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책 말들의 흐름 4
한정원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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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인데 내 이야기인듯 하면서도 평범하지는 않은 작가님의 이야기이다. 있었던 일을 담담히 적은 일상속 이야기가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 될 수 있구나 감탄하며 읽은 수필인듯 시인 책.. 두고두고 다시꺼내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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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농장
조지 오웰 지음, 박제희 그림, 최윤영 옮김 / 혜원출판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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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냉전시기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닌.. 지금 사회 어느 곳에서나 행해지고 있는 이야기 일 수도 있지 않을까?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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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생산도 하지 않고 소비만 하는 유일한 동물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모든 동물의 주인입니다. - P10

동물들은 상상이상으로 행복했다. 한입 먹는 음식물마다 가슴벅찬 기쁨을 안겨주었다. 그것은 이제 구두쇠 주인이 동냥 주듯 조금씩 나누어 주던 먹이가 아니라 자기들 스스로가 자급자족하는 먹이이기 때문이었다. - P39

그 해 내내 동물들은 줄곧 노예처럼 일했다. 그러나 그들은 일을 하면서도 행복했다. 그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 전부가 자신들은 물론 후세의 이익을 위한것이지, 결코 빈둥거리며 도둑질이나 하는 인간들을 위한 것이 아님을 익히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노력이나 희생도 아끼지 않았다. - P84

"동지 여러분! 그게 여러분들이 꾼 꿈이 아니라고 확신할수 있습니까? 그런 결의를 했다는 기록이라도 있습니까? 어디에 그런것이 명시되어 있습니까? - P89

"이렇게 된 것이 누구의 책임인지 아시겠습니까? 밤중에 들어와서 우리들의 풍차를 부순적이 누군지 아십니까? 스노볼입니다!" - P96

혹독한 겨울이었다. 매섭게 몰아치던 폭풍우가 진눈깨비와 눈으로 바뀌더니 이내 땅이 얼어붙어 2월이 다 갈때까지 좀처럼 녹지 않았다. 동물들은 온 힘을 기울여 풍차 재건에 힘썼다. 외부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데다가, 풍차가 제때에 준공되지 않으면 시기심 많은 인간들이 환호를 올리며 즐거워할 것임을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P100

누구든 자신의 속마음을 말하지 못하며,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개들이 사방에서 감시의 눈을 번득이고, 동물들이 충격적인 범죄를 자백한 후 갈기갈리찢기는 참상을 목격해야 하는 그런 현실이 닥친 것이다. - P117

풍차가 있던 그 자리에서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일고 있었다. 미풍이 서서히 그 연기를 거두어 갔다. 풍차는 간 곳이 없었다.
이 광경을 보자 동물들은 속에서 알 수 없는 힘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조금전까지 그들이 느끼고 있던 공포와 절망감은 이 비열하고 치사한 행위에 대한 분노 앞에서 사그라졌다. 힘찬 복수의 함성을 외치며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그들은 한 덩어리가 되어 적을 향해 돌진했다.
빗발치듯이 머리 위를 지나가는 무자비한 탄환 따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무자비하고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사람들은 계속 총을 쏘아댔고, 동물들이 가까이 접근하면 몽둥이로 때리거나 무거운 구둣발로 사정없이 걷어찼다.
shal - P135

동물들은 승리했다. 그러나 지쳐 있었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 - P136

복서는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슬퍼하지 않는다고 했다. 완쾌만 된다면 앞으로 3년은 더 살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저 커다란 목장 한구석에서 평화스러운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으로 그에게 공부를 하고 마음의 수양을 쌓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길 것이므로, 그는 여생을 아직 다 외우지 못한 알파벳의 남은 스물두 글자를 암기하는 데 보낼 작정이라고 말했다. - P157

"복서! 복서! 뛰어내려요! 빨리요! 저들이 당신을 데리고 가 죽이려 하고 있어요!" - P160

돼지나 개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노동으로는 한 줌의 식량도 생산해 내지 못했다.
게다가 그들의 숫자는 굉장히 많은데다 식욕도 언제나 왕성했다. - P168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두 발로 걷지 않았다. 어느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주인‘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모든 동물은 평등했다. - P171

농장 집 문 밖으로 뒷다리로만 걷는 돼지들의 긴 행렬이 나타났다. - P173

너무 놀라 간담이 서늘해진 동물들은 한자리에 모여 돼지들의 긴 행렬이 천천히 마당을 도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세상이 뒤집힌 것만 같았다. - P173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욱 평등하다. - P174

돼지들의 얼굴을 저렇게 바꿔놓은 것은 무엇일까?

