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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


10살, 겨우 베개 하나밖에 들 수 없었어.
12살, 지팡이를 짚고 길을 걸었지.
14살, 마당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되었어.
16살, 완전히 걸을 수 없게 되고 다만 서 있는 것만 가능했지.
18살, 땅에 내려갈 수 없었어.
20살, 머리 위로 팔을 들지 못하게 됐지.
지금은 물 한 잔도 들지 못한단다....

하지만 이토록 잔인한 현실에서도
난 한 번도 죽거나 숨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
나의 생각은 오직 이것뿐이야.
인생이 어떻든 헛되게 살면 안 된다는 것!
헛되게 살아서는 안 돼! 절대로 헛되게 살아서는 안 돼!


- 장윈청의《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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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가이드(www.readersguide.co.kr)와 엠파스가 뽑은 2005년 후반기를 빛낸 명불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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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여행


일상은 위대하다.
삶이 하나의 긴 여행이라면,
일상은 아무리 귀찮아도 버릴 수 없는
여행가방과 같은 것. 여행을 계속하려면
가방을 버려선 안 되듯, 삶은 소소한 생활의 품목들로
나날이 새로 채워져야 한다.


- 최영미의《시대의 우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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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법정

가을은 참 이상한 계절이다.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볼 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 때, 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 나는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수에 물들어간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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