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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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과 데이지, 그들은 경솔한 인간들이었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부숴 버린 뒤 돈이나 엄청난 무관심 또는 자기들을 한데 묶어주는 것이 무엇이든 그 뒤로 물러나서는 자기들이 만들어 낸 쓰레기를 다른 사람들이 말끔히 치우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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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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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 번도 데이지한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녀의 사랑스러운 눈동자가 보이는 반응정도에 따라 자기 집의 모든 것을 재평가하는 것 같았다. 놀랍게도 그녀가 실제눈앞에 있는 이상 다른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듯이 그는 이따금씩 자신의 소유물들을 멍한 시선으로 둘러보았다. - P139

처음에는 당황했다가 그다음에는 어쩔 줄 모르고 기뻐하는 단계를 지나 지금은 그녀가 자기 앞에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고 있었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그 생각에만 몰두하고 끝까지 그것만을 꿈꾸어 왔으며, 말하자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를 악물고 긴장한 상태로 기다려 왔던 것이다. 이제 그 반작용으로 너무 많이 감아 놓은 시계처럼 태엽이 풀리고 있었다. - P140

그 환상의 힘은 그녀를 초월하였으며 모든 것을 뛰어넘었다. 그는 창조적인 열정으로 직접 그 환상에 뛰어들어 그것을 끊임없이 부풀어 오르게 했으며, 자신의 길 앞에 떠도는 온갖 빛나는 깃털로 장식한 것이다. 그 어떤 정열도, 그 어떤 순수함도 한 인간이 그의 유령 같은 가슴속에 품게 될 것에 도전할 수 없으리라. - P145

이제 나는 데이지의 눈을 통해 그 세계를 다시 한번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적응한 사물을 새로운 눈으로 다시 바라본다는 것은 어쩔수 없이 슬픈 일이다. - P157

"그녀의 목소리는 돈으로 가득 차 있어요." - P178

"난 사람들이 떠나 버린 여름날 오후의 뉴욕이 참 좋아요. 뭔가 육감적인 데가 있거든요…… 마치 온갖 신기한 과일이 우리 손에 떨어지는 것처럼 농익었다고나 할까요? - P185

오후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 가는 동안 깨어진 꿈만이 계속 다투고 있었다. 이제는 만져볼 수도 없는 것을 만지려고 하면서, 불행하지만 그렇다고 절망하지는 않으며 방을 가로질러 그 잃어버린 목소리를 향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 P199

그는 자신이 그녀와 같은 사회계층에 속하는 인물인 것처럼 믿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그녀를 충분히 보살펴줄 능력이 있다고 말이다. 사실 그에게는 그럴 만한 능력이 없었다. 그에게는 풍요로운 가정의 뒷받침도 없었을뿐더러 그는 비정한 정부의 변덕에 따라 세계어디에서든 갑자기 목숨이 날아가 버릴지도 모를 처지였다. - P217

개츠비는 부가 가둬 보호해 주는 젊음과 신비, 그 많은 옷이 풍기는 신선함 그리고 힘겹게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데이지가 안전하고 자랑스럽게 은처럼 빛을 내뿜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 P218

그는 그 도시에서 가장 싱그럽고 가장 아름다운 것을 영원히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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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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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어김없이 웨이퍼 과자 같은 달이 개츠비의 저택 위를 환히 비추고 있었다. 전과 같이 아름답게 밤하늘을장식했고, 아직도 환하게 불 밝힌 정원의 웃음소리와 말소리보다 더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그때 갑자기 창문과 큼직한 문에서 공허감이 흘러나와 현관에 서서 한 손을 쳐들고 정중하게 작별 인사를 보내고 있는 집주인의 모습을 완벽한 고독으로 에워싸기 시작했다. - P89

때때로 나는 마법에 걸린 듯한 대도시의 황혼 녘에 주체할 수 없는 고독감을느꼈고, 사람들에게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가령 식당에서외롭게 저녁 식사 시간을 기다리면서 쇼윈도 앞에서 서성대는 가난한 젊은 사무원들, 밤과 삶에서 가장 강렬한 순간들을낭비하며 어스름 속을 헤매는 젊은 사무원들에게서 말이다. - P91

그렇다면 그 6월의 밤에 그가 그토록 애타게 바라보던 것은 밤하늘의 별만이 아니었다. 개츠비는 아무런 목적도 없는호화로움의 자궁에서 갑자기 태어나 생생한 모습으로 나에게다가왔던 것이다. - P120

그는 오 년을 기다려 우연히 날아드는 나방들에게 별빛을 나눠 줄 저택을 구입한 것이다. 정작 자신은 어느날 오후 낯선 사람의 집 정원에 ‘건너갈 수 있도록 말이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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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밤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3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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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든은 목소리만으로 치쿠가 배가 고픈지 아닌지를 알 수 있게 되었고, 발소리만으로치쿠가 더 빨리 걷고 싶어 하는지 쉬고 싶어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우리‘라고 불리는 것이 당연한 건지도 몰랐다. - P63

하지만 함께‘라는 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았다. 세상에는 노든이 어쩔 수없는 일이 너무도 많았다. 치쿠는 동물원을 벗어나 본적이 없는 펭귄이었고, 그런 치쿠에게 동물원 밖의 세상은 혹독했다. - P70

