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학 선생님과 벌인 언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는지 좀 봐. 모든 선택에는 기원이 있는 법이야. 살면서 일어난 많은 일은 한쪽 구석에 쌓여만 있는 듯싶다가도 때가 오면 의미를 가지게 되는 법이야.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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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 같아. 똑, 똑, 똑 소리를 내며 떨어지지. 네 마음대로 될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아 - P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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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 제14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 부문 수상 대상작 뉴온 5
윤슬 지음, 양양 그림 / 웅진주니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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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동화 3편이다. 모든 이야기는 두 여자아이를 중심으로 잔잔하게 전개된다.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가족에 대한 고민이 있음을 일깨워주고 서로 보듬어주길 바라는 작가의 시선이 읽히는 따뜻한 책이다.



1인칭 시점의 주인공 옆에 불우한 가정환경과 관련이 깊은 어두운 사정을 가진 아이가 있다. 유나, 솔이, 소라 세명은 고민을 시원하게 말하지는 못하지만 고민을 해결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 아이들이다. 유나는 중학생이 되어 집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있고, 솔이는 입원해서 자신을 보러오지 않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먼 곳에 있는 요양원을 찾아가고, 소라는 그리웠던 새엄마를 찾아오는 한편 아빠가 자신을 찾으러 올거라고 굳게 믿는다.


그 곁에 있는 아연, 미래, 은하(아연, 은하, 어쩌면 미래도 한부모가정이지만 가족과 사이는 좋다.)는 그들의 고민을 어렴풋이 알게 되고 뜻밖에도 그들의 여정에 합류하게 된다. 얼떨결이거나(아연) 다른 의도로 일어났거나(미래), 갑자기 생긴(은하) 일이라 든든한 조력자는 아닐지 몰라도 은은하게 그들의 앞길을 밝혀주는 한 줄기 빛이 되어준다.






‘물속에선 안 그래.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다니까?‘
‘난 여기가 싫어. 너무, 너무, 너무.‘
‘난 가끔 저 밑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 - P39

‘뭔가 사정이 있겠지. 누구나 각자 사정이 있는 거잖아.‘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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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양장)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김혜원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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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는 고아로 성장했지만, 결핍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아이이다. 그만큼 자존감이 높다. 마지막까지 어머니의 사랑으로 보호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소망의 거울에서 며칠을 서성인 것을 보면 부모님과 가족 간의 정을 그리워하는 모습이 읽혀서 안쓰럽게 느껴진다. 아직 어린 아이인 것이다.

해리가 자신의 운명을 특별하게 생각한다면 유명세를 이용해 허세를 부리거나 오만해질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는다. 해리에게 중요한 것은 운명이 아닌 진실이다. 해리는 마법사라는 출신을 거부하고 부정하는 더즐리 부부로 인해 출신과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서 늦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호그와트 학생이 되어서도 스네이프가 왜 해리를 미워하는지 알 수 없다. 볼드모트로부터 마법사의 돌을 구하고 난 후에야 덤블도어로부터 그 까닭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볼드모트가 왜 자신을 죽이려 했는지에 대한 물음의 대답도 듣지 못한다. 사실을 알고 있는 듯한 덤블도어는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고만 말할 뿐이다.

해리가 호그와트에서 앞으로 성장하는데 가장 동기가 되는 것은 "진실을 대면할용기"가 아닐까. 지하실을 플러피가 지키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린고트 713호에서 해그리드가 가져간 꾸러미는 무엇인지, 해리는 끊임없이 진실을 갈구하고 탐구한다. 그래서 현자 같은 답을 하는 덤블도어를 만나면 해리는 질문이 많아진다. 소망의 거울에 덤블도어는 무엇이 비치냐는 개인적인 질문까지. 이 진실을 알고자 하는 마음은 아이의 순수성에서 비롯된다. 어리기 때문에 알고 싶은 게 많은 것이다. 또한 진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은 즐거운 모험이 된다. 호그와트의 네 개의 기숙사 중에 용기가 덕목인 그리핀도르에 왜 호그와트를 구하는 주인공들이 많이 모여있는지 알 것 같다. 진실을 구하는 것은 호그와트를 구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만일 볼드모트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사랑이란다. 그는 너에 대한 네 어머니의 사랑처럼 강력한 사랑이 그 나름의 독특한 자국을 남긴다는 걸
개닫지 못했던 거지. 흉터도 아니고, 눈에 보이는 흔적도 아니지만⋯⋯ 그렇게 깊은 사랑은, 우리를 사랑하는 그 사람이 죽는다 해도, 우릴 영원히 보호해 준단다. 그러한 흔적은
네 몸 전체에 담겨 있지. 증오와 탐욕과 야망으로 가득 차 있고, 볼드모트와 영혼을 공유하고 있었던 퀴렐은 이런 이유 때문에 너를 만질 수 없었을 게야.
그렇게 아름다운 무언가의 흔적이 남은 사람을 만지는 건 심한 고통일 테니까. - P400

