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프레지던트 - Good morning, Presi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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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시구한 장동건의 사진을 보다가 이 영화를 예매했다. 
개념 시구만큼이나 매력적인 연기를 한 듯한 장동건과 전직 대동령 이순재, 후임 대통령 고두심 등 3명의 대통령 이야기는 스피디한 전개와 더불어 앞뒤가 잘 안맞는 면도 있었지만 장진 감독이 무엇을 이야기 하려했는지, 관객은 어떤 즐거움을 누렸어야 했는지를 생각하면 제법 괜찮은 영화였다.



태생적으로 유치함을 극복할 수 없는 장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예전에 안성기와 최지우가 피아노치는 대통령으로 도전해 본 자유분방한 청와대 풍경이 보다 세련되게 성장한 것은 확실하다. 어쨌거나 공격할만한 허술함은 충분하지만 장진 감독으로서는 최선을 다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효자동 이발사의 관점으로도 비교하며 고민해 볼 수 있는 청와대 조리장의 시각은 흐뭇했다.

월드컵 복권에 당첨되면서 시작되는 유혹은 대통령이 아닌 우리 모두의 고민일 수도 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백 억원 돈더미라면 그 물리적인 충격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오늘 확실히 구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의 생명을 외면하고서, 어떻게 국민의 안전을 이야기 할 수 있겠냐는 생각도... 
오직 한 사람의 대통령이 전국민의 행복을 바란다면, 모든 국민들도 대통령의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생각도.. 

단역으로 끝난 박해일에 뭔가 기대했던 것은 곱씹어 보면 참으로 절제된 연기였던 것 같고, 퀵서비스맨으로 잠깐 등장한 공형진의 감초연기와 감성적이고 유머러스한 조연으로 빛난 임하룡에 다가설듯말듯 주변을 맴도는 한채영의 어설픈 연기마저도 보기 좋았다.
어린시절 아버지와의 기억과 함께 좋아했던 한 여인에 대한 그리움을 반복하는 아쉬운 사랑도...
대통령이 되어버린 사랑하는 아내로 인해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 사사건건 방해만 되는 삶도...
모든 것은 아름답고 인간적인 개념이라, 현직 대한민국 대통령이 만약 이 영화를 본다면 자기 잘못은 생각도 안하고 짜증부터 낼만한 요소가 풍부한 영화가 아닐까 싶었다.

영화가 끝나갈 때, 출판사 문학동네의 이름으로 서점을 장식한 '아주특별한 주방'인가 뭔가 하는 제목의 책을 찾아보는 나의 순진함도 언젠가는 현실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괜찮은 아이템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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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프레지던트 - Good morning, Presi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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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서 해법을 찾은 그들의 고민. 떠나간 님이 그립던 행복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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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꽃 창비시선 307
최두석 지음 / 창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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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석 시인의 시집은 시종 자연을 노래하고 있었다.
전국을 넘어 국경을 벗어나서도 시인의 눈에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이 떠나지 않고 있었다.
서해 무인도의 절벽에 살며 멸종 위기에 처한 매와는 달리, 인간 중심의 개발된 도시에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주는 황조롱이, 바로 그 황조롱이처럼 재개발된 아파트에 적응해 가며 살고는 있지만 안타까운 시선으로 자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투구꽃


사노라면 겪게 되는 일로
애증이 엇갈릴 때
그리하여 문득 슬퍼질 때
한바탕 사랑 싸움이라도 벌일 듯한
투구꽃의 도발적인 자태를 떠올린다

사노라면 약이 되면서 동시에
독이 되는 일 얼마나 많은가 궁리하며
머리가 아파올 때
입술이 얼얼하고 혀가 화끈거리는
투구꽃 뿌리를 씹기도 한다

조금씩 먹으면 보약이지만
많이 넣어 끓이면 사약이 되는
예전에 임금이 신하를 죽일 때 썼다는
투구꽃 뿌리를 잘게 잘라 씹으며
세상에 어떤 사랑이 독이 되는지 생각한다

진보라의 진수라 할
아찔하게 아리따운 꽃빛을 내기 위해
뿌리는 독을 품는 것이라 짐작하며
목구멍에 계속 침을 삼키고
뜨거워지는 배를 움켜쥐기도 한다. - 40~41쪽


제목으로 남은 '투구꽃'은 모든 것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요람과 무덤


비질이 잘된 융건릉 숲길에
나뭇잎 요람이 깔려 있다
거위벌레가 알을 낳고 상수리잎으로 말아
바닥에 떨군 것이다
나는 이 정성들여 만든 요람이
사람들의 발길에 밟힐까 저어하여
주워서 숲속에 넣어주며 가다가
그냥 발에 밟히지 않도록 조심하며 걷는다
나뭇잎 요람이 너무 지천인 탓이요.
나의 가벼운 적선을 보는
상수리나무의 곱지 않은 시선을 느껴서이다.
왕릉 지키는 숲을 헤치는 해충을
무엄하게 동정하는 죄를 저지르다니!
무덤 속 정조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해서이다
하지만 아버지와 자신의 묘를 쓰기 위해
수원성을 옮긴 정조의
공과를 묻는 나의 상념은 부질없이
숲길을 따라 돌며 칡넝쿨처럼 뻗어가는데
산책이 끝날 즈음에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거위벌레도 엄연히
행복하게 살 권리를 지니고
이 땅에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 12쪽