"네가 어떤 기분인지 알아. 내가 그렇게 살아왔거든. 나는 항상 남겨지는 쪽이었지. 내가바보 같지만 않았어도, 용감하게 가족을 지킨 내 아내를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 내가 다리를 절지만 않았어도, 마음씨 고운 앙가부를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몰라. 내가 조금만더 일찍 알아차렸으면, 유쾌한 치쿠는 죽지 않았을 지도 몰라. 이런 생각들이 항상 나를괴롭게 해, 차라리 살아남은게 내가 아니었으면, 하고 말이야." - P80

"그런데 포기할 수가 없어. 왜냐면 그들 덕분에 살아남은 거잖아. 그들의 몫까지 살아야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안간힘을 써서, 죽을힘을 다해서 살아남아야 해." - P81

하지만 나는 내가 본 적도 없는 치쿠와 윔보의 몫까지 살기 위해 살아 냈다기보다는 나스스로가 살고 싶어서 악착같이 살아냈다. 그들의 몫까지 산다는 노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은 그 후로도 꽤 시간이 지나고 나서의 일이다. - P83

"죽는 것보다 무서운 것도 있어. 이제 나는 뿔이 간질간질할 때 그 기분을 나눌 코뿔소가 없어. 너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오늘은 바다를 찾을 수 있을지, 다른 펭귄들을 만날수있을지 기대가 되겠지만 나는 그런 기대 없이 매일 아침 눈을 떠." - P87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가 서로밖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그때는 몰랐었다. - P94

"노든. 복수하지 말아요. 그냥 나랑 같이 살아요."
내 말에 노든은 소리 없이 울었다. 노든이 울어서 나도 눈물이 났다. 우리는 상처투성이였고, 지쳤고,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남았다. 세상에 마지막 남은 하나가 되었지만 복수를 할 수없는 흰바위코뿔소와 불운한 검은 점이 박한 알에서 목숨을 빚지고 태어난 어린펭귄이었지만, 우리는 긴긴밤을 넘어, 그렇게 살아남았다. - P104

긴긴밤이었다.
날이 밝아도 노든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언제나처럼 노든과 나 둘뿐이었다. 그랬지, 우리는 언제나 서로밖에 없었지. 세상에서 가장 강한노든이 아프다니,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노든은 항상 뭐든지 어떻게든 해냈는데,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 P109

어느 날 밤. 나는 노든의 이야기를 들으며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다가 문득, 오늘이 모든과의 마지막 밤이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 나의 바다를 찾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노든의 눈을 쳐다보며, 눈으로 그것을 노든에게 말했다. 노든도 그것을알았다.
우리는 오래도록 서로의 눈을 마주 보았다. - P117

두려웠다. 하지만 나는 내가 저 바닷물 속으로 곧 들어갈 것을, 모험을 떠나게 될 것을, 홀로 수많은 긴긴밤을 견뎌 내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긴긴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빛나는 무언가를 찾을 것이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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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한마디 해 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속 깊이되새기고 있다.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 P15

그래, 결국 개츠비는 옳았다. 내가 잠시나마 인간의 속절없는 슬픔과 숨 가쁜 환희에 흥미를 잃어버린 것은 개츠비를 희생물로삼은 것들, 개츠비의 꿈이 지나간 자리에 떠도는 더러운 먼지들 때문이었다. - P17

나는 그 사람에게 길을 가르쳐 주었다. 그러고 나서 계속발길을 옮기다 보니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나는 안내자요, 길잡이며 초기 개척자였다. 그 사람이 뜻하지 않게 내가 이마을의 한 식구가 되었음을 인정해 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햇살과 폭발하듯 돋아나는 나무 잎사귀를 - 영화에서 사물들이 쑥쑥 자라듯이 말이다 - 바라보며 나는 여름과 함께 삶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 P19

윌슨 부인은 조금 전에 옷을 갈아입었는데, 지금은 크림색시폰으로 만든 정교한 드레스를 차려입고 있었다. 그 옷자락으로 방 안을 쓸고 다니는 동안 쉴 새 없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옷이 날개라더니 옷 덕분에 인품마저 달라 보였다.
자동차 정비소에서 눈에 띄었던 강렬한 생명력은 상당한 거만함으로 변해 있었다. 그녀의 웃음이며, 그녀의 몸짓이며, 그녀의 말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가식적으로 변했고, 그녀가그렇게 부풀어 오를수록 방은 점점 더 비좁아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더니 마침내 그녀는 담배 연기 자욱한 공기 속에서 시끄럽게 삐걱거리는 회전축을 따라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처럼보였다. - P55

나는 밖으로 나가 부드러운 황혼에 휩싸인 동쪽 공원으로 산책을 가고 싶었지만, 나가려고 할 때마다 귀에 거슬리는 자극적인 이야기가밧줄처럼 내 발목을 잡아당겨 의자에 앉아 버리곤 했다. 그런데도 도시의 하늘 위로 줄지어 있는 노란 창문들은 조금씩 어둠이 깔리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고개를 쳐들고 올려다보는 사람들에게 인간의 비밀을 속삭여 주고 있음에 틀림없었으리라.
나 또한 위쪽을 올려다보며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만화경(華鏡)처럼 변화무쌍한 삶에 매혹당하기도 하고 혐오감을 느끼기도 하면서 나는 집 안에 있는 동시에 집밖에도 있는 기분이었다. - P62

당신이 이해받고 싶은 만큼 당신을 이해하고, 당신이 스스로 믿는 만큼 당신을 믿으며, 당신이 전달하고 싶어하는 최상의 호의적인 인상을 분명히 전달받았노라고 말해주는 미소였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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