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을 미술, 음악, 건축, 철학의 예를 들며 바라본다. 네 개의 장인 <줄임, 비움, 침묵, 그늘>은 이 책의 분위기와 내용을 잘 요약하면서 아름답기까지 하다. 유행의 범주를 넘어 더 깊은 형태의 미니멀리즘을 탐구하고 있으며 또 다른 방식의 삶을 제안하는 책이다. 그 다른 방식은 독자가 모색하는 것으로 열어 두는데 각자 느끼는 바가 다를 것 같다.
8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 각 단편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은 남을 속이거나, 불륜을 저지르거나, 혹은 내기를 즐기거나,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주변에 폐를 끼치는 것을 불사하는 등 도덕 기준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범죄 기사가 그렇듯이 흥미진진하게, 얼마간은 마음을 졸이며 읽다보면 사건을 일으키는 인물의 심정에 동조가 되고 결말에서의 인과응보는 반전처럼 느껴진다. 로알드 달의 단편을 읽으면 사기꾼이라는 것은 결국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메커니즘이라는 걸 체험할 수 있다. 이런 지각 외에도 무척 몰입도가 높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초반: 유려한 문장중반: 콩가루..후반: 야 너두?
예전부터 눈에 밟히던 책인데 드디어 읽게 되었다. 지하철과 버스를 탄 세시간동안 후루룩 읽었다. 대중교통을 탄 것도 잊고 꽤 크게 웃음이 터진 부분도 있었다. 박군네에서 겪은 물티슈 에피소드. 그리고 뒤이어 박군네 폐업 이유도 알게 되었다. 나도 십년 전엔가 한 번 갔다가 박군을 친구처럼 호명해야하는 민망함에 다신 가진 못하고 늘 지나가면서 그 독특한 주문 방식을 곱씹어 보던 곳이었는데 꽤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 있다가 없어진 곳이었지, 하고 반추하게 되었다. ‘어쩌다 존재하게 되었으면 가능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에 웃다가 울어버렸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한 번이라도 가봤던 곳이 오래오래 머물러 있기를, 그것과 함께 한 나의 한 시절을 곱씹으며 추억 속에 남지 않고 나와 함께 머물러있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