열두 목소리가 화를 내며 제각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소리들이 모두 한 소리로 똑같이 들렸다. 그제서야 돼지들의 얼굴에 나타난 변화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다. 밖에서 엿보고 있던 동물들은 인간과 돼지의 얼굴을 몇 번이고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나 어느 쪽이 인간이고 어느쪽이 돼지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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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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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삶과 그 안의 인연들이 연결되어 각자의 기억 안에 다른 모습의 아버지가 존재하는 먹먹한 이야기들… 각자에겐 각자만의 사정이 있는.. 사무치는 이야기이다… 작가님은 어떤 삶을 살아 오셨길래… 이렇게 먹먹한 이야기를 웃음과 눈물을 오가며 읽을 수 있게 쓰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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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라는 곳은 어쩌면 저런 기이하고 오랜 인연들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엮인 작은감옥일지도 모른다. - P163

저들에게 내 아버지는 평생 함께할 줄 알았던 형수를 빼앗아간 사람만은 아닐 터였다. 형의 친구이고 동지였으며, 운명이 조금만 달랐다면 형과 친구의 처지가 뒤바뀔 수도 있었다. 어쩌면 이건 어디에나 있을 우리네 아픈 현대사의 비극적 한 장면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대단한 것도, 그렇다고 이상한 것도 아니다. 그저 현대사의 비극이 어떤 지점을 비틀어, 뒤엉킨 사람들의 인연이 총출동한 흔하디흔한 자리일 뿐이다.
어머니를 끌어안고 같이 흐느끼는 친구의 동생을, 아내의 전 시동생을, 영정 속 아버지가 사팔뜨기 눈으로 보는듯 아닌 듯 지켜보고 있었다. 느그 윤재 동상 봉게 좋은가? 내 동상 볼 때게랑 영판 다른디? 아버지가 그렇게 묻고 있는 것만 같았다. - P169

질 게 뻔한 싸움을 하는 이십대의 아버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목숨을 살려주었던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걸려 했던 이십대의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영정 속의 아버지가 꿈틀꿈틀 삼차원의 입체감을 갖는 듯했다. 살아서의 아버지는 뜨문뜨문, 클럽의 명멸하는 조명 속에 순간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지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 죽은 아버지가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살아서의 모든 순간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자신의 부고를 듣고는 헤쳐 모여를 하듯 모여들어 거대하고도 뚜렷한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아빠. 그 뚜렷한 존재를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불렀다. 아버지의 영정을 응시하던 그가, 아직 이름도 모르는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흰자위가붉었다. 나의 눈도 그러할 터였다. - P181

내 부모에게는 물어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흔했다. 그러나 묻지 않은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니었다. 알고 싶지 않았다. 알면 내 빚이 될까봐. 아버지는 누군가의 목숨을 살리기도 했지만 누군가의 덕으로 살기도 했다. - P186

내 말에는 칼이 숨어 있다. 그런 말을 나는 어디서 배웠을까? 아버지가 감옥에 갇힌 사이 나는 말 속의 칼을 갈며 견뎌냈는지도 모르겠다. - P192

아직 사회주의를모를 때의 아버지, 열댓의 아버지는 자기 앞에 놓여 있는 질곡의 인생을 알지 못한 채 해맑게 웃고 있었다. 사진 속 소년 둘은 입산해 빨치산이 되었고, 그중 한 사람은 산에서 목숨을 잃었다. 형들을 쫓아다니던 동생은 형을 잃고 남의 나라에서 제 다리도 잃었다. 사진과 오늘 사이에 놓인 시간이 무겁게 압축되어 가슴을 짓눌렀다. - P195

여기 사람들은 자꾸만 또 온다고 한다. 한번만 와도 되는데, 한번으로는 끝내지지 않는 마음이겠지. 미움이든 우정이든 은혜든, 질기고 질긴 마음들이, 얽히고설켜 끊어지지 않는 그 마음들이, 나는 무겁고 무섭고, 그리고 부러웠다. - P197

죽음이란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것, 아버지는 보통 사람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으니 해방의 기쁨 또한 그만큼 크지 않을까, 다시는 눈 뜰 수 없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 P198

한 등에 두 짐 못 지는 법인디・・・・・ 섬진강이 보이는 내리막길에서 자전거에 올라타며 작은아버지는 분명 그렇게 혼잣말을 했었다. 그러니까 그날 작은아버지는 나를 뒤따라오며 내 등에 얹힌 두 짐을 보았던 것이다. 자기 등에도 평생 얹혀 있었을 두 짐을. 그 짐이 버거워 작은아버지는 떠나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고 술에 취해 한평생을 흘려보낸 것일까? 아버지의 살아남은 유일한 형제를 위해 나는 소주병을 꺼내들었다. 기왕 취해 보낸 일평생, 하루쯤 더 보탠들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것도 그 원흉이 간 자리인데. - P210

아버지는 어떤 자식을 원한다 표현한 적이 없었고 내게 서운하다거나 모자라다거나 하는 말도 한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날 아버지는 행복했을 것 같았다. 불학무식한 방법이긴 하지만 무식이고 나발이고, 내 뒤에 이렇게 듬직한 자식이 있다, 그걸 모두의 앞에서 입증한 셈이니 어느 아버지인들 행복하지 않았으랴! - P224

삶은 죽음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부활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화해나 용서 또한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P231

쉰 넘어서야 깨닫고 있다.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행복도 아름다움도 거기 있지 않다는것을 성장하고자 하는 욕망이 오히려 성장을 막았다는것을.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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