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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
하유지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3월
평점 :
<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 제목만 보고 느낌이 왔습니다.
'아! 이건 대한민국에 서른셋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을 하겠구나.'하는 느낌이요.
저 역시 서른셋의 인생을 시작했거든요. 빠른 생일이라서 친구들은 서른셋, 저는 서른둘이었다가 서른셋이었다가 때론 서른하나이기도 합니다. 어쩌다 보니 어른이 되었고, 어쩌다 보니 삼십대를 살아가고 있어요. 어릴 때,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서른이면 들어가고 싶은 회사에서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멋지게 일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서른셋이 되도록 상상한 것 하나 이룬 게 없네요.
다는 아니겠지만 많은 청년들이 비슷할 것 같아요.
여전히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취업 준비를 하는 취업 준비생이며,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하기에는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이 발목을 잡고, 다양한 매체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분노와 좌절을 겪게 하며, 삶이라는 고민을 종종 하지만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반복되는 일상에 무기력하게 만드는 그런 나이.
꿈은 무엇일까 고민하기도 하고, 지금 할 수 있을까 망설여지는 나이.
가끔은 태어난 것부터 후회를 하기도 하는 그런 나이 같아요.
어쩌면 뒤늦은 사춘기를 겪고 있는 지도 모르겠네요.
오랜만에 읽는 소설은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옵니다.
봄이라는 계절 '외로움'을 주제로, 마치 일본의 잔잔한 드라마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
등장인물에 빠져들어 시간을 따라가다 눈물 한 두 방울 흘리고 마지막에는 후련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그런 영화.
12월 31일 33번의 종소리
태평, 평안,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종소리가 사무실 TV에서 울립니다.
33번째 마지막 소리가 울리고, 33살의 새해를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족발을 시켜 먹으며 보내는 영오의 이야기. '엄마가 폐암으로 죽고부터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죽기까지 사 년 동안, 영오는 아버지를 예닐곱 번쯤 만나러 갔다.' 서른셋. 외가, 친가 모두 양쪽 집안의 조부모가 죽고 나서 드문드문하던 왕래마저 끊겨버린, 세상에 혼자가 되어버린 첫해. 유리창에 머리를 기대어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시작.
이어지는 이야기는 영오가 아닌 미지의 이야기
영오가 미지의 전화를 받지 못한 그날,
미지의 변명 같은 하루에 미지라는 거울 속에 영오를 보여줍니다.
이야기는 주변 사람들의 죽음에 외롭게 남아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영오는 부모님의 죽음으로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혼자가 되었죠. 서른셋의 나이에 말이죠.
미지는 친구인지 원수인지 애매한 동창의 죽음과, 사건으로 인해 친구하나 없는 혼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중3 졸업을 앞두고. 두출은 부인의 사별과 함께 '돈'때문에 딸과 멀어졌고, 딸 역시 같은 이유로 아들과 떨어져 살죠.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다들 외톨이가 됩니다.
나이와 성별을 떠나 외톨이가 되어버린 사람들이 우연히 연결되기 시작해요.
아니 외톨이인 줄 알았는데 하나의 끈이 이어져 있음을 서로 알게 되죠.
호기심 많고 오지랖 넓은 성격의 '미지'가 서로의 끈을 이어가며 이야기는 흘러갑니다.
'미지'가 없었더라면 모두 외롭게 생을 끝냈을 지도 몰라요. '미지'마저 어쩌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죠.
저마다의 사연이 있을 텐데. 어쩌면 그들 곁에 작은 인연 하나 없기에 그런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죠.
미지의 이야기에 가슴속에 묻어둔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갑작스럽게 들려온 마지막 소식. 뱉지 못하고 삼켜버린 말 한마디가 지금도 후회됩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맑게 웃던 아이라서 그 누구도 몰랐습니다. 혼자 간직한 외로움과 고민을요.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과 같이 밥 한 끼 먹자는 지키지 못한 약속, 전하지 못한 연락처, 여전히 찾아가지 못한 무덤.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저에게도 영오의 이모 같은 사람이 있다면 조금은 더 일찍 찾아가 봤을까 싶은 생각을 했어요. 벚꽃이 피는 계절, 시간을 내어 한 번 찾아가 보려 다이어리에 마음을 남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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