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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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한마디 해 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속 깊이되새기고 있다.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 P15

그래, 결국 개츠비는 옳았다. 내가 잠시나마 인간의 속절없는 슬픔과 숨 가쁜 환희에 흥미를 잃어버린 것은 개츠비를 희생물로삼은 것들, 개츠비의 꿈이 지나간 자리에 떠도는 더러운 먼지들 때문이었다. - P17

나는 그 사람에게 길을 가르쳐 주었다. 그러고 나서 계속발길을 옮기다 보니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나는 안내자요, 길잡이며 초기 개척자였다. 그 사람이 뜻하지 않게 내가 이마을의 한 식구가 되었음을 인정해 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햇살과 폭발하듯 돋아나는 나무 잎사귀를 - 영화에서 사물들이 쑥쑥 자라듯이 말이다 - 바라보며 나는 여름과 함께 삶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 P19

윌슨 부인은 조금 전에 옷을 갈아입었는데, 지금은 크림색시폰으로 만든 정교한 드레스를 차려입고 있었다. 그 옷자락으로 방 안을 쓸고 다니는 동안 쉴 새 없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옷이 날개라더니 옷 덕분에 인품마저 달라 보였다.
자동차 정비소에서 눈에 띄었던 강렬한 생명력은 상당한 거만함으로 변해 있었다. 그녀의 웃음이며, 그녀의 몸짓이며, 그녀의 말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가식적으로 변했고, 그녀가그렇게 부풀어 오를수록 방은 점점 더 비좁아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더니 마침내 그녀는 담배 연기 자욱한 공기 속에서 시끄럽게 삐걱거리는 회전축을 따라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처럼보였다. - P55

나는 밖으로 나가 부드러운 황혼에 휩싸인 동쪽 공원으로 산책을 가고 싶었지만, 나가려고 할 때마다 귀에 거슬리는 자극적인 이야기가밧줄처럼 내 발목을 잡아당겨 의자에 앉아 버리곤 했다. 그런데도 도시의 하늘 위로 줄지어 있는 노란 창문들은 조금씩 어둠이 깔리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고개를 쳐들고 올려다보는 사람들에게 인간의 비밀을 속삭여 주고 있음에 틀림없었으리라.
나 또한 위쪽을 올려다보며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만화경(華鏡)처럼 변화무쌍한 삶에 매혹당하기도 하고 혐오감을 느끼기도 하면서 나는 집 안에 있는 동시에 집밖에도 있는 기분이었다. - P62

당신이 이해받고 싶은 만큼 당신을 이해하고, 당신이 스스로 믿는 만큼 당신을 믿으며, 당신이 전달하고 싶어하는 최상의 호의적인 인상을 분명히 전달받았노라고 말해주는 미소였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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