그 돌은 찾고 싶어 했던 사람만이⋯⋯ 찾기만 할 뿐, 사용하지는 않을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거란다. - P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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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의 무게 휴먼어린이 고학년 문고 1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휴먼어린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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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의 무게에서의 악당은 꽤 경계심이 강하다. 먼저 공격당하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 독사와 닮았다. 용주도 아토피 때문에 개를 가까이하지 않았다. 말도 안 통하는 개의 속마음 또한 중요하지 않았다. 악당을 만나기 전까지는. 용주는 악당을 처음 만난 날, 친구들에게 세 보이려고 "뭘 그렇게 겁을 먹어? 보기보다 순한 개야"라고 말한다. 그건 자기 자신을 달래려 하는 말 같다. 그러고선 여느 개처럼 다짜고짜 달려들지 않는 악당의 태도를 마음에 들어 한다. 온 산을 주름잡는 악당과 멀찍이 떨어져서 친구가 되는 걸 마음으로 허용한다. 그럼으로써 용주와 악당이 계속 만나면서 가지는 관계성이 생긴다. 그 만남은 용주의 바람대로 떠들썩하거나 끈끈하지 않고 담백하다. 둘은 언제나 2m의 간격을 두고 있고 악당은 늘 무표정하다. 그 사이에 자리 잡은건 친밀감보다는 약간의 설렘, 긴장감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이다. 용주가 용기를 내 1m로 거리를 좁히는 대담함을 보이긴 하지만 악당은 낮게 컹 짖으며 거리를 다시 넓힌다. 여기엔 인위적인 우정이 없다. 서로를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두 생명체가 있을 뿐이다.


용주는 악당이 악당답게 살기를 바란다. 악당의 자존심을 살핀다. 그것은 용주에게도 자존심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개에게 물려 죽느니 친구들에게 소심하게 안 보였으면 하는 자존심이다. 악당도 용주처럼 소심한 개가 아니었을까. 살기 위해서 황사장의 목덜미를 물고 달아날 때 누구보다 무서웠을 것이다. 옆구리에 칠해진 붉은 스프레이 자국은 악당이 갖은 괴롭힘을 당하면서 마음을 닫아버린 이유를 말해주기도 한다. 사실 악당의 자존심은 진짜 자존심이 아니라 동물의 권리였을 것이다. 지금의 법으로는 허용되지 않는 목줄 없이 자유롭게 지낼 권리. 동물의 권리를 용주는 동물의 자존심으로 본 것이다. 마지막에 뒤돌아선 용주에게 악당이 달려든 이유를, 마음을 용주는 영원히 알 수 없다. 나는 악당이 갑자기 몰려든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용주를 지켜주고 싶었을거라고 생각할 뿐이다. 죽는 순간 용주의 품에 안긴 악당의 무게는 묵직했지만, 나무 상자 안에 화장된 악당은 가벼웠다. 자존심을 바친 악당의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지만. 


나에게 우정이란 가까이 다가가고 친근한 미소 같은 것인데, 그런 허용은 마음이 닫힌 사람에겐, 특히 동물에겐 폭력일지도 모르겠다. 주변에 그런 사람, 동물은 천천히 다가와 주길 자존심을 헤아려 주길 바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좁은 옥상에 갇혀 지내는 건 악당답지 않다. 목줄을 채워서 묶어 두는 것도 그렇다. 악당의 자존심이 그런 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개한테 무슨 자존심이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의 악당은 그렇다. 줄에 묶여 숨어 사느니 차라리 경찰에 쫓기는 편을 택할 것이다. 그런 말을 나눈 적은 없지만 그 정도는 알 수 있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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