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문자는 농축산물의 수확량을 기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 P13

모든 발달된 문자체계는 이같이 기호가 소리를 표상하는 체계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수메르인과 이집트인의 놀라운 업적은 아이들 놀이처럼 간단한 레부스라는 체계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림문자를 사용할 때, 대상 자체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름을 나타내는 소리를 기록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창안했다. - P16

고대 메소포타미아인에게 설형문자를 읽고 쓰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호를 쓸 줄 아는 사람, 그리고 문맥에 따라 달라지는 기호의 의미를 모두 알고 있는 사람에게만 가능한 기술이었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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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투는 씨파르와 라르씨뿐만 아니라 바빌론과 우르, 마리, 니푸르, 니느웨 등 메소포타미아 전역에 걸쳐 ‘태양의 신‘으로 숭배되었다. 수메르신들은 영역을 넓히고 높은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힘겨루기를 펼치는 과정에서 여러 번 대립했다. 형제가 싸웠고, 자매가 싸웠다. 그렇지만 우투와 인안나의 우애는 매우 좋아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 P123

인안나와 두무지는 사랑에 빠졌다. 둘은 인안나의 어머니 집으로 갔다. 총각은 닌갈의 집으로 곧장 들어가지 못하고 대문 앞에 서 있었다. 처녀는 너무 좋아서 마음이 들떠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고 있었다. - P132

둘은 그런 사이였다. 그렇게 사랑하던 사이였다. 그랬지만 엔키의 도움으로 저승에서 부활한 인안나는, 남편 두무지를 조금도 거리낌없이, 자신 대신 저승에 잡혀갈 대상으로 삼아 저승사자들에게 넘겨버렸다. - P138

현재도 사람들은 신화라는 맛있는 음식을 골고루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신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수메르 신화를 옆으로 제쳐두고 있습니다. 신화뿐만이 아니죠. 수메르 역사도 그렇고, 수메르 문명도 그렇고요. 인문학의 세계적인 흐름으로 볼 때 기현상이지요. - P167

‘하늘의 여왕‘이라고 불린 인안나는 아무도 하지 못했던 저승 여행을 감행했습니다. 진짜 대단한 일이었지요. 그 놀랄 만한 사건일지를 펼쳐서 첫 줄을 읽어보면, 여신은 "위대한 하늘에서 큰 땅으로 귀를 기울였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 P188

‘안‘은 하늘을, 엔릴은 땅을, 엔키는 바다를, 그리고 에레쉬키갈라는
‘저승‘을 나누어 가진 거였죠. - P196

약 5300여년 전, 마침내 수메르 상형문자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사람들은 보통 상형문자라고 하면 이집트 상형문자를 떠올리죠. 하지만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간에는 교류와 접촉이 있었고, 수메르의 영향을 받은 이집트에서는 5100년 전쯤 처음으로 상형문자가 나타납니다. 이때 수메르 상형문자는 벌써 진보의 길로 접어들어 설형문자로 넘어가는 초석을 깔아놓고 있었죠. 이집트인은 수메르에서 수입한 상형문자의 개념을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여겨집니다. - P201

인안나가 저승으로 귀를 기울인 것은 ‘저승의 지혜‘를 얻어 신들 중에서 가장 완벽한 신‘이 되려는 몸부림이었던 것입니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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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로라를 후디니 이래 최고의 탈출 명인으로 만들어 준 신경 경로들을 찾아내서, 그녀의 재능을 모드에 인코드할 작정인 것이다. - P124

만약 텔레키네시스 모드에 관한 나의 가설이 옳다면, 청포콰이는 바로 그런 무작위성을 무너뜨림으로써 이온들의 움직임을 편향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 P164

신경학적 수단에 의한 상태 벡터의 선형 분해와 그것이 야기하는 선별된 고유 상태eigenstate들의 위상 전환 및 선택적 강화라고나 할까? - P186

"그럼 그 작자들은 당신한테 아무 설명도 해주지 않았단 말이군요?" 그녀는 불쾌함과 불신으로 가득 찬 소리를 냈다. "아, 그렇군요. 닉은 보디가드고, 하급 직원에 불과하다는 거죠. 일개 보디가드가 자기 목숨을 걸고 뭘 지키고 있는지를 굳이 얘기해줄 필요가 어디 있나, 이런 식이로군요?" - P195

관측한다는 행위가 각기 다른 가능성을 대표하는 두 개의 파동함수의 혼합을 단 한 가지의 가능성만을 대표하는 ‘순수한‘ 파동, 그러니까 고유 상태라고 불리는 것으로 변화시켰다고 할 수 있어요. 이것이 바로 ‘파동함수의 수축‘이라고 불리는 현상이죠. - P198

양자 관측 문제를 연구할 경우의 목표는, 이 ‘관측‘이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왜 그것이 특별한지를 정확히 해명하는 일이에요. 파동함수는 언제 수축하는가? 입자 검출기가 작동할 때? 병이 깨졌을 때? 고양이가 죽었을 때? 누군가가 상자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 - P199

"뇌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파동함수의 수축이 뇌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증명했단 말입니까?"
"그래요." - P201

