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무구한 처녀도 아니면서,
요근래 문득 가슴이 찰랑 하면서 가라앉는 듯 , 달 뜨는 듯, 벌렁거린다.
작은 사건 하나에도 , 이렇듯 요동을 칠만큼 생활은 권태와 무위의 수치가 높아질대로 높아졌던게다.
섬처럼 살아가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둥둥 떠다니는 사람들이,
문득 발길이 닿으면 들러보는 섬.
그 섬에 오래도록 나와 남을 수는 없는 사람들만 왔다가는 섬.
그리고 나 역시도 그 섬에서 빠져나갈 마음도 없는...
이렇게 바쁜 회사는 내 생애 처음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던 사실이 무색해지게,
한여름 바깥은 펄펄 끓는대고,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바쁘대고,
나는 그냥 손가락을 자판 위에 두고 여기저기 들척이는 일 이외에 오늘 할 일이 없다.
메일을 2군데 보냈고, 몇 가지 상의를 했고, 점심을 먹었을 뿐.
여름 휴가에 대해 집착하게 되는 것은 사실 참 자질구레하다.
뭐 아무데나 갈 수 있음 가는 것이고, 못가게 되면 못가는 것인데 말이다.
그리고 그 누가 뭐라해도 그냥 내 마음 속 휴가는 내가 내면 그만이다.
하루를 가든, 이틀을 가든, 금요일 밤에 출발해서 삼일을 가든,
여름 휴가가 아니더라도 숨 한번 내쉬러 나서는건 실상 어려운 일도 아닌 것.
돈 때문에 어쩌구 궁상 떠는 짓은 이제 그만 하자.
가고 싶으면,
돈을 구해서,
쉬고 싶으면,
쉴 곳을 구해서,
함께 하고 싶으면 권하고,
혼자이고 싶으면 혼자서,
그렇게 떠.나.면. 된다.
무엇을 어쩌자는 것이 없다.
다만, 살아간다.
아주 멍청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