새로 나온 이 시집을 들고 동탄에 갔다가 한 친구와 일을 마치고 또 다른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마침 그 친구는 아이의 100일을 기념하여 가까운 윤건릉에 놀러 나왔노라며 저녁 식사를 함께 하자면 한달음에 달려와 주었다. 이제 막 100일을 맞은 꼬마 배수빈의 요람을 보면서 이 시가 매우  반가웠고, 그 날 윤건릉을 다녀온 그들의 사연도 더욱 반가웠다.


강 건너 산철쭉


이 땅에 이토록 생생하게
살아 있는 강이 어디 있나
이 땅에 이토록 정갈하게
아름다운 풍광이 어디 있나
거듭 감탄하게 하는
영월 동강 어라연에 봄빛 찬란한 날
붉은 물그림자 어른대는
강 건너 산철쭉 바라보며 손을 씻는데
바람결에 쓸리는 물살이
손등을 간질이며 묻는다
사람들 발길이 닿지 않는 강 건너에만
산철쭉 꽃이 피는 사정과
이편 아닌 저편이 늘 아름다운 연유를. – 52쪽

위 시는 별 다를 것 없어 보였으나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주었기에 좋았다.
제목부터 익살스러운 다음 시는 결코 웃고만 볼 수 없는 인상적인 작품이다.

게와 개


꽃게 농게 밤게 집게 칠게
새만금 개펄과 바다에
얼마나 많은 게들이 살고 있는지
도저히 헤아릴 수 없지만

제방을 막고 나면
게 대신 개가 들어와 산다는 건
지나가는 도요새도 안다
아마도 꽃게 수천 마리가
물살을 헤집고 가르며 유영하는 대신
푸들 한 마리가
머리에 리본을 달고
주인에게 꼬리를 흔들 것이다. – 90쪽 


마지막 순간 최선을 다하는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다음 시를 한참 동안 바라보기도 했었다.

고니


호수 위에 고요하게 떠서
곧잘 우아한 선율의 주인공이 되어온 고니
하지만 수면 밑 물갈퀴 발은 쉴 새 없다고 한다
그래야 평화롭게 떠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마치 아름다운 곡조를 내기 위해
무대 뒤에서 끊임없이 활을 켜야 하는 예인처럼

고니는 늘 혼탁한 목청으로 울지만
죽음을 눈앞에 둔 순간의 마지막 울음은
구름 너머로 청아하게 울려 퍼진다고 한다
그리하여 배우의 고별무대를
화가의 최후의 그림을
고니의 노래라 칭한다고 한다. – 101쪽



시를 평한다는 건 너무 어려워 그냥 이렇게 몇 개의 시를 옮겨 적는 것으로 서평을 대신한다.
여행을 나서는 오늘 같은 주말에 들고 나가기 딱 좋은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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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이 -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선택의 비밀
롬 브래프먼 외 지음, 강유리 옮김 / 리더스북 / 2009년 10월
품절


20달러짜리 지폐를 눈앞에 흔들어 보이면서 경매 물건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입찰할 수 있지만, 단 두 가지 규칙을 지켜야 한다. 첫번째는 입찰가를 1달러 단위로 높여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 규칙은 약간 까다롭다. 경매 낮찰자는 당연히 지폐를 차지하지만 차점자 역시 자신이 부른 입찰가만큼 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는 차점자가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실제로 경매가 시작되면 싼 값에 20달러 지폐를 자질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인지 여기저기서 번쩍번쩍 손이 올라온다. 경매가 공식적으로 진행되자마자 눈 깜짝할 속도로 입찰이 이어진다. "패턴은 항상 동일합니다. 입찰은 12~16달러 사이에 이를 때까지 빠르고 맹렬하게 진행되죠." 배저먼은 설명했다. ···중략··· 최고가를 부른 두 학생은 미처 깨닫지 못한 사이 미끼에 걸려든다. "한 입찰자가 16달러를 부르고 다른 입찰자가 17달러를 부릅니다. 16달러를 부른 학생은 18달러를 부르거나 16달러 손실을 감당해야 하죠." ···중략··· "물론 입찰자가 20달러를 넘어서면 나머지 학생들은 폭소를 터트리죠."-46~48쪽