"그래요. 아마 글자 그대로 대학살이었을지도 몰라요. 생물, 특히 지적 생물이라고 해서, 반드시 파동함수를 수축시켜야 한다는 법은 없어요. 만약 우리 이전에 파동함수를 수축시키지 않는 생물이 존재했다면, 우리는 그 생물도 수축시켰을 거예요. 그 과정에서 다른 문명들을 통째로 멸망시켰을 수도 있겠군요." - P209

인류의 천문학이 점점 더 관측 정밀도를 높여감에 따라 파동함수는 위험한 수준까지 고갈되기 시작했고... 말하자면 ‘바다가 마르기 시작했던 거죠. 그래서 인류가 그 이상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버블>을 건조했던 거예요. 자기들의 문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던 거죠." - P217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들은 <앙상블>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충성을..."
"<앙상블>의 일부라는 얘기는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충성심은 <앙상블> 전체를 위한 것입니다." - P221

<앙상블>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라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앙상블>이어야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내가 ‘틀리는 법은 결코 없고, ‘오해‘하는 일도 있을 수 없다. - P227

‘아마 우주는 오늘 아침에 창조되었을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을 위한 가짜 기억과 과거 150억 년에 걸쳐 일어난 일들에 관해서 완벽하게 날조된 고고학적, 고생물학적, 지질학적, 우주론적 증거와 함께.... - P233

"수축되지 않고, 복수의 고유 상태에서 존재할 때 우린 그걸 그렇게 표현해요. ‘퍼져 있다‘라고."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바로 그걸로 이름을 남길지도 모르겠군요. ‘의식적으로 퍼진 역사상 최초의 인간‘으로서 말이에요."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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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의 본질은 ‘신성한 권능‘이고, ‘삼라만상의 총체적인 질서‘이며, ‘지혜의 정수‘였다. - P38

인안나는 일단 한번 수틀리면 천제 ‘안‘이나 엔키에게도 겁 없이 덤벼드는 신이었다.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마구 털어놓고 대들고 따지는, 때론 되바라져 보이기까지 한 그녀의 앙칼진 성질을 아무도 막을 수가 없었다. 인안나는 그런 신이었다. - P44

수메르 만신전에서 엔키보다 더 지혜로운 신은 없었다. 어떤 신도 그의 창조력과 판단력을 따라갈 수 없었다. 그런 천하의 엔키가 미인계의 수렁에 빠져 있었다. 뼈아픈 자충수였다. - P54

‘메‘의 탈환은 끝내 실패했다. 반전은 없었다. 한 번 쏴버린 화살은 돌아오지 않았고,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었다. 종국으로 엔키의 메는 인안나에게 완전히 넘어갔다. - P59

‘안‘의 장자이자 서자(庶子)인 엔키는 엔릴보다 먼저 지상으로 강림하였다. 그는 땅을 개척하고, 늪지 위에 ‘에리두‘라는 최초의 도시를 건설하였다. 처음에는 엔키가 땅의 지배자였다. 생명력의 화신 엔키는 ‘창조자‘라는 의미를 지닌 ‘누딤무드‘라고도 불렸다. - P69

엔릴은 ‘바람의 신‘이었다. 그로부터 한 번 ‘입에서 나온 바람‘은 신명이 되어 천지를 뒤흔들었다. 세상의 모든 자비와 저주가 그의 입에서 나왔다. 정말 위대한 신이었다. 이제부터는 엔릴의 세상이었다. 그는 ‘안‘의 후계자가 되어 수메르 신전에서 가장 강력한 신이 되었다. - P69

인안나가 저승으로 내려온 이유로 구갈안나의 장례식에 참석한다는 것은 그럴듯 했다. 그렇지만 정작 그의 죽음을 몰고 온 장본인이 누구였던가. 설사 길가메쉬와 엔키두가 그를 죽였더라도, 에레쉬키갈라의 신랑을 죽게 만든 근본적인 이유는 인안나의 기질 때문이었다. - P94

아다파는 엔키의 아들로 태어난 최초의 인간이었다. 그는 엔키의 도시 에리두에서 현자(賢者)가 되었다. 엔키는 그에게 하늘로 오르는 법과 신들이 품고 있던 땅의 계획을 말해주었고, 신들이나 갖고 있던 분별력을 심어주었으며, 이름까지 만들어주었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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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른다. 우주의 처음은 바다였다. 어디에서부터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끝없는 바다만 있었다. 바다였다. 그랬다. 바다만 있었다. 원시의 바다는 여신 ‘남마‘였다. - P25

세상천지의 기운을 몽땅 손아귀에 넣고도 성이 차지 않았다. 그것이 인안나였다. 권세와 부귀를 모조리 누려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것이 인안나의 심보였다. 사랑을 차지하고 야망을 이루기 위해 남신들과 남성들을 한껏 농락했어도 멈추지 않았다. 그것이 인안나의 삶이었다. 수메르의 운명을 제 마음대로 좌지우지했다. 그래도 속이 근질거렸고, 그래도 오금이 쑤셨으며, 그래도 안달을 떨었다. 그것이 인안나의 기질이었다. - P27

저승까지 차지한다면, 천지사방의 지혜와 더불어 하계의 지혜까지 한데 모을 수만 있다면, 정말로 그럴 수만 있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누릴지도 모를 최고신의 영광, 이것이 여신의 속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승은, 그녀에게,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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