 선물을 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뭘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누워 쉬던(내 시점으로는) 토끼 아저씨에게 도와달라고 한다. 빨간 색을 좋아한다는 엄마에게 지붕은 어떠냐, 홍관조는 어떠냐 권해본다. 아이는 엄마에게 지붕을 선물하긴 싫다 한다. 그러다가 엄마가 좋아하는 과일을 선물하기로 한다.

  그렇게 색깔별로 어떤 물건이 있는지 서로 대화하다가 그 색깔을 가진 과일을 선물하기로 한다. 비슷한 대화가 색만 바뀌어 진행된다. 어떻게 보면 단조롭기도 하다. 한글로도 그렇지만, 영어 문장으로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어째서 1963년 칼데콧 상을 수상했을까? 다시 한 번 책을 읽으니, 둘의 대화에 그 매력을 찾을 수 있었다.

  토끼 아저씨는 참 충실하고 사려깊은 조력자였다. 어느 것 하나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고 주위를 빙빙 돌면서 아이가 혼자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게 한다. 사실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면 어서 해결해주고 싶은 것이 어른 마음이다. (그래야 쉬니까....) 뻔히 지붕같은 건 선물할 수 없는 걸 알지만 아이가 스스로 찾게 하도록 생각의 길을 닦는다. ​그런 점이 이 책을 여전히 사랑받게 하는 이유 같다.

  아이와 이 책을 읽는다면, 나도 이 책처럼 대화를 해보고 싶다. 아빠 생신 선물을 무엇을 할까, 라는 주제로 말이다. 아이와의 사려깊은 대화를 해보고 싶은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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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 할멈과 호랑이 네버랜드 우리 옛이야기 1
박윤규 지음, 백희나 그림 / 시공주니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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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정가제가 되면서 책 사는 것이 두려워졌습니다. 너무나 후덜덜한 책 값 때문이지요. 전에는 18개월이 지나면 크게 할인하던 책들이, 이제는 암만 기다려도 그 값 그대로이니, 요즘처럼 얇은 지갑으로 책 사기가 두려워 지네요.

  다행스럽게도, 몇 몇 출판사에서는 재정가를 해서 도서의 값을 내리고 있습니다. 몇몇 출판사만 그렇다는 것이 참 아쉽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입니까. 재정가 된 도서를 찾아보는 것이 매일의 일과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반가운 소식! 네버랜드의 스테디 셀러인 <네버랜드 옛이야기 그림책> 시리즈가 재정가 되었다는 소식이지요. 원전을 가장 잘 살리고, 입말을 넣어 읽는 맛이 느껴지는 옛 이야기들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읽을 수 있다는 소식에 냉큼! 온라인 서점으로 가봤습니다. 재정가된 <네버랜드 옛이야기 그림책> 시리즈는 다음과 같습니다.

  30권에 197,000원이니, 대략 한 권당 6500원 꼴이네요. ​비슷한 종류의 옛이야기 그림책이 다른 출판사에서 9900원-12000원 임을 고려할 때 상당히 저렴해 졌어요. 그러면서도 네버랜드의 높은 퀄리티는 그대로 느낄 수 있네요.

  아무리 창작이 대세이고, 칼데콧이 최고라 생각하는 분들도, 우리 옛이야기의 필요성은 느끼실 거라 생각해요. 우리 민족이 살았던 옛 생활들을 재미와 감동으로 느끼는 일이니까요.   옛이야기를 찾으시는 분들께 강력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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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 The Collection Ⅱ
크베타 파초프스카 글.그림, 박대진 옮김 / 보림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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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나는 방법은 책을 만나는 그것과 닮아 있다. 어떤 책들을 소개를 받아 만나기도 하고, 조건을 따져 찾아보기도 한다. 그런 의도된 만남도 좋지만, 때로는 우연히 만나는 감동이 클 때도 있다. 처음 크베타 파초프스카의 책을 만난 것도 그런 우연이다. 도서관에 가서 무심코 꺼낸 책이 참 색달랐다. 아이가 그린 듯한 힘 있는 선에 놀랐고, 붉은 바탕에 강렬한 그림들이 인상깊었다. 종잡을 수 없는 스토리도 이색적이었다. 기승전결이 분명한 스토리는 아니지만, 마치 아이들 머릿 속을 들여다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이번에 만나게 된 크베타의 책은 ​그의 장점을 가장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그림책을 벗어나 그림책의 탈을 쓰고 있는 작품집 내지는 포트폴리오같다. 알파벳을 주제로 각 낱자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회화적 성격을 드러낸 그의 솜씨에 놀랐다. 평면적인 그림책에서 아래와 같은 입체를 추구하였다.

 

 

 

 

  위 그림 오른쪽에 볼면 그의 페르소나 같은 인물이 그려져 있다. 전작에서는 달팽이의 몸을 가진 형태로 나타났었다. 한 작가의 그림책을 알고 있다는 것은 이렇게 즐거운 책 읽기를 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작가가 남긴 힌트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깨알 재미라고 해야하나. 익숙한 얼굴을 새 책에서 발견할 때면, 작가와 내가 통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마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그렇겠지.

  권장연령을 생각하다가 이내 그만두기로 한다. 작품에 권장 연령이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들이 보아도, 어른이 보아도 뭔가 마음을 움직인다면 그것이 권장 연령이지 싶다. ​다소 높은 가격이지만, 작품을 소유하는데 그리 크진 않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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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낮과 밤 The Collection 7
파니 마르소 글, 조엘 졸리베 그림 / 보림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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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고로움이 많이 들어간 책을 좋아한다. 그 수고로움이 그만한 가치를 내는 책은 더 좋아한다.

2. 옳은 가치를 가진 책을 좋아한다. 그 옳음이 온 생명을 자유롭게 하되, 서로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면 더욱 좋아한다.

  새로 읽게 된 <세상의 낮과 밤>을 읽으면서 이 책이 왜 좋은가 생각을 하다보니, 위와 같이 두 가지 결론이 나온다. 수고로우면서도 아름답고, 생명들을 소중히 여기면서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책이다.

  어느 날 떠나게 된 지구여행, 각기 다른 지역의 낮과 밤은 어떤 모습일까? 목판화로 나타낸 그림들에는 정성이 가득하다. ​

  ​실제로 4미터에 이르는 그림책을 펼치면 참 웅장하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위에 그림은 실상과는 다를 수 있다. 사막과 연어와 호랑이는 한 지역에 공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각기 다른 자연 상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은 아이들로 하여금 상상력을 자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구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저자의 말처럼, 선 하나 음영하나에도 정성이 가득하다. 이걸 수업 시간에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구 각 지역에 대한 자료? 혹은 판화 수업? 다양하게 읽을 수 있는 이 책,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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