평범하게 생긴 한 남자가 청바지 차림에 야구 모자를 쓰고 태연하게 350만 달러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꺼내더니 연주할 준비를 했다. 그 남자는 현존하는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인 조슈아 벨로 내로라 하는 공연장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했으며, 만원 관객들을 앞에 놓고 정기 공연을 하는 음악가였다. ···중략··· 벨의 지하철 연주는 바이올린 곡중에서 가장 까다롭다고 알려진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로 시작됐다. 그 뒤로 43분 동안 콘서트는 계속됐지만 아무도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67쪽

강사를 '따뜻한' 사람으로 소개받은 그룹의 학생들 대부분은 그를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이 학생들은 "친절하다. 타인을 배려한다. 격의 없다. 사교적이다. 인기 있다. 유머 감각이 있다. 인간적이다." 등의 단어를 써서 강사를 묘사했다. 반면 '차가운'사람으로 소개받은 그룹은 똑같은 교실에서 똑같은 내용의 토론에 참여했지만 대부분 그 강사를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자기 중심적이고 딱딱하고 붙임성이 없는 데다가 화를 잘 내며 유머 감각이 없고 무자비하다."고 여겼다.-96쪽

딜러들은 제조사와의 거래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제조사가 자신들에게 어떤 식으로 '행동하느냐'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에 따르면 딜러들에게 중요한 건 단순히 유리한 거래 조건을 얻어 냈느냐가 아니었다. 딜러들은 제조사가 '사업을 운영하는 대리점의 현지 여건을 이해하려고 애를 썼는지', '정중하고 예의바른 태도로 행동 했는지' 혹은 '딜러들을 존중하는 자세로 대했는지'와 같이 얼핏 보기에 대수롭지 않은 사항들로 관계를 평가했다. 딜러들이 거래 결과에 대해 느끼는 전반적인 만족도에서 이 공정성이라는 요소는 기본 수치들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149쪽

관제탑의 허가 없이 데네리프 공항에서 이륙하기로 했던 반 잔텐 기장을 다시 떠올려보라. 그날 일어난 사고는 항공업계 전체에 충격을 주었다. 충돌사고의 영향으로 관계 당국은 수년 동안 일어난 모든 비행기 충돌사고와 근접 사고의 조종실 기록을 세밀히 조사했다. 70퍼센트는 사람의 실수 때문인 것으로 판명됐고 그중 대다수는 팀 역학과 관계있었다. 예를 들어 반 잔텐이 조종한 비행기의 조종실 기록 중 마지막 몇 초 동안의 교신 내용을 들어보자.
반 잔텐 기장이 계기판에 손을 갖다대 엔진의 회전 속도를 올리자 부조종사는 본능적으로 그를 저지하려 했다. "잠깐만요. ATC 허가가 없었잖아요."
반 잔텐은 수긍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행동을 방해 또는 지연시키려는 시도에 짜증이 난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도 알아. 어서 물어보게."
놀라운 건 부조종사가 이의를 제기한 다음 곧바로 단념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반 잔텐 기장이 두번째로 이륙을 시도할 때 부조종사는 잠자코 있었다. 그렇게 차단자의 목소리가 사라지자 끔찍한 일이 이어졌다.-199쪽

조종실이나 회의실, 어떤 상황이든 간에 반대의 목소리는 성가시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차단자에 대한 대응이 짜증스러울지라도 그들의 의견은 그룹의 균형 유지에 필수불가결하다. 차단자의 부정적인 언사를 무시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반대의 목소리는 비이성적이라는 홍수를 지탱해주는 댐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205쪽

이미 너무나 많은 돈이 투입됐다는 이유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공공사업 프로젝트에 계속해서 자금을 대는 정부 공무원에게든, 중도 포기자로 비치기 싫어서 실패한 캠페인을 계속 지원하는 마케팅 매니저에게든 '과거를 흘러 보내는' 전략은 유효하다. 가라앉는 배 위에 계속 앉아 있는 건 전혀 이성적이지 못한 행동이다.-210쪽

그로부는 이렇게 회상했다. "저는 인텔의 회장 겸 CEO인 고든 무어와 함께 사무실에 앉아서 우리의 난국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분위기는 침울했죠. 창밖을 내다보니 멀리 그레이트 아메리카 놀이공원에서 돌아가고 있는 회전 관람차가 보이더군요. 잠시 후 저는 고든을 향해 돌아서서 물었습니다. '우리가 쫓겨나고 이사회가 신임 CEO를 영입해 온다면 그 새 CEO는 어찌할 것 같은가?' 고든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죠. '메모리 사업을 버리겠지.' 저는 멍하는 그를 쳐다보면서 말했어요. '자네와 내가 저 문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새 CEO가 됐다치면 어떤가?'-2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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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이 -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선택의 비밀
롬 브래프먼 외 지음, 강유리 옮김 / 리더스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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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하다! 내 행동방식을 다시 셋팅해야겠다. 역설적으로 이 책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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